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수연 김성순 충북시인협회 회원 쉼도 없는 삭풍은 밤새 울고 여남은 낙엽이 손 흔들며 이별을 고하는 동짓달 스무여드레 막내가 떠나던 날 육 남매가 오 남매 되던 날 나풀나풀 내리던 첫눈이 왜 그리 슬퍼 보이던지 잿빛 하늘 쳐다보니 눈 물인지 눈물인지
귀농일기 - 매실, 꽃피우다 나순옥 충북시인협회 회원 겨우내 숨죽이던 농원이 술렁댔다 매실나무 마른 가지 스쳐 가던 바람이 잠자던 꽃눈 비집고 기어들어 간 것이다 꼼지락 소시락소시락 꽃망울 입을 열고 가슴으로 와락와락 안겨 오는 나무들 봄바람 발장단 치며 부풀리는 매화송이
당근과 채찍 계숙희 밤새워 수다 떨다 늦잠 자 지각했네 핸드폰 압수하고 혼쭐나 눈물바다 돌려줘 하루도 못 가 협상 결렬 재압수 훈육의 과정에서 상처는 어쩔 수 없다 때맞춰 고쳐야지 평생에 고질된다 눈물을 펑펑 쏟고야 굴복하는 저 아이 자신의 감정표현 말로 해 울지만 말고 생각을 차근차근 말로 해 보라니까 수백 번 가르쳐줘도 고집쟁이 답답아 부모의 훈육 과정 아이마다 다르다 말귀가 어두운 놈 한고집 불통인 놈 한집에 아롱이다롱이 품어 안고 갑니다
쓰담 쓰담 최진섭 충북시인협회 부회장 가을 대운동회 손꼽아 기다리던 뜀뛰기 선수였던 못난이 꼬맹이는 수줍은 더벅머리에 참기름을 덧칠하고 국어 산수 공부는 꽁다리서 일 이등 뜀뛰기 일등 먹고 공책 연필 한아름씩 한 가슴 숨어보시던 엄마 더벅머리 쓰담 쓰담 갈대숲 모진 바람 흰 머리칼 휘날리는 무는 개 짖지 않고 짖는 개 물지 않아 아들아 세상사 시끄러울 땐 침묵하고 있거라
요양원 일기 - 새로운 시작 박재용 충북시인협회 회원 잠에서 깨어 창문을 바라보는 일 경이로움으로 바라볼 때 스스로 겸손해지는 일 하얀 눈이 길을 덮고 발이 묶인 차들이 침묵으로 쉬고 있을 때 평화롭다 모두가 앉은 자리에서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하는 시간 평화롭다 아주 먼 먼 산 그곳에서 햇살 느린 걸음으로 올라올 때 맨 처음 여린 나뭇가지에서 툭 하고 기지개를 켜는 사이 새들이 먼저 눈을 뜨고 처음 내딛는 발걸음 가볍다 어떤 일이나 처음 맞이하는 것은 기쁜 일 설렘이 머무르는 그 순간은 행복한 일이다 처음을 끝나는 날까지 기억하자 언제나 새날처럼
정북토성 김선중 충북시인협회 감사 고라니가 감탕 위로 달린다 갈대가 길을 내주며 흔들거리고 잠자던 것들이 깨어나 해자에 겹겹이 쌓여있던 수루를 바라보는 동네 처자 병사와 눈이 마주치자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토성 위 서 있는 소나무가 외롭다 길 위에 둘이 넘어질 듯하다 데이트하는 연인인가 곡식 창 수비군 보이지 않고 처자의 한숨이 사라졌다 성 한쪽이 무너져 간다 뜰 안 넓은 땅 망초꽃이 피었다 어둠 속에 행진하는 병사들 처자도 왔다 켜켜이 쌓여있던 볏단 달그림자가 길다 어둠 속 하늘과 땅이 겹치고 둔덕이 둔부를 닮아간다 거대한 테두리가 꿈틀거리는 문지기가 서고 비빌 언덕이 되는 시간 저녁놀이 붉다 처자의 염원을 담은 고추가 비행기가 만든 하얀 금줄에 매달리고
겨울비 그친 연못 이난희 충북시인협회 이사 싸라기눈이 내린다 하늘빛 어둡더니 추적추적 겨울비로 우산을 적신다 한겨울 낯선 비 비로 변한 눈이 우는 듯 창밖 불빛에 스미는 찬기 서린 외로움 겨울비의 고독이 같이 서 있다 그리운 마음 마음 한 서린 눈꽃 망울에 곱게 맺히리
눈꽃 임준빈 충북시인협회 회원 모든 빛깔이 합치면 희듯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슴을 맞대고 슬픔, 사랑, 미움, 용서가 손을 잡고 하늘, 땅, 바다, 강물이 합수해도 희다 만물의 창조주는 그래서 흰 옷을 입는 걸까 겨울 숲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인류의 꽃,* 환히 꽃등을 켰다. *인류의 꽃- 직지(直指)
등산길 돌탑 오하영 충북시인협회 회원 등산로 양쪽 십 미터마다 돌탑을 정성 모아 쌓는다 길가 버려진 돌멩이 주워 구 층 십 층 돌탑 우뚝우뚝 숲길 흙범벅 자갈돌도 멋진 예술 조각품으로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순식간에 확 바뀐다 울퉁불퉁 뾰족 납작 돌 잔돌로 괴고 높이 높이 사람도 누굴 만나기 따라 악마도 되고 천사도 된다
