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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미리 즐기기'

떠나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다

  • 웹출고시간2013.02.20 19:22: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에베레스트와 로체(칼라파타르조망)

티베트의 성자 밀레라빠(Milarepa.1052~1135). 그는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의 반은 성취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히말라야로 떠났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로 떠나라'고 외쳤다.

걷기 여행은 직접 두발로 걷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이 특히 그렇다.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산속을 걷는 여행이다. 그것도 해발 3,000~5,500m의 높은 설산의 기슭이나 봉우리까지 직접 온 몸으로 걸어야 한다.

마음의 평온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깃든다.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함을 찾을 수 있다. 잊고 지냈던 본래의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비로소 삶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또렷하고 분명한 자각을 열리게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히말라야 걷기 여행을 통해 삶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곤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독자적 삶의 방식을 깨닫곤 한다.

걷는다는 것은 내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고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멈춤은 곧 바라봄이다. 그래서 걷는 행위는 멈춰 바라볼 줄 아는 여유와 다르지 않다.

숲길이나 산길을 걷는 것은 평소의 시간 개념과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쉴 새 없이 치닫던 내 삶의 속도를 줄이는 일이다. 그 속에서 정말 삶다운 삶을 사는 길을 찾는 시간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다른 여행과 분명히 다르다. 그 어떤 여행보다 자기 자신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내밀한 삶의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자기탐구의 여행으로 손색이 없다. 뜻이 있으면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

***"나마스떼" 히말라야

히말라야는 흔히 '신들의 땅'으로 불린다. 그래서 좀처럼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많이 너그러워진 듯하다. 그래서일까. 히말라야로 가는 국내여행객들도 한 해 평균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트레킹 마니아들의 천국이 됐다.

히말라야에 가면 자연을 경배하게 된다. 욕심과 분노덩어리의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신통력이 있다. 신들의 땅에 들어서는 순간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눈과 얼음은 차갑고 날카롭다. 에메랄드빛 빙하가 흘러내린 호수는 맑고 장엄하다. 드넓은 초원과 수천가지 야생화는 신비로롭다. 과연 신들의 영역임을 느끼게 한다.

히말라야(HIMALAYA)는 산스크리트어다. '히마'는 빙설(氷雪), '말라야'는 살고 있는 곳이란 의미다. 즉 '눈의 거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쿰부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산맥(약 2,800km)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에베레스트(8,848m)가 우뚝 솟은 지역 일대를 말한다. 별다른 의미 없이 영국인 측량국 관리의 이름을 본떠 붙인 이름이다. 에베레스트의 네팔어 정식 명칭은 사가르마타(SAGARMATHA)다. 티벳어로는 초모룽마다.

에베레스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란 권위를 담고 있다. 높이에 대한 감탄뿐이 아니다. 감히 올려다볼 수조차 없는 경외감까지 포함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꿈, 그리고 죽음이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히말라야는 전문 산악인들만을 위한 산은 결코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70세의 어르신들까지 가능한 트레킹 코스도 여러 개 있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히말라야의 또 다른 미덕이다.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그만큼 히말라야는 이제 배타적이지 않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산이다.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 BC코스와 랑탕 코스가 대표적이다.

에베레스트BC(5,364m)로 가는 쿰부 지역은 안나푸르나 BC나 랑탕 코스보다 거리가 길고 지대가 높다. 그만큼 힘도 든다. 따라서 평소 체력을 단련한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해마다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5,000m까지 코스는 이미 레저 공간으로 변했다. 특히 에베레스트 코스는 지구 최고봉이라는 위상 때문에 모험과 레저의 모형이 됐다.

***"비스따리"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은 네팔 동북부 쿰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네팔에서도 고봉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경관도 다른 지역보다 웅장하고 야성적이다.

자연이 뿜어내는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넘어선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육중한 물소리는 빛나는 금속성 악기의 화음과 분명히 다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관현악의 음률에 비할 바가 아니다.

3~4월 길가엔 네팔의 국화 랄리구라스가 흐드러지게 핀다. 곱디고운 선홍빛으로 여행객들을 맞는다. 설산에 피어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여행객들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하다.

마니차와 룽따

해발 3,000m까지는 비교적 무난하다. 우리나라 산의 둘레길을 걷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완만하고 평화롭다. 자연만을 바라보는 고귀한 시간을 소유할 수 있다. 살아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귀한 지도 알 게 한다.

