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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11)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10.09 15:04:58
  • 최종수정2023.10.09 15:04:58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 함우석주필
흙길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고즈넉하다. 참나무 밤나무 행렬이 한동안 계속된다. 소나무 타고 오른 담쟁이 잎에 물이 든다. 색감에도 별다른 기교가 없어 정이 간다. 일찍 찾은 단풍에 마음도 반갑게 물든다. 이음 길과 갈래 길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오솔길 들어서면 어김없이 갈림길이다. 솔숲 지나고 가지런한 계단이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쉬엄쉬엄 숲과 꽃향기 맡으며 걸어간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 함우석주필
◇은적산(208m)

늦은 아침을 먹고 강내면으로 내달린다. 탑연리 친구네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오전 10시 친구와 함께 길을 찾아 나선다. 가을들녘의 풍요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지나는 들녘마다 가을녹음이 한창이다. 곧 다가올 풍요로운 만추를 대비 중이다. 산길 풍경이 번갈아 자리를 바꿔 변한다. 큰 힘 들이지 않고서 풍경을 즐기며 간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걸어간다. 흙길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고즈넉하다. 참나무 밤나무 행렬이 한동안 계속된다. 숲길이 고도를 올려 능선으로 안내한다. 소나무 타고 오른 담쟁이 잎에 물이 든다. 색감에도 별다른 기교가 없어 정이 간다. 일찍 찾은 단풍에 마음도 반갑게 물든다. 이음 길과 갈래 길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숲길 여기저기에 들고나는 샛길이 많다. 허나 갈 길 찾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정표가 알려주는 대로 가면 분명하다. 솔숲 지나고 가지런한 계단도 올라간다. 산자락 아랫도리로 길이 길게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자연을 빼닮은 작은 벤치에 앉아도 본다. 쉬엄쉬엄 숲과 들 향기 맡으며 걸어간다.

수타리봉 정상석.

ⓒ 함우석주필
출발한 지 30여분 지나 수타리봉이다. 널찍한 쉼터서 한동안 시원함을 즐긴다. 수타리봉을 내려와 은적산 쪽으로 간다. 청주하이테크 산업단지 도로를 따른다. 돼지감자꽃과 야관문꽃이 길가에 핀다. 연노랑 들판 거쳐 불당골 굿당에 닿는다. 연정고개에서 산딸나무 숲을 헤쳐 간다. 수타리봉 지나 고개까지는 어렵지 않다.

연정고개에서 서쪽으로 천천히 걷는다. 불어오는 10월의 산들바람이 시원하다. 완만한 산줄기를 따라 느릿느릿 오른다. 은적산 가는 능선길이 온통 알밤 밭이다. 한 옆에선 보랏빛 산박하 꽃이 그윽하다. 좁았던 오솔길은 어느새 넓은 길이 된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숲길이 끝나며 시멘트 포장길을 만난다.

여기서 바로 은적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시멘트 길을 몇 걸음 하면 단군성전이다.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풍경을 펼친다. 평화로운 명상의 세계가 마음에 퍼진다. 산에 든 빈 마음이 깊은 곳으로 따라간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눈과 귀가 쭉 열린다. 오감이 예민해지고 코 평수가 넓어진다. 느끼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

연정고개 생태탐방로.

ⓒ 함우석주필
국조 단군의 얼이 서린 은적산 정상이다. 활고개 연꽃마을서 쉽게 올라가도 된다. 고속전철 다니는 고가철도 바로 밑이다. 그 아래 산으로 오르는 포장길이 보인다. 도로가 산 정상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차를 타고 손쉽게 갈 수 있는 길이다. 산길 따라 15분이면 모두 오를 수 있다. 유서 깃든 산으로 여기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긴 시간의 순환형 산길코스도 있다. 들머리를 연정리 쪽으로 정할 수도 있다. 연정리 마을에 차를 세워놓고 가면 된다. 연정고개서 활고개 쪽으로 가는 길이다. 은적산 동쪽 능선을 밟아가는 구간이다. 청주와 조치원 잇던 594번 옛 도로다. 36번 도로 전까지 길로 오래 사용됐다. 저산 역참이 저산리에 있었을 정도다.

단군문화를 만나면 감회가 새로워진다.·조상의 뿌리를 만나 흐뭇하기 그지없다. 개천절과 3월15일(음) 어천제가 열린다. 국조 단군 돌아가신 날을 기리는 행사다. 최근에는 1월1일 해맞이 행사도 치른다. 산정서 내려다보면 시야가 환히 트인다. 주변 환경이 명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단군성전이 입지할만한 그런 공간이다.

당산봉 정자.

ⓒ 함우석주필
은적산은 작고 낮지만 나름 산세가 있다. 정상에 서면 멀리까지 보는 조망이 좋다. 논밭과 함께 펼쳐진 마을들이 꽤 정겹다. 그런데 산행거리가 짧아 싱겁기는 하다.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산은 결코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단군성전이 여기 있다. 저산산성과 봉수터는 역사를 말해준다. 걸어가면서 주변 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정상부의 단군성전은 역사의 현장이다. 단군성전 옆에 단군상 모습도 근엄하다. 저산산성 봉수가 서있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초기까지 이용하던 봉수터다. 단군성전을 건립하며 대부분 훼손됐다. 산성과 봉수터가 함께 복원됐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더 훌륭한 성전이 됐을 게다. 단군성전 앞이나 정자에서 쉬기도 좋다.

은적산 가는 길 들판 풍경.

