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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영

공학박사, 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 상임대표

인생여정에서 우리는 여러 길을 걷고 있다. 지나온 길을 반추해 보노라니 굴곡이 심했던 학창시절이 그지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허기진 배를 감싸 안고 시오리 길을 걸어서 초등학교를 다니며 꾸불꾸불한 산길을 지나기도 하고, 들판 길을 만나기도 했다. 이십 여리가 넘는 중고등학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단숨에 자전거로 내달려서인지 하체는 성할 날이 없었다.

군(軍)에서의 병영생활은 행군이 고통스러웠지만 나약한 나 자신을 단련시켜 주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학의 길로 택한 대학교는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고속도로 버스 안에서 있었으니, 인생 공부는 그 곳에서 한 듯하다.

젊었을 때 고생을 해서인지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어려움을 낙으로 삼았다. 충북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잘났고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환경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훌륭한 상사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자람이 많은 나 임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감사가 절로 난다.

아무리 좋은 차라 하더라도 거친 길을 가면 흔들리고 덜컹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볼품없는 중고 자동차도 잘 닦인 도로를 달리면 평안히 갈 수 있지 않은가. 좋은 도로가 좋지 않은 차의 약점을 잘 받혀 주기 때문이다.

굽고 거친 길이 있을 때 그 길만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장비를 들고 가 그 길을 평탄하게 만드는 주역이 있어야 하듯이 각자의 삶에서 좋은 길을 만들려고 나서는 사람들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이것이 본인도 직장, 사회도 안정될 수 있는 길이다.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은 결코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님을 나는 잘 안다. 지난 40여년을 교육시설과 함께하며, 가꾸고 섬겨온 선후배 동료들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닦아놓은 좋은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좋은 길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제부터라도 굽은 길, 거친 길을 만나면 바르게 고치는 마음으로 갱생의 삽을 들고, 새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야 하리라.

새벽길을 나서면 제일먼저 미화원을 만나게 된다. 신문을 돌리거나 우유를 배달하는 선량들을 만나면 가슴 뿌듯하다. 이른 새벽 산성을 30년 가까이 다녔다는 고향선배를 만날 때면 반가운 마음에 끈끈한 정이 온몸에 묻어난다.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내가 출강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국토대행진 행사를 갖는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낮에는 걷고, 밤에는 함께 모여 공동관심사를 논하기도 한다.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을 등지고 걷다보면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마지막 날이 될 즈음에는 발이 퉁퉁 부어 신발을 신기에도 불편하다. 육체의 기력이 소진되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대로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완주하려는 마음 사이의 수없는 갈등을 겪으면서 학생들은 마침내 임진각에 도달한다.

그때의 뿌듯함을 생각해 보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자부심과 고통을 이기고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자신감, 낙오되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다는 자존감이 한 데 엉켜 좋아라하며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더 이상 건너갈 수 없는 분단의 현장 앞에서 조국의 아픔을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국토대행진을 다녀온 학생들은 전과 다르게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길을 걸으면서 그들은 이미 과거의 그들과는 다른 존재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전진하는 발걸음은 단순한 행진이 아니다. 그 걸음은 자신의 삶과 미래의 꿈을 위한 성찰의 시간이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자기 앞에 놓인 그 힘든 길들을 맨 몸으로 극복해 나가는 법을 배우는 인내의 시간이다. 그래서 그들은 달라진 것이다.

국토대행진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는다. 바쁜 삶속에서 연륜이 더할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인생길에서 올래길도 만나고 맨길을 만나기도 한다. 둘래길이나 황토길을 걷다가 땀에 젖은 옷을 벗을 때, 나의 아집과 자아도 함께 벗어 버리고 묵묵히 순례자의 길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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