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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환경의 선순환 고리 만드는 '노인과 교복'

SK하이닉스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
지역 노인 30여명 참여… 중고 교복 수선
시중가 대비 10% 수준 저렴한 값에 판매
교복 업사이클링 '리버드' 사업도 진행
일자리 창출·자원절약·환경보호 효과

  • 웹출고시간2020.10.28 20:09:59
  • 최종수정2020.10.29 09:04:37

편집자

충북 도내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일자리 확충과 산업 발전에 따른 환경 보전 문제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노인을 자연스럽게 경제주체로 받아들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산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행복나눔기금'을 조성,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4월 26일 청주서원노인복지관에 '행복교복' 센터를 설립했다. 운영 3년차에 접어든 행복교복 사업은 지역 노인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쓰레기로 버려질 우려가 큰 중고 교복을 재사용해 자원절약·환경보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사회 문제로 대두는 노인 일자리·환경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행복교복 사업 현장을 찾아봤다.
[충북일보] '도르륵. 도르르륵. 도륵'

머리 위로 하얗게 눈이 내린 박태수(78) 어르신이 솔기가 터진 교복 바지를 반듯하게 잡아 재봉틀 바늘 밑으로 밀어 넣는다. 손가락 하나만큼 빼꼼하게 났던 구멍이 금세 메워진다.

재봉틀 옆 테이블에 앉은 이정애(79) 어르신은 바늘귀에 실을 꿴다. 침침한 눈이지만 바늘귀에 실 꿰는 데에는 도가 텄다. 손놀림에 망설임이 없다.

실을 꿴 바늘로 교복 셔츠에 단추를 단다. 뾰족한 바늘과 하늘하늘한 실이 손길을 따라 허공을 가른다.

두 어르신은 '상처나고 다친' 교복의 의사 선생님과도 같다. 두 어르신의 주름진 손에서 실밥이 터지고 단추가 떨어져 '조금 낡았나' 싶었던 교복이 새 옷처럼 탈바꿈한다.
두 어르신이 교복을 손질하는 곳은 청주서원노인복지관 3층에 자리잡은 행복교복 수선실이다.

수선실에서 새 옷처럼 수선을 마친 교복은 1층의 전시매장으로 옮겨진다.

수선실에 교복의 의사 선생님들이 있다면 전시매장에는 '진열·접객의 제왕'이 자리를 잡았다.

이현우(66)·반정하(65) 어르신은 수선된 교복을 학교별, 종류별, 사이즈별로 진열한다. 전시매장에는 청주 시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교복이 구비됐다.
진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수선 상태를 확인한다. 전시매장을 찾은 고객을 응대하는 것도 두 어르신의 몫이다. 구매자가 바짓단이나 기장의 수선을 원하면 다시 수선실로 올려보낸다.

교복을 입어본 지 50~60년은 훌쩍 지난 노인들이 교복 수선·판매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4월 말 부터다.

'행복교복 실버천사(이하 행복교복)'로 이름지어진 청주 지역 노인 대상 복지사업은 SK하이닉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SK하이닉스는 지역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소득층 교복부담 해소, 자원절약·환경보호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으로 행복교복사업을 학교법인 서원학원에 위탁했다.

서원학원은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청주서원노인복지관에서 행복교복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사업 첫해인 2018년 행복나눔기금으로 조성된 2억 원을 지원했다. 이후 2019년과 2020년 각각 1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SK하이닉스가 시작한 행복교복 사업은 각 학교와 개인으로부터 교복을 기증받아 깨끗이 세탁한 뒤 수선·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0년 현재 교복을 수선하는 노인 20명과 전시매장을 담당하는 노인 11명 총 31명의 65세 이상 노인이 행복교복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행복교복 사업은 노인들의 든든한 용돈벌이가 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한 사람은 일주일에 최대 8시간씩 일을 할 수 있고, 급여는 25만2천 원이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학교·개인을 통해 기부받은 교복은 3천 벌 가량이다.

교복의 판매가는 정찰제다. 시중가의 10% 수준으로 재킷은 1만5천 원, 바지·치마는 각 1만 원이다. 셔츠까지 한 벌을 구매해도 4만 원이면 충분하다.

저렴하게 판매되는만큼 수입은 많지 않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1천만 원 정도다.

SK하이닉스는 노인 일자리를 더 늘리고 중고 교복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중이다.

'RE:BUD(리버드)'로 이름지어진 중고 교복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생산) 사업이다.

RE:BUD는 'RE + Birth + Upcycling + Dream'의 합성어로 '다시 싹을 틔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버드 제품 사업은 SK하이닉스가 중고 교복을 수거하면 행복교복 참여 노인들이 분류·해체하는 밑작업을 한다.

밑작업된 교복은 골프 파우치, 토트백 등의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SK하이닉스는 이 외에도 필통, 여행파우치, 크로스백 등 10종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제작된 골프 파우치와 토트백은 SK하이닉스 그룹내 신입사원 연수 기념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만족도는 두말할 것 없이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리버드' 제품 라인이 갖춰지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청주서원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활발한 홍보활동을 하지 못했음에도 청주 시내 각 학교와 학부모님들의 협조로 교복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원절약을 함께한다는 의미가 큰 만큼 학부모·학생 등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구매 동참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

손성봉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 단장·이충연 청주서원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인터뷰

손성봉(오른쪽)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 단장과 이충연 청주서원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성홍규기자
"요새 교복은 품질이 정말 좋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교복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노인들이 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손성봉(70)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 단장은 '고마움과 행복'이라는 말로 사업의 의의를 정한다.

지난 2018년 행복교복 사업 초창기부터 참여한 손 단장은 물론 30여 명의 노인들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고맙다'고 입을 모은다.

손 단장은 "집에서 할 일도 없이 놀던 게 언제인가 싶다. 행복교복 사업이라는 일자리가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맙다"며 "옷을 기증하는 학부모들이 '아이가 못 입는 교복을 편히 기부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고 말한다. 기증 받는 우리 입장에서 더 좋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고 급여를 받으면 손주들 용돈 주는 게 큰 재미"라며 "서울 사는 손주들이 놀러오면 내 손을 잡고 집 근처의 장난감 가게로 이끈다. 생각보다 비싼 장난감을 내가 번 돈으로 사줄 수 있다는 데서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매일매일이 즐거운 날이지만, 사업 과정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원하는 교복이 없어 빈 손으로 돌아서는 학부모와 학생을 볼 때다.

손 단장은 "학교나 학부모로부터 기증받은 교복이 한정적이다 보니 원하는 학교의 교복이나 사이즈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청주서원노인복지관에서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을 관리하는 이충연(28) 사회복지사의 가장 큰 보람은 사업 참여 노인들의 '미소'다.

이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일상생활과는 조금 다른 행복교복이라는 조직 안에서 함께 웃고 말씀 나누시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손 단장님과 교복을 기증한 학교에 수거하러 갔을 때도 많은 양을 나르느라 힘들었지만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것도 잊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복을 급히 구하러 온 학부모가 마음에 드는 교복을 구매한 뒤 안도하며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사회복지사의 교복을 구하지 못해 돌아서는 발걸음을 더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사회복지사는 "지금은 '교복이 부족해서 못 파는' 상황"이라며 "지역 각 학교와 학부모 여러분이 교복을 활발히 기증해주셔서 더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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