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박영규 충북시인협회 회원 저기 저 물속에서 떡방아소리 들린다. 명절이면 눈은 사립문 밖에 나가 있고 손은 문어발 되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던 어머니가 그리운 이들이 저기 저 물속에서 ‘꼬끼오’소리 들린다. 새벽이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 목청껏 소리 지르고 마당을 누비다가 제사상에 얌전히 앉아있던 수탉을 알고 어머니의 반가운 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되기를 마다 않던 씨암탉을 알던 저기 저 물속에서 된장찌개 냄새가 난다.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생생하게 보이는 이들이 아이들과 놀다가 애호박 풋고추 파 숭숭 썰어 넣고 대충 끓인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그들이 모여 여기 여 물가에 돌을 세우고 글씨를 새긴다. ‘법수동’이라고.
헛간論 오만환 충북시인협회 이사 어디서 일하다 이제 오시는가 눈 내리는 이 저녁 저기는 다리가 부러졌네 바쁘게 살았지 마늘, 고구마, 비료 포대 호미, 꽃삽, 망태, 집게, 작대기 얼마간의 거리 따지거나 묻지도 말고 썩는 것이 아니고 쉬는 것 기둘려야 해 바람도 자고 갔다 여기서는 누구나 식구가 된다 애틋한 눈빛으로 그저
느티의 마음 김종례 충북시인협회 이사 오래된 느티나무 홍건하게 취했는지 심장부터 타오르는 불꽃으로 지금 수채화를 그립니다 내면의 지주가 흔들릴 때마다 일렁이는 바람 소리로 잠 못 들었지만 지난 인고의 세월을 다 잊어버린 속 좋은 노인마냥 허허허 거리며 연신 축제를 합니다 축복처럼 빛나던 연둣빛 계절에 스펀지처럼 흡수되던 내공의 백신 소망과 상생의 부메랑을 다시 띄워보는 언덕 위 그루터기 터줏대감 느티를 자꾸만 올려다보면 가슴에 들어앉는 삶의 나이테 느티는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고 전설이 되어갑니다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고 느티의 계절여행이 막을 내리면 우수수 후루룩 ~ 빈 손짓을 하며 폭설을 기다리겠지
대설(大雪)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이사 올 한해 질긴 인연 맥 놓여 떨친 낙엽 푸르던 그 기백 어디에다 뿌려두고 헐벗은 앙상한 가지마다 시린 눈 덮고 떠나 호박곶이 무채 썰어 쌀가루에 버무리고 콩 불구고 팥 앙금 대추 밤 준비하여 시루에 켜켜히 담아 찐 대설음식 시루떡 맛 난달 곳간 설가지 곶감타래 단맛 절고 석가래 끝 메주덩이 삼동 추위 맛을 담고 마당횃대 시래기타래 눈바람에 맛이 든다
정년퇴임 안춘화 충북시인협회 회원 사과향이 불꽃으로 튄다 부지런히 벌 나비 치고 천둥번개 악천후에도 결실 위한 쉼 없던 노고 뼈 삭아 늙어버린 몸 화목난로에 던져진 장작개비 마지막 용을 써보지만 마음과 달리 화력 없는 불길 화끈하게 마무리하고 싶던 사과나무 낯빛만 붉히는…
나상(裸像) 최병채 충북시인협회 회원 탐욕의 겉옷을 벗는다 권위의 옷을 벗는다 감추었던 추하디추한 거짓의 가림막을 하나둘 걷어내고 태초의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서 벌거벗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돌아본다 추한 모습 감추기 위해 욕심으로 가득 채웠던 끊임없는 내면의 욕심과 싸우며 지키고자 했던 감춰진 허상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무리 중에 나 또한 하나였음을 인생의 삶이 저물어갈 때 그제야 자신을 깨닫고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게 인생이 아니더냐
밑창에 달라붙은 눈송이 오무영 충북시인협회 회원 찬바람 타고 허공을 떠돌이 하면서 너를 닮은 눈사람 되고 싶었다 굴뚝마다 검은 연기 내뿜으며 도시마다 매연을 토하는 차량들 그예 손발이 잘린 부스러기 되고, 조심스럽게 너의 집 창문을 기웃거리다 흙바닥에 떨어져 흙먼지와 뒤섞이며 너의 신발 밑창에 달라붙었다 발걸음마다 너의 발가락에서 흘러나오는 온기를 독주인 줄도 모르고 핥아먹으며 해죽거리며
