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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04 20:18:21
  • 최종수정2019.12.04 20:18:21

크로아타아 시골동네

슬로베니아를 출발하여 3시간 넘게 달려 ‘크로아티아’에 도착했다. 새로운 곳을 보는 일은 가슴 뛰는 일이다. 도나우강 남쪽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이름마저 생소한 나라였기에 설렘이 더욱 크다. 발칸의 여러 나라들처럼 이 나라 역시 알프스의 풍성한 덕성을 누리는 나라들 중 하나다. 인구는 4백만 조금 넘고 종교는 거의 가톨릭이다. 1918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세 나라가 뭉쳐 왕국을 이루어 살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슬로베니아와 함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1991년 6월10일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거쳐 독립했다.

플리트비체

‘요정의 숲’이란 이름을 가진 ‘플리트비체’ 공원으로 들어섰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에는 16개 호수와 100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있는데, 너비가 서울시내 절반정도로 엄청나다. 수많은 트래킹 코스 중 두 시간정도 거리를 택하여 걸었다. ‘얕은 물’이란 뜻의 플리트비체, 초입부터 아낌없이 전신을 보여준다. 저 호수에 초록물감을 뿌린 손길 누군가! 나뭇가지 사이로 초록호수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끝없이 나타난다.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는 듯 그렇게 튀어나온 초록요정들은 깊이 걸어들어 갈수록 천개의 얼굴로 변하며 정신을 가눌 수 없게 한다. 잠시라도 탁한 눈을 씻어내고, 허물도 벗어 던지고 청보석 녹보석 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한다.

플리트비체 대폭포

물, 물, 물! 깎아지른 절벽에서 커다란 물길들이 직수로 쏟아진다. 아니, 하얀 머리채를 흔들며 무차별로 물을 토해낸다. 그렇게 떨어지며 형성되는 물보라들을 일곱 빛깔 무지개가 드리워 분해한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기저기 키 작은 바위 틈새 틈새마다에서도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니, 작은 백색요정들이 미친 듯 몸을 흔들어대며 미끄러진다. 물과 소리, 풍경이 하나거늘 시간과 공간, 현실과 상상을 논한들 무엇 하리. 옛사람이 한 말처럼 진세塵世세의 일을 잊어버리고 홍진紅塵에서 벗어나 보아도 좋겠다. 천상의 물길을 지상으로 이어주는 큰 폭포들, 앙증맞게 몸을 흔들어대는 작은 폭포들, 크든 작든 폭포들마다 저마다의 소리로 목청껏 합창을 하며 호수로 모이고 모인다. 나는 그렇게 요정들이 부르는 물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플리트비체 호수

요란한 세계를 지나면 바닥까지 속속들이 드러낸 고요의 세계가 펼쳐진다. 호수에 고목하나가 누워있다. 그들은 부러지면 부러진 채로 그대로 둔다. 수초를 머금고 누운 고목 위로 물고기들이 유영한다. 요동치던 폭포들과 달리, 호수에 반영된 구름 산 나무들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며 미동도 않는다. 수면에 비친 내면과 외형이 하나인 것처럼 나도 그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석회암과 카르스트 특수지형인 이곳에 수천 년 세월을 두고 흐르는 물길들이 크고 작은 계단식 자연 댐들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가 쏟아지게 아닌가! 어떤 상황이든 즐김에 이르는 단계가 최고의 경지라 했지, 분홍우산을 펼쳐들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서 뛰는 물고기들처럼 즐기며 걸었다. 빗줄기가 안개비로 변했다. 안개가 내리면 어떠하며, 비가 내리면 또 어떠하리. 어차피 초록과하양은 하나인 걸. 초록호수는 하얀 폭포로 이어지고 떨어진 하얀 물줄기는 다시 초록호수를 만들고 있는 것을…. 작은 물도 큰물도 안개와 비까지 그곳에선 하나가 된다. 비가 멈추었다. 비개인 플리트비체, 다시 몽환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나는 지금 어느 우주에 있는가. 이대로 얼마쯤 시간이 정지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둥둥 삼천 층까지 떠올라본다.

자그레브 대성당

숲속의 초록요정을 마음에 담고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로 향했다. 중세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쌍둥이 첨탑 자그레브 대성당에 들어서니 절로 마음이 순해진다. 근처에 있는 레고장난감 같은 오색타일 모자이크 지붕 ‘성 마르크 성당’이 퍽 인상적이다. '아드리아의 진주' ‘숨겨진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해안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아야 할 곳으로 강추 한다. 11세기경 베네치아 인들에 의해 건축된 구시가지 성벽 길을 걸어가면서 그림 같은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 풍경을 전망했다. 이지러진 초승달처럼 생긴 나라, 소떼와 말들과 뛰어 놀면서 하루하루 가족과 잘 먹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게 삶의 목적인 사람들…. 천혜의 자연에 묻힌 아드리아 해의 숨은 보석 크로아티아, 살면서 두고두고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임미옥

창주시1인1책프로그램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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