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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철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이사나 전출입 때문에, 또는 아주 가끔 선물로 꽃나무가 들어올 때가 있다. 처음에는 거실 한 자리를 차지하다가, 차츰 베란다 구석으로 밀려가서 결국 말라 죽게 된다. 사람이 꽃나무에 관심이 없으니 말라비틀어진 꽃나무들은 이사나 두세 철에 가끔 하는 대청소 때 버려지거나 화분만 아파트 전실 한쪽에 쌓여진다.

현 교육지원청으로 전입할 때도 그랬다. 레이스로 예쁘게 치장한 화분은 있지만 새로운 일과 업무환경에 적응하다보니, 아니 그것보다는 워낙 꽃나무에 관심이 없다보니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한 일 년쯤 되었을까? 사무실 직원들에게 별 관심받지 못하는 난초와 이름 모를 화초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출근하면 한번 봐주고, 퇴근하면서 또 보고……. 주말에도 얘네들이 생각나서 사무실에 나와 난초를 큰 대야에 담궈놓고 들어가고는 했다.

아침에 오면 분무기를 들고 왔다갔다 하거나, 시름시름 앓는 꽃나무는 복도에 신문지를 깔고 다시 심기도 하니 그 꼴이 우스웠는지 동료 직원들이 이제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 그런 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다 라며 놀림을 주기도 했다.

교육지원청이 화산동에서 청전동으로 청사 이전을 할 때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모양이 좋은 난초 몇몇은 직원들에게 분양하고, 나머지 난초 열네 주와 꽃나무 몇을 간수해서 청전동 청사로 데려왔다. 꽃나무 중에는 이동 간의 시달림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볕 따가운 새 사무실 창가가 더웠는지, 축 처진 잎사귀를 며칠 동안 일으키지 못하거나 살갗이 터져버린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난초들은 일주일에 한 번 흠뻑 주는 수돗물에도 잘 자라 교육과 사무실 입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아침 저녁으로 영양제 몇 알은 해줘야 하고, 식사 때면 예닐곱 가지 반찬에 고기도 뭍고기, 물고기를 골고루 먹는다. 집에 아이들은 끼니당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고, 점심 식사하러 자주 가는 화산동 맛집 백반집은 12찬이 기본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개인의 차원이고 그저 맛있게 먹자는 것이겠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욕망이 공공시스템을 대상화 하는 방향으로 치달리는 것이 문제다. 공사를 구분하는 센서가 작동하지 못하다보면 금품수수, 부정청탁, 채용비리, 공금횡령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전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LH공사 일부 직원들이 처음부터 공공의 정보와 직위가 주는 권한을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데 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래도록 쌓인 잘못된 관행과 자성없는 문화가 자신과 주변을 검게 물들임은 물론 청렴과 성실한 삶을 견지해 온 많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것이다.

며칠 전 난초 한 주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처음 발견한 날의 희열이란……. 누가 또 봤을까? 나보다 먼저 본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저 수돗물이나 주는데도 이렇게 꽃을 피우니 기쁘기만 했다.

물론 청렴이 안빈낙도나 단사표음만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자성, 감시시스템, 엄정한 법 집행 등이 잘 이루어지고, 끊임없이 청렴도를 높이려는 전국민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올해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국가청렴도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함은 물론 4년 연속 청렴순위가 향상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재난 속에서도 우리가 보여준 대응능력을 고려하면 이 순위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황금을 먹어야 황금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옛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배우지 않았는가. 맑은 물만 있어도 충분히 푸르름을 내고 꽃을 피우는 화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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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