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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17 21:18:26
  • 최종수정2023.04.17 21:18:26
[충북일보] 세월호 참사 9주기가 지났다. 바다의 아픔이 지상으로 옮겨져 이어진다. 까닭 모른 채 스러진 꽃들이 운다. 가여운 이름들이 4월을 난다. 오늘도 참척(慘慽)의 고통을 씹어 삼킨다.

***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세월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고통이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국가적 상흔이다.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를 떠올린다. 그는 청주 신흥고 출신이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마지막까지 제자를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 마디로 세월호 의인이다. 부모 남수현·송경옥씨가 지난 16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성요셉공원을 찾았다. 이 곳에 안장된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단원고 제자들도 함께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 송 씨는 아들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매년 4월 16일이면 늘 허망하다. 어느덧 이렇게나 시간이 빨리 지났나를 느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흘렀다. 누구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정부는 그동안 쉬지 않고 약속했다. 기억과 책임이란 단어를 천명했다. 책임자 처벌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게 별로 없다. 지난 정부도 지금 정부도 그렇다. 이제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고 책임질 건 져야 한다. 그래야 나아갈 수 있다. 4월 16일은 국민안전의 날이다. 국민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념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삼았다.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진도 팽목항과 인천가족공원 등에서 추모·기억식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유가족을 위로하며 참사를 기억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넋을 기리며 그리워했다. 간절히 기억하고,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정부는 답해야 한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아직 참사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도 미흡했다.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의 품격이다.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지금도 안전을 외치고 있다. 안전과 인권의 가치는 소중히 여겨지고 있는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의 청년들이 또 목숨을 잃었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있다. 정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 세월호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묻고 있다. 국가안전시스템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그 시스템을 책임 있게 작동해야 한다. 확고한 재발방지책부터 세워야 한다. 그 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길이다. 안전한 나라는 빈말로 되는 게 아니다. 여야 구분 없이 머리를 맞대야 얻을 수 있는 수확이다.

지난해도 수많은 참사의 비극이 있었다. 각종 재난과 사고가 이어졌다.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가 전국을 집어삼켰다. 이태원 참사는 온 국민을 다시 참척의 고통에 빠트렸다. 얼마 전에는 늘 다니던 보행교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지진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봄철 산불, 가뭄 등은 변치 않고 주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는 쉼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때마다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늘 별로였다. 정부의 일방적인 노력과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 모두가 함께 공감해야 한다. 공감을 넘어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안전에 대해 어제보다 오늘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상이 안전해야 참사도 막을 수 있다. 작은 것이 쌓여 큰 것을 이룬다. 쉽게 지킬 수 있는 안전수칙부터 실행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 안전은 결코 빈말로 되지 않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또 다른 비극을 마주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부의 약속 상대는 국민이다. 신중하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과거를 잊고 미래만 추구해서도 안 된다. 그래야 뜻을 품은 마음이 어떤 명검처럼 날카로워질 수 있다. 약속을 소홀히 여기는 정부에 밝은 미래를 기대하긴 힘들다. 포한이나 울혈의 심사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내 마음의 창에 낀 때부터 닦아내야 한다. 그래야 관습 안에 갇혀진 내 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는 관행과 탐욕 앞에서 내동댕이쳐졌다. 기본 원칙 무시가 화를 불렀다. 끝내 굴러간 곳이 대형 참사였다. 대응 능력 부족은 대형 참사로 비화했다. 세월호 참사 같은 슬픈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 꽃으로 진 어린 영령들이 천상의 봄꽃으로 피어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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