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8번 공유됐고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한역지명, 본래뜻 못살린 경우 많다"

충북대 김진식 교수, 청주지역 법정 지명 분석
남일면 '고은', 본래 굽은 터라는 뜻 엉뚱 한역
외천리는 '외떨어진 내'라는 뜻, '外'와는 무관

  • 웹출고시간2016.01.18 18:10:53
  • 최종수정2016.01.18 18:10:57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조선5만분1지형도>(1923)이다. 청주 남일·남이면의 석실리·외천리·화당리 등의 지명은 본래의 뜻과 다르게 한역(漢譯)됐다.

"청주시 남일면 고은리(高隱里)의 지명 '고은'은 의외로 '굽은 터'라는 뜻에서 출발하였다."

충북대 김진식(국어교육과) 교수가 얼마전 한국중원언어학회가 발행하는 《언어학연구》 제 33집에 <법정리 한역 지명 연구 Ⅳ> 논문을 발표하였다.

김 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청주지역 각 읍·면의 법정리를 대상으로 한역(漢譯) 지명을 고찰해 오고 있고, 따라서 이번 논문에 시리즈를 의미하는 Ⅳ자가 붙었다.

논문에 의하면 고유어로 된 자연 지명이 한역화 할 때는 소리를 빌리는 음독과 뜻을 차용하는 훈독 표기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청주 남일·남이면 법정 지명 분석

이번 논문의 고찰 대상이 된 청주시 남일면 문주리(文注里)·두산리(斗山里)·고은리·화당리(花塘里)와 남이면 외천리(外川里)·비룡리(飛龍里)·석실리(石室里)·가좌리(佳佐里)·가마리(駕馬里) 등도 같은 사례에 해당하고 있다.

남일면 '문주리'는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 조치에 따라 '문대동'과 '주동'의 일부가 병합돼 생겨난 지명으로, '문대'는 마을 뒤 文筆峰(문필봉·431m)에서 비롯됐다.

주동은 《조선지지자료》(1911)에 '두쥬골'로 기록돼 있고, 이때의 '두쥬'는 곡식을 저장하는 '뒤주'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동'은 뒤주 모양으로 생긴 골짜기라는 뜻을 지닌다.

'두산리'는 조선시대에는 가덕면 계산리와 함께 회인현에 속했던 지역으로 피반령 밑이 되기 때문에 '말미'로 불리었다. 이때의 '말'은 '크다', '미'는 '산'(山)의 뜻을 지닌다. 피반령 밑 계산리는 장(場 )이 섰기 때문에 '말미장터'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고은리'는 《조선지지자료》에 '고은'와 '고분터'가 병기돼 있다. 이 가운데 '고분터'는 '곱은터'가 변한 것이고, 이 때의 '곱은'은 '곱다'(曲)의 관형사형이다. 따라서 고은리는 '지형이 굽어 있는 터'로 풀이 되고, 이는 무심천이 일대에서 굽어지는 모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화당리'는 《조선지지자료》에 '석화'(石花)와 '돌꼬지'가 함께 기록돼 있고, 이때의 '꼬'는 고한글 'ㅅ+ㄱ+ㅗ'이다. 이 때의 '돌'은 '石'의 뜻이고, '꼬지'는 '곶'이 변한 말로 뾰족하게 내민 땅을 의미한다. 화당리는 '말바우'라는 큰 돌이 박힌 산줄기가 들판 쪽으로 길게 뻗어내린 모습을 하고 있다.

남이면 '외천리'는 촌로들 사이에 '외내'로 불려지고 있고 이때의 '외'는 '외딴' 혹은 '외따로', '내'는 '川'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천'은 '외떨어져 있는 내'로 해석되나, 외떨어진 것을 '外'로 한역한 것은 정확한 차자법이 아니라고 김교수는 밝혔다.

'비룡리'는 《조선지지자료》에 '비룡'(飛龍)과 '비름들'이 병기돼 있다. 이중 '비름들'의 '비름'은 풀이름으로, 일대는 마을이 형성되기 전까지 비름으로 덮여 있었다. '비름들'은 비름으로 덮혀 있는 마을 의미하고, 이것이 '비룡'으로 한역화됐다.

'석실리'는 '석실'은 '속실'의 변화형으로 이때의 '속'은 '내'(內), '실'은 '골'(谷)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석실은 '안쪽에 있는 골짜기 마을'이라는 뜻이고, 실제 이곳은 팔봉산(八峰山) 밑 안쪽으로 쑥 들어와 있다.

'가좌리'은 옛 이름이 '가재골'이고, 이때의 '가재'는 '가장자리'(邊)를 의미한다. 따라서 '가재골'은 절지동물 '가재'와는 무관하다.

'가마골'을 한역화한 '가마리'는 그릇을 굽던 가마터로 추론할 수 있으나, 이때의 '가마'는 주변 지형을 감안할 경우 '크다'(大)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 교수는 "이상에서 보듯 자연지명을 한역하는 과정에서 본래 뜻이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국가나 주민이 개명 작업을 할 때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조혁연 객원대기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