병실에서 김경재 상당문학회 회원 흰 구름 머무는 곳 그곳이 극락이어라 요동치는 파도인 양 굴곡진 삶이여 포근한 일상의 평범함이 무너진 지금 마음 허무는 고통의 연가는 흐르고 노을 진 석양에 공허함도 새벽 여명의 찬란한 광명 마저 파도에 묻혀버린 시간이어라
[충북일보] 최근 청주시 미호강변에서 아주 기묘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새벽에 수백여 명의 인파가 강변 공원 앞에 줄을 서있는 낯선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젊게는 30대에서 많게는 70대 노인까지 행렬에 참여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아예 돗자리를 펴고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충북일보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들은 미호강 파크골프장에서 '2025 생활스포츠지도자' 실기·구술 시험을 보러온 응시자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 야심한 시간에 줄을 서고 있었을까. 그 이유는 파크골프 종목 생활스포츠지도자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식 시험장이 전국에서 청주 딱 한 곳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천여 명의 응시자들이 서로 연습기회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 응시자에게 왜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이냐고 묻자 "밤 11시부터 줄을 서도 새벽 5시 30분 파크골프장 개장시간에 대기번호 후순위를 받을 정도"라며 "줄을 서지 않으면 입장조차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춘천에서 왔다는 또 다른 응시자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하루 1번 겨우 연습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전날부터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청주시가 청주시설관리공단을 도시공사로 전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16일 시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청주시의회 정례회에 '청주도시공사 설립 및 운영 조례'를 상정할 예정이다. 시가 시의회에 상정한 조례안에는 기존 청주시설관리공단의 기능을 확장해 도시개발사업과 위수탁·대행사업을 수행하는 통합형 공사를 만드는 방안이 담겼다. 시가 공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앞으로 지역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개발사업을 타 기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추진하기 위해서다. 현재 청주시는 개발사업을 주도할 주체가 없어 대부분의 개발사업을 LH나 충북개발공사, 민간사업자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설관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청주시설관리공단으로는 각종 개발사업을 처리할 여건이 안된다는 것도 시가 새로운 컨트롤타워 조직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청주시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중심지역이고 공항과 철도, 도로 모두 발달해 앞으로의 개발 수요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도시공사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시는 시설공단이 도시공사로 전환되면 도시개발에 따른 이익이 지역에 환원할 수 있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