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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27 17:56:44
  • 최종수정2019.11.27 17:56:44

구름에 잠긴 동알프스

오스트리아를 출발하여 슬로베니아로 향했다. 가랑비가 차창을 간질인다. 하늘에 떠다니는 저 세모조각들은 무엔가. 온 몸이 구름에 잠겨 뾰족한 끝만 동동 떠다니는 설산들을 보며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하나인 유럽을 보여주듯 국경을 넘는데 컨트롤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로 오가지 못하는 우리네 3.8선이 생각나 씁쓸했다. 유럽에서 알프스는 한 어머니의 거대한 젖무덤이다. 여덟 개 나라를 걸치고 있는데 각 나라마다 그냥 지나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산맥들이 머무는 곳마다 기암을 토할 절경들을 나누어주고, 풍성한 지하자원들을 보너스처럼 준다. 설산들과 푸른 빙하들, 계곡을 형성하며 만들어낸 수많은 호수와 풍광들, 그저 신·묘·막·측·할 뿐이다.

슬로베니아 시내풍경

슬로베니아는 어떤 나라일까. 발칸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는 이 나라는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다. 이 나라 역시 알프스 덕성을 크게 누리는 나라다. 동 알프스가 지나며 내놓은 산자락 사이사이마다 수많은 계곡과 호수가 어우러진 곳이다. 6세기에 남하한 남슬라브족들이 도나우강의 한 지류인 ‘사바’강 유역에 슬로베니아 왕국을 건설하였다고 전한다. 언어는 슬로베니아어를 사용하고, 종교는 가톨릭교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는 발칸반도의 서북쪽 끝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말미암아 게르만문화, 라틴문화, 슬라브문화 등이 서로 교차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슬로베니아 피란 풍경

어디나 힘센 자는 약한 자들을 그냥두지 않는다. 인구 200만의 작은 이 나라는 14세기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家의 지배를 받았고,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 지배하에 있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점령되어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 성립으로 그들 일원이 되었다. 그들은 크고 작은 전쟁을 수없이 했다. 큰 전쟁만 해도 14세기에 합스부르크가家를 상대로, 1차,2차 대전엔 힘센 주변제국의 지배하에 있었기에 연합국들과 이유 없는 전쟁을 해야 했다.

지배자들 입장에서는 이 나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렇다보니 1991년 그들에게서 떠나려는 것을 저지하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지배할 명분이 없자 10일간 전투 끝에 이들의 독립을 묵인하고 지배자들은 철수했다. 그 후 구 공산권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자본주의 경제로 전환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나라이다.

호수건녀편에서 조망한 성벽과 교회

블레드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호숫가 절벽위에 성이 꿈결처럼 서있다. 성 내부를 관람했다. 중세시대로부터 800년 이상 남부티롤의 주교좌가 있던 곳이란다. 그 후에는 유고슬라비아 왕족의 여름별장으로 쓰였단다. 검과 갑옷이 진열된 조그만 박물관에서 이 지역 역사를 가볍게 훑어 볼 수 있었다. 호수의 서쪽에 있는 블레드 섬에는 16세기에 세운 '기원의 종' 이라 불리는 하얀 종루가 있다. 종을 울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로 인하여 관광객들이 치는 종소리가 간간 들린다.

호수에 새처럼 앉아 있는 섬

성 내부를 관람한 뒤, 밖으로 나가 호수를 전망했다. 어느 별나라인가. 신이 숨겨놓으신 파라다이스인가. 알프스의 눈동자라 불리는 ‘블레드 호수’에서 뱉은 말이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니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이 새처럼 앉아있다. 날렵한 초록 섬에 빨간 지붕 예배당과 하얀 종탑이 있다. 저 섬을 어찌할꼬! 포개짐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하늘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섬을 품고, 섬은 예배당을 품었다.

포스토이나동굴의 석순

발길을 돌려 ‘포스토이나동굴’로 갔다. 지네열차를 타고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지구의 신비는 어디까지일까! 자연은 땅속에서도 일하고 있었다. 땅 밑으로 펼쳐지는 장관에 입이 벌어진다.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인 이 동굴은 길이가 약 21km나 된단다. 그중 5km 정도만 개방하는데,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동굴코스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설명한다. 석회암과 물의 화학작용으로 종유석, 석순, 석주가 고드름처럼 천장에 매달리거나 땅에서 탑처럼 쌓여 희귀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100년에 1cm 정도 자란다니 이 모든 것들은 수백만 년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대자연의 예술품인 것이다. 경이로운 자연미술관 작품들은 하얀색, 주황색, 청색 등 다양한 색깔이다. 아직도 알려진 것보다 발견할 곳이 더 많은 미지의 땅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산 위에서, 땅 밑에서, 바다에서, 계속될 슬로베니아 매력발산을 기대하게 된다.

임미옥

청주시1인1책프로그램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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