양지바른 산골마을을 지나다 보면 사람에게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문간에서 얼굴만 내밀다 숨어버리는 수줍은 동네 아이들의 모습은 아주 정겹다. 그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연에 깃들어 사는 순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코스에서 남체 바자르를 빼놓을 수 없다. 해발 3,440m에 자리 잡고 있다. 쿰부 히말의 중심지이자 가장 큰 마을이다. 한 마디로 남체는 쿰부 히말의 명동이다. 상업적 요충지로 등반과 트레킹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곳이다.

이곳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장이 열린다. 셰르파족들도 여기서 생필품을 구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장인 셈이다. 빵집과 레스토랑, 클럽, 당구장 등이 밀집해 있다. 깊은 히말라야의 산중이란 생각을 잠시 잊게 만드는 곳이다.

마을 뒷산 꼭대기에는 히말라야의 설산 풍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네팔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도 있다. 그러나 남체로 오르는 막바지 길의 경사는 아주 가파르다. 몸이 무겁고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디보체(3,710m) 마을엔 고혹적인 자작나무 숲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시상이 솟을 것 같은 분위기다. 초목이 주는 향기와 수액의 냄새가 상큼하다. 나뭇잎에서 뿜어내는 신선한 기운을 마지막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블랙야크

계곡 아래에는 다양한 중생 식물군들이 서식하고 있다. 위로는 오로지 흰빛이 찬란한 히말라야 산맥의 또 다른 녹색 변경선이다. 참으로 절묘한 조화다. 대자연의 오묘함에 외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텡보체(3,860m)의 급경사는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고비다. 물론 깎아지른 정도는 아니다. 구름을 벗 삼아 깊은 계곡 산중의 구비를 돌고 돌아 가야하는 외로운 길이다. 더 이상 올라가지 말고 그냥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쿰부 히말라야는 걸으면 걸을수록, 높이 올라서면 올라설수록 원시적 토착의 세계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그리움이 피어오른다. 순간 고독도 함께 엄습한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바람결 속에 나부끼는 여정은 계속된다. 육신은 힘이 들어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그러다 보면 희박한 산소와 저기압 속에서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내 육신을 내려놓는 법을 이미 체득한 까닭이다.

고락셉

디보체를 지나 팡보체(3,930m), 페리체(4,270m), 로부제(4,950m)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오르면 5,140m의 고락셉이다.

여기부턴 아주 춥다. 그러나 하늘은 찬란하다. 낮엔 차디찬 심연의 바다에서 금방 퍼올린 쪽빛의 하늘을 볼 수 있다. 밤엔 무성한 별이 너무 가까워 경이롭다. 절대적 정적 때문에 장엄하기까지 하다. 잠자리에 들 무렵 창문 사이로 들이민 별빛은 고단한 심신을 달래준다.

고락셉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다. 에베레스트BC와 칼라파타르(5,550m)로 가는 길이다. 어디를 갈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고소에서 오래 머물기는 어렵다.

양쪽을 모두 가볼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직면하면 두 곳 다 가보기는 어렵다. 등정에 관심 있는 사람은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게 좋다. 그리고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칼라파타르로 향해야 한다.

쿰부 히말 트레킹의 끝은 온전한 고립 속에 내면으로 침잠하는 산행이다. '오체투지'의 심정으로 힘겨워하는 몸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결국 허허로운 내면의 공간을 향해 다소곳이 합장하는 행위다.

'나마스테'와 '비스따리', 그리고 '옴마니반메훔'.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팁

△가는 길=인천~카트만두 구간의 직항편이나 홍콩 또는 방콕을 거쳐 가는 환승편을 이용할 수 있다. 비행시간 약 7~8시간 소요.

△비자=네팔공항에서 증명사진 1장과 25달러를 내면 15일짜리 멀티 비자를 받고 입국심사를 한다. 단,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다.

△통화=단위는 루피(Rs)와 뻐이샤(P)가 있다. 실생활에서는 주로 루피가 사용되며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재환전 한다.

△특산품=고산지대에서 사는 산양 속 털을 채취해 만든 최상급 모직, 파시미나가 유명하다. 파시미나로 만든 스카프나 숄이 특히 인기다. 석청과 커피, 녹차도 유명하다.

반갑지 않은 손님 '고소'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게 '고소', 즉 고산병이다. 고도를 갑자기 올릴 경우 생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온다.

몸속 산소 부족으로 혈액순환이 저하돼 두통이나 소화불량, 불면증, 무기력증, 손발 저림, 실어증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소증세는 단 몇 백m만 아래로 내려만 가도 씻은 듯이 낫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트레킹에서는 고소적응 기간을 두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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