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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5.10 16:07: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남근

세명대 교육학 교수

<수호지>에 복마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북송 인종(仁宗) 때의 일이다.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인종은 신주의 용호산에서 수도하고 있는 장진인(張眞人)에게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기도를 올리도록 부탁하기 위해 홍신(洪信)을 그에게 보냈다. 용호산에 도착한 홍신은 마침 장진인이 외출하고 없기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전각을 보게 된다.

이상하게 여긴 홍신이 안내인에게 무슨 전각이냐고 물으니, 안내인은 옛날에 노조천사(老祖天師)가 마왕을 물리친 신전으로,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자 홍신은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여 안내인을 거의 위협하여 문을 열게 하였다. 문을 열어 보니 신전 한복판에 석비가 있었는데, 그 뒷면에 "드디어 홍이 문을 열었구나"라는 글귀가 있었다. 홍신은 마왕이 석비에 있다고 생각하여 어서 석비를 파내라고 지시하였다. 한창 파내어 들어가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다가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에 홍신과 안내인들은 넋이 빠져 있었다. 때마침 장진인이 돌아와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셨군요. 그곳은 마왕 108명을 가두어둔 곳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그들은 머지않아 나라에 큰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장진인의 예견대로 1121년에 송강(宋江)이 주도한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이와 같이 복마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이며, 기회만 있으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곳이다.

얼마 전 터진 일부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부산저축은행의 비리는 말 그대로 복마전이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저지른 불법대출, 분식회계, 배임행위 등을 모두 합하면 자그마치 7조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강심장들도 기절할 노릇이다. 불법대출만 해도 부실화의 위험이 큰 프로젝트 화이낸싱(PF) 대출이 30%인 규정을 크게 웃돌아 70%에 이르렀다. 검사역들은 자산건전성을 부당하게 분류한 대출을 서류 검토만으로도 쉽게 적발할 수 있었음에도 자기자본비율을 잘못 계산해 경영개선명령을 피해갈 수 있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PF대출을 일반대출로 속였으며, 이런 부당대출을 파악하고도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영업정지를 내리기 전에 친인척이나 큰 손들의 돈은 미리 불법으로 인출시켰다는 점이다. 힘없는 서민들만 골탕을 먹은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저축은행의 불법과 비리를 감사할 목적으로 임명된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들이 되레 저축은행의 대주주 및 계열은행장과 한통속이 되어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당연한 귀결이었다. 오히려 비리가 안 생긴다는 것이 이상할 일이었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감사로 추천되었고, 감사들에게 고액의 연봉과 뒷돈을 주니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었으며, 설사 비리가 적발돼도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적발을 무마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었다.

참으로 기가 차고 슬픈 일이다. 서민금고인 저축은행이 서민경제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되레 한 푼 두 푼 모은 알토란같은 돈을 불법부당하게 주물러 서민들의 삶을 주저앉게 만든 것이다. 이런 복마전이 부산저축은행 뿐이겠는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금융기관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헤아려 보아야 할 일이다. 그래서 더 이상 불법의 마왕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굳건한 철문을 만드는 구조적 개혁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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