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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냥을 떠나보자

'제천·진천·음성·보은' 수렵지역 허가

  • 웹출고시간2011.12.18 19:33: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제 야생 멧돼지는 서식지에서 천적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나 생태계 질서마저 뒤바꿔 놓았다. 나무의 밑동을 파헤쳐 고사시키고 숲을 헤집어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등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몇 해 전에는 영동에서 야생 멧돼지에 물려 노인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됐다. 유해 조수는 야생멧돼지만이 아니다. 고라니의 피해는 더하다.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산짐승은 멧돼지보다 오히려 고라니가 더 심각하다. 고라니 때문에 산 주변에 콩을 심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진천군 선옥리에서 농사를 짓는 권민준(64)씨는 "고라니는 콩을 제일 좋아 한다. 콩 열매는 물론이고 콩잎까지 죄다 먹어버린다. 고라니가 나타나는 산 아래 콩밭은 수확 철이 되면 앙상한 콩대만 남게 된다."라며 "콩뿐만이 아니다. 고라니는 옥수수나 고구마 등의 밭작물을 싹쓸이함은 물론 논의 익어가는 벼까지도 먹어치우거나 휘저어 벼를 쓰러뜨려 엉망으로 만든다. 그 놈들이 다녀간 자리는 벼가 쓰러져 여물지 않고 풀만 무성하게 자란다."라며 "겨울에 사냥을 많이 해서 다 잡아가주면 고맙겠다. 한겨울에 들리는 총소리가 우리 농민들에게는 고마운 종소리처럼 들린다."라고 말했다.

◇출발, 겨울 사냥


지난 16일,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 기자는 엽사 경력 20여년의 김경준(60)포수와 15년 경력의 육종호(57), 13년 경력의 신철기(54)포수를 따라 올 겨울 수렵허가 지역인 진천군 지역으로 겨울사냥을 나섰다. 사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냥개다. 함께 동반한 사냥개는 세터종이다. 이름은 찬과 퉁퉁이 그리고 쿡쿡이다. 육포수는 "퉁퉁이는 새끼 때 일을 '퉁퉁' 저질러서 퉁퉁이라 지었고, 쿡쿡이는 사냥 갈 때면 내 다리를 자꾸 '쿡쿡' 찔러서 쿡쿡이라고 지었다."라며 활짝 웃는다. 육포수의 웃음사이로 햇살이 부딪힌다. 사냥개들은 차량 뒷문을 열자, 익숙한 듯 재빨리 올라탔다.

사냥견 '찬이'

출발은 정확히 9시다. 벌써 코끝이 아릴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허연 입김은 차안에서도 내뿜어진다. "사냥하기 전에 주의할 사항 같은 것 있나요·"라고 묻자, 김엽사는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또 어떤 사냥꾼은 나쁜 꿈을 꾸면 그날 사냥을 포기하기도 한다. 담배는 절대 금물이다."라며 힐끔 육엽사를 바라본다. 육엽사는 담배를 하루 3갑 피우는 골초다. "아이고 형님, 저도 이제 담배 끊었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떤다. 사냥터로 가기 전, 사천동지구대에서 총을 찾아왔다. 김엽사의 총은 이태리 산 베레타로 유레카391종 4연발. 육엽사와 신엽사의 총은 이태리 산 베네리 5연발이다. 오늘 사냥감은 꿩과 고라니다. 색다른 신천지, 사냥터로 떠나는 마음이 마냥 설랬다.

◇다시 눈은 내리고

터널을 지나자 온통 눈 천지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라고 한 야스나리의 '설국'이 생각에 맺혔다. 내부 온도계가 가리키는 바깥 날씨는 영하 12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월이라는 표지판이 눈이 들어오면서 차는 갈대가 무성한 하천가로 방향을 틀었다. 차량 바퀴가 진흙더미에 파묻혔지만 4륜구동의 위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반들반들하네."라고 육포수가 중얼거린다. 이미 사냥꾼들이 많이 다녀갔다는 뜻이다. 1시간동안 하천의 갈대를 헤매고 다니다 육 포수가 손을 들었다. "햇발자국이다."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하얀 눈 위에 고라니 발자국이 선명했다. 방금 지나간 흔적이다. 방향은 종잡을 수 없이 산만했다. 찬은 아래쪽 갈대밭으로 내닫고 포수들은 긴장한 듯 찬의 움직임만 뚫어질 듯 주시한다.

고라니를 지키고 있는 사냥견

10여분 뒤, 찬이 덤불 앞에서 포인(사냥개가 주인으로 하여금 가까운 거리에 사냥감이 있으니 사격준비를 하라는 표시)을 했다. 잠시 후 김포수가 "물어!"라고 외치자, 찬이 달려듬과 동시에 두 마리의 고라니가 반대방향으로 튀었다. '탕, 탕, 탕!' 고막을 찢을 듯 총소리가 울렸다. 산 쪽으로 달아나던 고라니는 이미 종적을 감추었지만, 들로 내달리던 고라니는 한순간 푹 고꾸라졌다. 찬은 달아나는 고라니를 뒤쫓았다. 그때 다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고라니가 흘린 핏자국을 눈이 다시 덮고 있었다. 혀를 길게 빼물고 허연 김을 연신 입에서 내뿜는 찬은 쓰러져 있는 고라니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고라니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하고 맑은 눈이었다. 마음이 싸하게 아파왔다. 멀리서 청둥오리의 날개 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하늘에서는 송골매가 빙빙 돌았다.

◇비상 그리고 추락


사냥개 퉁퉁이가 덤불속을 헤집는데 한 마리 꿩이 날아올랐다. "탕, 탕!" 신포수가 하늘로 날아오른 꿩을 향해 쏘았지만, 빈 나뭇가지만 떨어뜨렸다. 꿩의 비행시간은 짧다. 일행은 꿩이 날아간 반대쪽 산을 향해 이동했다. 커다란 산 두 개를 넘으니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갔고, 땀은 몸에 차올랐다. 겹쳐 입은 옷들이 둔하고, 버거웠다. 등산은 일정한 산길을 따라 오르면 그만이지만, 사냥은 온갖 가시덤불과 나뭇가지를 헤치고 나아가야만 했다. 바위를 넘고, 물을 건너 눈(眼)으로 길을 만들며 가는 것이다. 사냥은 기다림과 집요한 추격의 연속이었다. 사냥개는 포수의 예민한 촉수였다. 검불과 숲을 거침없이 수색해 들어가며 보이는 모든 행동을 포수는 읽어낸다. 사냥개가 몸짓으로 신호를 보내면 포수는 신호를 읽고 해석하고 판단한다. 사람이 갈 수 없는 수풀과 험로를 수색해가는 사냥개는 주기적으로 주인에게 돌아와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확인하고 다시 내달린다.

햇살이 잦아들자, 물색이 어두웠다. 산의 저녁은 쉬이 온다. 온 몸에 한기가 어릴 무렵, 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한 일(一)자로 비상하던 꿩이 'ㄱ'자로 꺾여 땅으로 추락했다. 비상(飛上)과 추락(墜落)이 극명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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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