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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여유의 나라' 독일 여행기

히틀러를 꿈꾸게 한 곳

  • 웹출고시간2019.11.13 18:26:17
  • 최종수정2019.11.30 10:13:10
"우리비행기는 잠시 뒤 착륙하겠습니다."

설핏설핏 자는 나를 기내방송이 깨운다. 꿀물 한잔이 따로 없다. 12시간 가까이 날아왔으니 왜 아니 그렇겠나. 창문 덮개를 올리니 햇살이 쏜살처럼 들어온다. 저 아래로 검푸른 숲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질서와 여유의 나라, 그 매력적인 독일 국민성을 대변하듯, 숲을 이룬 나무들 정렬이 자로 잰듯하다.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내리니 오후 5시가 넘었다. 하늘은 파랗고 새들이 띠를 만들며 나니 기쁨이 더해 즐거움이 되고 즐거움이 감사로 변한다.

'켈하임'에 있는 호텔을 향해 4시간 정도 달렸다. 저녁식사를 하고나니 어두워졌다. 도나우(다뉴브)강이 흐르는 곳,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이튿날 일찍 잠이 깼다.

약간정도 결핍의 정서를 즐기며 호텔주변을 산책하는데 뎅그렁뎅그렁 종이 울린다. 켈하임에 가면 교회종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종을 친다. 종소리와 함께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종소리가 싫으면 이 땅에 살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회종소리와 친숙하단다. 소음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저 소리, 어릴 적에 듣던, 아직도 꿈결에 있는 종소리를 이국땅에서 들으며 걸었다.

어디나 꿈나무들은 재잘거리나보다. 파란 눈 바비인형들처럼 생긴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등교한다. 길모퉁이에 붉은 책장이 놓여있어서 웬 책장일까 궁금해 살펴보니 책이 가득 꽂혀있다. 독일어로 '거리에 작은 도서관'이라고 적혀있다.

히틀러가 사랑했다는 땅 '뒤러'의 고향 '뉘른베르크'를 찾아 로맨틱가도를 달렸다.

로맨틱가도는 낭만적이란 뜻이 아니고, 중세에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교역로로, 로마인들이 만든 길에서 유래한단다.

역사 깊은 이 길은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 약 350km에 달하는 여행길이다.

뉘른베르크에 접어들었다. 프랑크푸르트나, 함부르크처럼 웅장한 도심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작은 도시이다. 사오백 년 전에 지은 성들과 교회건물들이 중세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시간이 멎은 것 같은 중후한 멋이 풍기는 도시에서 중세 사람이라도 된 양 품격 있게 걸어보았다.

유럽엔 나라마다 동화마을이 있나 보다. 북유럽 덴마크에 안데르센의 코펜하겐이 있다면 동유럽에선 이곳일 거다. 로텐부르크로 들어서니 건물들이 모두 동화 속에 나오는 건물들 같다.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성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같은 듯, 아니 다 다른 모양과 각색 건물들이 나란히 붙어있고, 길들은 회똘회똘 골목길이라 정감이 간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돈을 내고 입장한다는 '성야콥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올리고, '틸만리멘슈나이더'의 나무 조각 작품 '최후의 만찬'을 감상했다.

독일과 히틀러를 따로 생각할 수는 없을 거다. 그가 만들었다는 아우토반을 달리며 생각한다. 악마에게도 꿈이 있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와 극심한 불화를 겪을 때 너는 화가의 자질이 없다며 선생은 날개 꺾는 말까지 했단다. 꿈은 포기했지만 실제로 생활고로 그림을 팔아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그의 재능은 특출했단다. 다 복제해도 그는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이보다 심한 악담이 있을까.
비단 그 이유들이 그를 악마로 만든 건 아니겠지만, 자상한 아버지와 좋은 선생이 있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됐을까 하는 생각은 하게 된다.

화가가 됐든 농부가 됐든 그의 미래는 달라졌을 것이고 세계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독일인들에게 히틀러는 어떤 존재일까.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대공황 때 아우토반을 만들어 600만 명이 넘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며 독일경제를 살려냈기에 한때는 우상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유대인대학살 이후 그들은 심한 치욕감으로 자성했다. 히틀러 독주를 못 막은 건 국민투표로 그를 당선시킨 자신들 책임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런 잘못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후세 교육에 고민들을 했단다.

국민의식 성장은 알려진 바와 같이 피해를 준 국가와 국민을 향한 사죄로 이어졌다. 1970년 '빌리브란트' 총리는 폴란드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 꿇었고, '메르켈' 총리도 2013년 유대인 수용소를 찾아 무릎 꿇었다. 아직도 잘못을 인정 않는 어떤 나라도 있는데….

히틀러 이후 70년, 그들은 세계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국민이 됐다.

임미옥

청주시1인1책프로그램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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