바람 관(棺) 김 영 전북시인협회 자문위원 죽은 새는 지상의 것이 아니다 육탈 전문가인 공기는 한때 날개의 좌측과 우측을 담당했었다 바람은 그 방향들을 뒤섞어 놓아 생전의 항법은 죽음의 무법이 된다 깃털이 있는 것들의 전용관(棺)은 바람이 유일하고, 바람의 강도는 주검을 바라보는 무표정의 강도와 비례한다 더는 저공과 고공을 구분하지 않고 가까이 혹은 멀리에 망각을 실천하는 것으로 입관 절차는 끝이 난다 어느 육탈에나 검은 상복을 차려입고 몰려드는 개미들은 죽은 새의 창공에 얽히고설켰던 방향을 한참이나 풀어낸다 자신의 뼈를 채운 기억이 없는 새는 자신의 항법이 비워지는 일에도 아랑곳없다 구부러진 못을 버리듯 지상은 가늘고 속이 빈 뼈들을 무심하게 버릴 뿐이다 어느 평원엔가 있다는 지상화에는 지금도 깃털이 돋고 있다는데 한 호흡 한 호흡이 알고 보면 온갖 가벼운 것들의 관이라는 사실은 빈 뼈마다, 늙은 호흡마다 익힌 적 없는 슬픈 소리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 어머니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회원 살이 담벼락에 걸릴 때마다 어머니의 노랫가락은 경전처럼 투명해 집니다 노랫가락은 낮은 곡조로 더해가고 감나무 가지 끝을 지나온 바람이 배추밭 푸른 잎마다 출가를 돕고 있습니다 바람 따라 날아온 참새 두 마리 배춧잎에 앉아 새참 즐기고 굽은 어머니의 손가락처럼 바싹 오그라진 배춧잎들 구순의 어머니 이제는 더는 못한다 하시면서도 딸에게 고소한 김장배추 담는 법 잘도 일러 줍니다 긴 시간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어머니 남은 세월 비단길만 주고 싶은 딸의 기도가 배추꽃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 배추꽃에서 맥박 같은 어머니의 숨소리가 시려 목이 메어 오는 날입니다
공전 김정범 충북시인협회 회원 수수께끼 무한궤도를 돌고 있어 높고 경사진 고도, 미친 별을 지나왔지 진흙 깔린 언덕에 이르자 헛바퀴가 돌고 몸은 땅 깊숙이 가라앉았어 자정이 되어서야 보았어 뱀 혓바닥처럼 갈라진 등, 그을린 잎새 마찰에 탄 마른 풀잎의 자취를 시동을 다시 걸자 정강이뼈에 박힌 나사가 비명 질렀어 흠이 난 고무호스에서 새어 나오는 쉰 목소리 쓸모없는 행성, 쨍그랑 깨지는 살얼음 소리 불현듯 소스라치며 깨달았지 나의 바퀴가 그림 붓이라는 사실을 궤도에 스친 것은 갯지렁이 자국으로 사라지고 남은 물감이 허파에서 잔물결 치고 있어 어느 별에 닿아야 시간의 붓은 제 그림을 그릴까 어둠 속 금 간 헤드라이트를 비추어도 자기 눈을 볼 수 없는 캄캄한 공전, 불멸과 멀어지는 먼지의 까만 불꽃
[충북일보] 그림같이 알록달록한 색의 조합이다. 뽀얀 크림 사이에 여러 과일의 단면이 보인다. 양손의 엄지와 중지를 모아 만든 동그라미만큼 커다란 크레이프 롤이다. 한 조각씩 그릇에 가지런히 놓은 투명한 냉장고가 마치 액자처럼 보인다. 겨우내 가장 많이 들어가던 딸기는 더워진 날씨를 따라 생망고에 주인공 역할을 넘겨줬다. 크레이프롤 전문점으로 입소문이 난 카페 포하다. 크레이프롤은 이연주 대표가 카페를 시작하면서 꼭 만들고 싶었던 디저트다. 제철 과일을 꼬박꼬박 챙겨온 연주 씨는 과일을 즐기는 않는 이들에게도 과일 맛을 전하고 싶었다. 애써 과일을 찾아 먹기 힘든 사람도 쉽고 맛있게 먹을 방법을 고민했다. 공간의 색채부터 소품까지 공들여 꾸민 자신의 카페에서 계절마다 달라지는 과일을 활용한 디저트를 소개해보기로 했다. 맛은 물론 예쁜 모양을 갖춘 흔치 않은 메뉴를 찾다 결정한 것이 크레이프 롤이다. 연주 씨가 원하는 크기로 얇고 크게 부친 크레이프는 쫀득한 식감을 담당한다. 제대로 된 모양을 잡기 위해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를 펼치고 구웠다. 한 김 식힌 크레이프 위에는 크림과 과일이 넉넉하게 올라간다. 가장 어려운 기술은 큼직한 롤을 마는 과정이다. 풀어지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청주시가 12년만에 오페라하우스 조성 사업을 재추진한다. 지난 2013년에 이 사업이 무산된 이후 공식적으로 두번째 도전이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오페라하우스 조성사업을 대통령 선거 공약 건의사업으로 채택하고 충북도에 상정한 상태다. 도 역시 이 사업을 충북지역 공약으로 확정하고 각 정당별 후보자가 확정되는대로 건의사업 목록을 전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과 국민의힘 충북도당 등 각 정당에는 목록을 전달한 상태다. 시가 구상한 오페라하우스의 위치는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문화제조창 잔디광장 인근 창고동 건물 터다. 현재는 이 건물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시는 이 건물들을 철거한 뒤 그 위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에는 모두 737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산정했다. 총 부지면적 1만897㎡에 건물이 세워지고 객석은 500~1천석 규모로 지어진다. 시는 이곳을 오페라와 뮤지컬 등 특수 무대 구현이 가능한 전문 공연장으로 조성해 문화시설 간 역할 분담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오페라하우스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시가 고민했던 부분은 사업성이다. 인구대비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유령 시설로 전락할 우려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