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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우리 옛 노래중에 '돈타령'이 있다. '여보소 이 돈이 웬돈인가? 이돈이 웬 돈이여'로 시작해서 '잘난사람은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생긴 돈, 생사지권을 가진 돈, 부귀영화가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봐라 돈돈돈돈 좋다 돈봐라'로 끝이 난다. 사람 목숨도 부귀영화도 돈이면 다 된다며 돈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찬양한다. 옛날도 그럴진대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동취(銅臭) 라는 말도 있다. 개성 봇짐장수들은 돈을 산적들에게 빼앗길까봐 버선속 발밑에 깔고 다녀 구린내가 났다고 한다. 개성장사치의 발 구린 돈에서 나는 동전 냄새를 일컷는 말이다. 이런 동취는 돈으로 벼슬을 산 사람을 비웃는 말로 쓰이는데 오늘날에는 뇌물로 일을 성취시키려는 모든 행위나 인물을 가르키는데 두루 쓰이고 있다.

"'화천대유'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면 아 네 감사합니다 '천하동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인사말이 유행하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여당 유력후보가 준 특혜니 아니니, 신생 자산관리회사가 자본금 5천만 원으로 1천1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게 된데는 대법관을 비롯한 초호화 자문단의 도움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6년 근무한 모 국회의원 아들이 50억 원 퇴직금을 받은 것을 두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청년들이 분노하고 퇴직금이 아닌 뇌물일거라는 등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세상이 떠들썩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기서 돈벼락 맞은 사람들처럼 되세요 하는 인사말이니 얼마나 좋은 인사인가. 힘있는 사람들끼리 짬짜미로 돈벼락 맞은 것을 비아냥 대면서도 나도 그랬봤으면 하는 요행을 바라는 흑심이 있는 것도 어쩔수 없는데 그러라고 응원해주니 싫지는 않는 것 같다.

상금 456억 원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데스게임'인 '오징어 게임'은 어떤가.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전체 9회 분량의 드라마 시리즈다. 거액의 빚을 지는 등 벼랑 끝에 몰린 '밑바닥 인생'들이 최종 우승하면 456억 원을 차지하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참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스게임' 형태의 콘텐츠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노인 등 주로 잉여집단이나 낙오자로 살아온 소수자들이 목숨을 건 게임을 통해 돈을 쟁취하려는 발버둥을 보면서 목숨 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돈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잘난 사람들이 버는 것 같은 대장동 돈과 약한 사람들이 버는 것 같은 오징어 게임 돈은 모두 부귀영화와 사람 목숨을 살리는 데 쓰이겠지만 돈을 버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둘 다 돈을 가지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극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이 가진 고단한 삶은 분명해 보이지만 말이다.

"돈이면 귀신도 불러올 수 있다"는 속담처럼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기에 부동산, 주식, 코인, 심지어 도박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사고가 만연된 요즈음. 자산가치를 불리는데 영혼도, 목숨도 바쳐야 한다고 명령하는 것 같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대박이라는 세상의 반응에 제작 감독은 "10여 년 전 제작했지만 시대상황이 맞지않아 발표를 미루다 지금이 시대상황에 맞는 것 같아 내어놓았다"고 했다. 돈이면 다 되기에 돈을 가지기 위해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지금의 시대상황에 마음이 아프다.

20대 대통령선거를 위한 후보자 선출이 한창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돈타령에 멍들어가는 지금의 문제를 푸는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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