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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2.14 18:28:40
  • 최종수정2021.12.14 19:00:15
[충북일보] 전라도 사투리에 '아리까리'라는 말이 있다. 알쏭달쏭하다는 의미다. 얼른 분간이 안 되는 모양이라는 뜻이다. 교수신문이 올해 선정한 '묘서동처(猫鼠同處)'는 '아리까리'할 정도로 여러 해석이 가능한 사자성어다. 주어가 누구냐에 따라 본래의 의미가 180도 달라진다.

한통속 된 '묘와 서'

'묘서동처'는 한 마디로 앙숙인 고양이와 쥐가 동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야 하고, 쥐는 고양이를 피해 도망가야 하는데 같은 공간에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를 보면 한 지방의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임금에게 바쳤다. 이를 본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지만, 한 관리는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된 것'이라며 제 본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해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가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된다"며 "케이크도 자르고 취하기도 하는 꼴, 올 한 해 묘서동처의 현실을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했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LH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문제에 대한 민심의 질타라고 해석했다. 또 청와대와 국회, 지방권력까지 모두 장악한 집권 여당세력, 즉 고양이가 도둑질을 하는 쥐를 잡지 않고 스스로 '도둑고양이'가 된 것으로 비유했다.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는 1년 단위로 선정된다.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가 기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묘서동처'는 현 여권에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고양이와 쥐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비유하면 도둑을 잡은 검찰총장이 스스로 권력을 탐하는 행태를 빗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 정부 시절 현직 대통령의 헌정 사상 첫 구속을 주도한 윤 후보의 상황을 보면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이 케이크를 취한 사람'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부정부패를 일소하는데 앞장섰던 사람이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서 '공(功)'을 취하는 모습을 기를 쓰고 비판하는 여권의 견제가 이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묘서동처'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의 목적이 뚜렷하다. '대장동 사태' 등 각종 의혹의 중심이 선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도 될 수 있다.

'묘서동처'는 유권자인 국민들의 역대 급 혼선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좋은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고 덜 나쁜 사람을 뽑아야 하는 상황도 묘사하고 있다.

백척간두의 대한민국

'묘서동처'와 함께 추천된 '인곤마핍(人困馬乏)'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의미의 '이전투구(泥田鬪狗)' 등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5위에 그쳤지만 '백척간두(百尺竿頭)' 역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했다.

코로나19와 델타변이, 오미크론 등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 소리 없이 죽어나가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는데 급급한 위정자들의 모습을 제대로 저격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라도 각성해야 한다. '묘서동처'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이 역시 '내로남불'이다. 이를 인정해야 반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그래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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