ⓒ 함우석주필
은적산은 200m급 낮은 준 산간에 있다. 빠르게 오른 산 정상은 하나의 망루 같다. 멀리 보이는 시원스런 전망도 매력이다. 정상서 남쪽으로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서쪽으로 미호강 건너면 오송 신도시다. 좀 더 멀리로는 세종시가 건너다보인다. 동북쪽으로는 부모산이 멀리 조망된다. 동남쪽으로는 팔봉산 능선이 시원하다.

은적산 가는 길 곳곳에는 묘지가 참 많다. 언뜻 보면 동네 뒷산의 평범한 모습이다. 산세의 특징이 크게 뛰어난 산도 아니다. 하지만 산객들이 자주 찾는 까닭이 있다. 서쪽 산줄기 아래엔 저산리 마을이 있다. 저산 들판의 풍광이 시원하고 풍요롭다. 건너에선 부강지역이 대전과 마주본다. 거기 너머론 세종시내 전월산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오룡리 수타리봉이 보인다. 그 뒤로 부모산이 서청주로 쭉 이어진다. 우암산이 희미하게 내려앉을 때도 있다. 서쪽으로는 오송 들녘이 노랗게 물든다. 조천 너머 세종시가 슬며시 다가온다. 동쪽으론 팔봉산이 남북으로 이어진다. 열 개 넘는 봉우리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한남금북정맥 팔봉지맥이 힘차게 뻗는다.

단군성전 전경.

ⓒ 함우석주필
은적산은 대표적인 청주 해맞이 명소다. 높지는 않지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인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었다. 정상에는 삼국시대에 축성된 성이 있다. 테뫼식 산성인 저산성 흔적이 남아 있다. 고려 시대 봉수터가 남아 있어 복원됐다. 단군성전과 해맞이 명소로 알려져 있다. 미뤄 보면 주변에서는 크고 높은 산이다.

은적산이란 이름의 어원이 궁금해진다. 지명사를 통시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어원을 통계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 추정해보면 은적산은 온적산서 변했다. 잣산에서 적산, 저산으로 변이된 것 같다. 은자는 잣(山)을 수식하는 말로 추정된다. 대체로 크다는 의미로 온이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은적산은 주변에서 큰 산이다.

단군문화유적은 전국적으로 3곳 있다.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이 대표적이다. 태백산 천제단과 구월산 천제단도 있다. 드물게도 은적산은 제단 아닌 성전이다. 은적산의 뿌리는 백두산에서 근거한다. 속리산서 시작한 한남금북정맥 가지다. 금강줄기에 뿌리내린 지맥의 중심이다. 정상에 단군성전이 자리하는 까닭이다.

장승부부.

ⓒ 함우석주필
전국의 명산과 명당은 대략 절집 몫이다. 허나 은적산은 드물게 성전이 차지한다. 단군묘 여부도 모르고 돌아가기 일쑤다. 단군 진묘가 아니라 가묘로 조성돼 있다. 1985년 홍익문을 건립하고 10년만이다. 북한의 정치적 단군릉 조성과는 다르다. 은적산 단군성전 단군묘는 신앙적이다. 좌우에는 단군석상과 천부경비가 있다.

좌청룡 우백호처럼 명당 기운이 서린다. 천부경비는 전국에서 2번째로 건립됐다. 단군 성전 앞에 장승 부부가 해학스럽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정보소 역할을 한다. 돌 솟대를 지나면 3개의 문이 기다린다. 홍살문과 배달문, 홍익문이 쭉 이어진다. 신선계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기분이다. 단군성전은 홍익문을 지나 그 안에 있다.

나갈수록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성전의 역사는 1945년으로 올라간다.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건립 추진됐다. 독립운동가 김재형 선생이 나서 앞섰다. 여러 뜻을 모아 단군봉찬회를 조직했다. 국조단군환검지비를 세우고 제도 올렸다. 현재 성전은 군비보조를 받아 건립됐다. 단군성전 뒤편 단군묘가 아주 흥미롭다.

이화정.

ⓒ 함우석주필
이화정에서 내려다 본 전경이 멀리 간다. 아침이면 연정소류지에 물안개가 핀다. 솔숲 너머 골짜기가 흰 안개로 가득 찬다. 농담 짙게 밴 수묵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현실 속의 아침 산골풍경이 몽환적이다. 소류지의 아침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안개 품은 소류지가 산수화의 주인이다. 한낮엔 오송, 세종시가 주인공 풍경이다.

가을이 살포시 다가와 슬쩍 자리 잡는다. 맑은 고을에 파랗게 온 빛깔이 노래진다. 뜨거운 한낮의 볕은 숲과 들판을 익힌다. 소나무가 가을볕을 받아 기세가 오른다. 참나무엔 노란 단풍이 스르륵 다가온다. 이즈음 은적산 산길엔 호젓함이 넘친다. 단군성전 비탈길 너머로 알밤이 터진다. 여기저기서 가을이 달콤하게 익어간다.

가을날 말간 햇빛이 푸른 숲에 부딪친다. 나무냄새가 숲의 향기를 풍성하게 한다. 나무 위로 바람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소나무 너머로 파란 하늘이 작게 보인다. 흔들리는 갈참나무 소리가 자작거린다. 얽매였던 긴장의 감정이 스르륵 풀린다. 바람에 섞여 온 피톤치드 향이 편안하다. 숲이 이젤을 펴고 물감을 풀어서 놓는다.

은적산의 새 이미지가 별도로 각인된다. 수직 세상서 수평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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