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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9.08 17:10:11
  • 최종수정2020.09.08 19:58:14
[충북일보]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 중인 A(50)씨가 최근 몸에 이상을 느껴 충북대학교병원에 심혈관질환에 대한 진료를 신청했다. 당장 오늘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대기환자가 많아 2주를 기다려야 했다. 2주 뒤 담당 의사를 만났지만 정확한 검진을 위해서는 전산화단층촬영검사(CT)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 검사 역시 대기자가 많아 2주를 더 기다려야 했다. 2주 뒤 CT와 초음파 검사를 받은 A씨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1주를 더 기다려야 했다. 1주 뒤 검사결과를 토대로 나온 의사 소견은 처방할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이었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금주 및 식생활 개선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이 결과를 듣기까지 A씨는 약 50만 원에 육박하는 진료비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야 했다.

대학병원 선호, 환자 잘못인가

지역민들이 서울지역 이름난 대학 및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이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의사 얼굴을 보기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병을 키워서 가는 예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지역에서 힘들게 올라온 환자들에게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는 지방에서도 다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니, 앞으로는 힘들게 서울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모르는 말씀. 동네 병원을 어디 가보지 않았겠는가. 서울을 선택한 이들 대부분은 지역에서도 용하다는 곳은 다 가봤을 것이다. 고관절과 무릎 통증을 겪고 있는 필자의 아버지도 그랬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비싼 가격의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검사를 신뢰하지 못해서 인지, 환자를 돈벌이로 생각해서인지 똑같은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과정부터 병원에 대한 신뢰는 깨져버린다. 상당수의 의사들은 대한민국의 싼 진료비 때문에 환자들이 쇼핑하듯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대기시간이 오래 걸려 정작 시급한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절실한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다. 불친절 또는 무뚝뚝한 병원사람들의 응대를 참아가며 적지 않은 돈과 금쪽같은 시간을 들이면서까지 대학병원과 서울지역 큰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려는 환자들의 마음을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진료비가 너무 싸 직장에 휴가원을 내면서까지,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백화점 쇼핑하듯 병원을 전전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말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작든 크든, 지역이든 서울이든 신뢰할 수 없는 병원의 환자 대응 풍토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비슷한 값이면 의료장비라도 좋은 큰 병원에서 진료 받는 편이 낫다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동네병원에서 대학병원까지 양심적인 환자관리가 선행되고, 개선되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우리사회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의료계 파업 동조 않는 이유 알아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 전공의 간담회에서 "8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을 1단계로 낮추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집단휴진에 나섰던 충북대병원 등 도내 전공의와 전임의들도 의료현장에 복귀했다. 도내 전공의들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지난달 22일부터 순차 파업에 들어가 지난달 말 18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의료계 파업은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정부와 의사들은 알아야 할 게 있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민들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의료진들이 불친절해도, 무뚝뚝해도 좋다. 양심적인 의료진들을 원할 뿐이다.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데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의사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란 말이다. 공공의대 설립이든, 의대 정원 확대든 상관없다. 우리는 많은 수의 양심 있는 의사들이 우리 주변에 늘 있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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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