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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17 11:37:37
  • 최종수정2015.12.17 11:37:37

조혁연 대기자

'꽃은 5∼8월에 검은 홍자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긴 꽃자루 끝에 위를 보고 1개씩 달린다. 열매는 달걀 모양이며 꽃받침과 암술대가 남아 있다. 종자는 물 속에서 익는다. 우무 같은 점질로 싸인 어린 순을 식용한다. 어린 잎은 지혈·건위·이뇨에 약용한다.'

제천 의림지의 명물인 순채(蓴菜)에 대한 식물학적인 설명이다. 제천 순채는 문헌상 조선 전기부터 등장한다. 《세종실록》 지리지는 제천의 토산(土産)으로 신감초(辛甘草)·순채·홍화(紅花) 등을 기술하였다.

그러나 《세종실록》 지리지는 순채와 제천 의림지와의 관련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의림지와의 관련성은 조선 중종 때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처음 등장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순채[蓴] 의림지(義林池)에서 난다"라고 표현, 그 출처를 분명히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제천 의림지 순채는 조선 문인들의 단골 시주제가 됐다. 조선후기의 문신학자로 《농암집》을 지은 김창협(金昌協·1651∼1708)이 있다. 그는 '자익과 함께 의림지에서 시를 짓다'라는 시에서 제천과 의림지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순채는 5∼8월에 검은 홍자색 꽃을 피운다.

'넓디넓은 푸른 못 그리 아니 맑은데 / 교룡이며 어류들 생명 부쳐 살아가네 / 둑에 자란 노목은 구름까지 닿을 듯 / 갑문 지난 물줄기 소나기소리 울리네 / 천 도랑의 향도는 흰밥을 제공하고 / 백 이랑의 순채는 봄 국거리 충분하네 / 큰 이익에 좋은 경관 천연으로 열리어 / 예로부터 한 고을에 이름을 전해왔네.'-<농암집 제3권>

인용된 시 가운데 '천 도량의 향도(香稻千渠)'는 의림지 주변 넓은 들의 향기나는 벼를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백 이랑의 순채는 봄 국거리로 충분하네'(絲蓴百畝足春羹·사순백무족춘갱)라는 표현은 의림지 순채가 대중적인 식재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앞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택당 이식(李植·1584∼1647)은 《택당선생집》에서 의림지 순채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제천 고을 이름은 제방이 있기 때문 / 어언 중고 시대부터 이 제방 덕을 보았다오 / 끝없이 펼쳐진 십만 이랑 방죽이여 / 걸림없이 텅 빈 모습 하늘을 닮았도다 /…/ 도랑물 시원스레 콸콸 터져 나오는걸 / 어찌 농어회에 순채의 흥만 돋우리요 /봄 여름 가을 채마밭의 별의별 남새도 맛본다오 /…/.'-<택당선생집 제4권>

서거정은 이런 순채의 맛을 '혹은 날로 먹고 혹은 국을 끓여서 / 간을 잘 맞추니 초계가 향기롭네 / 금제ㆍ죽순을 논해서 무엇 하리 / 특이한 맛이 오후청을 안 부러워하네 /…/'라고 오후청(五侯鯖)에 비유하였다.

오후청은 산해의 진미를 섞어 끓인 고대 중국 음식을 말한다. 한나라 성제(成帝) 때 누호라는 사람이 같은 날 똑같이 봉해진 왕담(王潭), 왕근(王根), 왕립(王立), 왕상(王商), 왕봉시(王逢時) 등 5명의 제후 집을 차례로 드나들며 진기한 반찬을 얻어와 이를 섞어서 끓였는데 그 맛이 매우 좋아 '오후청'이라고 했다.

제천 의림지 가운데에는 '순주'라는 섬이 존재한다. 이때의 '순'은 순채(蓴菜), '주'는 섬〔洲〕을 의미한다. 혹자는 이 섬을 '순주섬'이라고 부르나 '주'와 '섬'은 '모래사장'과 같이 중의적인 표현이다. 그냥 '순주'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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