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가 낳은 대한민국 무용계의 거장 고(故) 송범 선생의 예술과 삶을 조명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국수호·정재만 등 '현대 한국무용 거장 7인' 공연
청주시립무용단(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 김평호)은 송범 선생 추모 5주기를 맞아 특별공연 '별의 전설 아! 송범'을 5일 오후 7시30분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모두 2부로 구성된 이번 무대에는 송범의 제자들인 국수호, 정재만, 손병우, 양승미, 윤성주, 최영숙, 김승일 등 현대 한국무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예술 대가들이 1부에 등장한다.
먼저 손병우가 '생령(生靈)의 신음'으로 무대를 연다.
'생령의 신음'은 송범이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중에서 반주음악을 삼아 6·25의 비극을 주제로 표현한 작품으로 지난 1959년 시공관에서 초연됐다. 미국 계열의 현대무용 기법이 도입되기 전, 독일의 메리 뷔그만의 현대무용 기법을 이용해 창작되어진 현대무용 형태라는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이어 김승일·양승미의 '연가(戀歌, 사랑가)'가 펼쳐지는데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의 세계민속예술제전에 한국민속예술단의 레파토리로 선정돼 처음 무대에 올렸던 '연가'는 한국적인 남녀의 사랑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춘향과 이도령의 시추에이션을 빌렸다. 음악도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사랑가 대목을 기악곡으로 사용해 한국적인 정서를 잘 나타냈다는 평을 받았으며 송범이 직접 도령으로, 김문숙이 춘향으로 초연했다.
정재만이 선보이는 '사념'은 '근대 전통춤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 한성준의 승무를 보고, 신무용의 거장이자 송범의 스승인 고 조택원이 창작한 '승무의 인상-가사호접'에 송범이 부처에 회귀하는 한국적인 윤회사상을 추가로 더한 작품이다.
깊은 연륜을 쌓고 경지에 이른 한 예술가의 노년의 심성을 춤으로 표현한 '황혼'은 송범 무용의 한국무용 중 선의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낸 대표작이다.
무대는 최영숙의 '황혼', 윤성주·손병우의 '달빛 아래서', 국수호의 '가사호접(袈裟胡蝶)', 청주시립무용단의 '달과 여인(강강술래)' 등으로 이어진다.
'달빛 아래에서'는 86년 아시안게임 문화행사 일환으로 창작된 무용극 '은하수' 중 한 장면으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담긴 사랑과 운명을 주제로 한 이인무이며 시인 정지용이 지어준 이름인 '가사호접'은 조택원과 일생을 같이한 춤으로 1975년 그가 문화훈장 수상기념 한·일합동무용공연 때 제자였던 송범에게 물려준 춤이다.
'달과 여인'은 한국 전통춤인 강강술래의 형식을 빌려 재창작한 작품으로 높이 떠있는 보름달 아래 처녀들이 손에 손을 잡고 맴돌며, 노래하며, 가을에 낭만을 수놓는 모습이 연출된다 .
2부에서는 모두 6장으로 구성된 '도미부인'을 청주시립무용단이 공연한다.
송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무용극 '도미부인'은 1984년 초연돼 국내 최장 춤 공연 기록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150여 차례 상연했다.
백제의 평민 도미와 그 아내의 의리와 정절, 이를 시험하려는 개루왕(蓋婁王)의 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미설화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이다.
◇'송범' 추모 학술세미나·사진전
송범선생추모추진위원회(위원장 유명옥)도 같은 날 송범의 춤 세계와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와 사진전을 갖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추모 행사는 대한민국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과 예술감독으로 20여 년간 활동하다 2007년 작고한 송범 선생을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날 오후 4시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선생이 근대무용사에 미친 업적을 조명하고 현재 충북무용계의 동향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정동극장 공연기획 전문위원이자 근대춤연구회 이사인 이송 씨가 '송범의 예술세계와 무용사적 의의'를 주제로 발표를 한다.
이어 '작고 예술인 조명사업과 송범(무용가)', '현장 예술가를 위한 문화예술시설 재배치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이상신(전 충북무용셥회장), 박혜란(중부대 교수), 오진숙(충북무용협회 이사)씨가 토론자로 참여해 송범 선생의 업적을 기린다.
같은 날 청주예술의전당 로비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송범 선생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전에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선생의 모습이 담긴 20여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 김수미기자
◇ 송범 약력
본명 송철교(1926~2007).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에서 태어났다. 1973년 창립한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을 맡은 뒤 1992년까지 20년 동안 무용단을 이끌었던 한국 무용의 거목이다. 한국 전통 춤사위에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키며 한국 창작무용을 이끌었다. 무대예술로서 한국 무용, 드라마의 요소를 작춘 장막 무용극을 선도하며 한국 무용의 발전에 기여했다.
대표 무용극으로 '도미부인'이 있고 1984년 초연된 이후 한국 춤 공연사상 최장의 공연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에서 150여 차례 무대화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