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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2.23 15:26:42
  • 최종수정2016.02.23 15:26:46

조혁연 객원 대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약방서(藥方書)는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다. 이 책은 고려시대 1236년(고종 23) 무렵 강화도에서 팔만대장경을 만들던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처음으로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나라 산천에서 자생하는 풀이름을 이두식으로 표기, 국문학적으로도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가령 개나리꽃은 견내리화(犬乃里花), 붓꽃은 필화(筆花), 아주까리는 아차가이(阿次加伊)로 적었다.

책이름에 '향약'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데는 나름의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이 때의 향약은 우리나라 땅에서 산출되는 약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중국 당나라에서 수입됐던 당약(唐藥)과 대칭되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약이 되는 풀이름을 문헌으로 기록할 정도면, 그것을 약으로 만드는 제조 공간도 있었을 것이다. 고려시대에 왕실의 약 조제를 담당하던 곳을 '상약국(尙藥局)'이라고 불렀다.

《고려사》의 기록에 의하면, 상약국은 성종 9년(990)에 이미 설치되어 있었고 이후 충선왕대까지 그대로 존속되다가 한때 봉의서(奉醫署)로 개칭되고 다시 상약국·전의시(典醫寺) 등으로도 불렸다.

《고려사》 지는 고려시대 화재 사고만을 별도로 모아 기록했다. 이 기록에 의하면 고려 예종 5년에 상약국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5년 4월 갑신에 상약국 남랑(南廊)이 불탔다(五年四月甲申 尙藥局南廊 火).'

또 당시에는 약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상약국에서 방아를 많이 사용했고, 그것 때문에 민원이 발생했던 것으로 《고려사》는 기록했다.

'어떤 사람이 중방(重房)에 말하기를, "상약국이 대궐(大闕)의 서편에 있어 항상 방아를 찧으니 산 서쪽의 왕기(旺氣)를 손상할까 두려워한다" 라고 하니(중략).'-<고려사 세가 22 고종 2년 7월조>

《고려사》는 '항상 방아를 찧는다'라는 표현을 상저(常杵)로 기록하였다. 이처럼 고려시대 상약국은 매우 활발히 운영됐다. 그러나 상약국은 임금의 옷을 만들던 상의국(尙衣局), 그리고 외국 사신을 맞던 예빈성(禮賓省)과 함께 건물이 헐렸고, 그후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했다.

'이에 마음대로 상약국·상의국·예빈성 등 무릇 40여 동(棟)을 헐어 이축(移築)하고, 중방(重房)은 또 신로(新路)를 천령전(千齡殿) 옆에 열어 왕래를 통하게 하였다.'-<〃>

짧지만 이 문장 안에는 고려 후기의 권력 구조가 함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임금의 약과 옷을 만들던 상약국과 상의국을 마음대로 헐어 옮기려면 국왕보다 더 강한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한다. 고려 무신정권의 산실인 중방이 그러하였다. 고종 2년의 고려는 최씨의 무단정치가 횡행하던 시기로, 국왕은 일본 막부시대의 천황과 비슷한 권력의 허깨비였다.

보물 제646호인 음성 한독박물관의 청자상감상약국명합.

이 처럼 작은 약그릇에도 당시 시대 상황의 정보가 담겨 있다. 당시 상약국에서 사용했던 청자상감상약국명합(보물 제646호) 약그릇은 높이 9.6㎝, 입지름 7.5㎝, 밑지름 6.0㎝의 크기다. 고려 왕실의 약그릇이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도 이채롭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국의 가을 하늘빛이 눈안을 가득히 고인다.

우리고장 음성군 대소면 대풍리 37[대풍산단로 78]의 한독의약박물관을 찾으면 상약국 약그릇을 만날 수 있다.

/ 충북대학교 사학과 초빙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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