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충북도 홍보보좌관 부친상= 발인 15일 청주의료원 7호실(14일부터 6호실) 장지 청주 목련공원
1930년대 중반의 우리 문단은 목적성이 강조된 프로계열의 시, 반봉건성과 실험성이 강조된 모더니즘계열의 시, 전통적 율격이 강조된 전통시계열의 시들이 뒤섞여 있던 시기다. 이런 혼란한 시대상황 속에서 이용악은 모더니즘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으면서도 사회주의 이념에 경도되어 있었다. 그는 문학이 민족 전체의 이익과 통합을 위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일제에 대해 극심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고, 해방 후의 미군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감을 드러낸 건 사상적 거부와 저항성 때문이었다. 해방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는 정치적 물살에 휩쓸리면서 무기로서의 시를 넘어 직접 개혁운동에 뛰어든다.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된 문인들이 대거 월북한 후에도 서울에 남아 남로당의 예술가 활동에 참여한다. 미제와 이승만 정부에 반대하는 문화인 모임에서 활동하다 체포되어 10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다. 이후 6·25전쟁이 터지고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면서 그는 출옥하여 고향이 있는 곳으로 월북한다. 이용악은 함경북도 경성이 고향으로 북방의 정서를 바탕으로 민족주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유년기의 뼈아픈 체험들, 고향에 대한 애절한
밤새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던 빗방울 소리가 잠잠한 걸 보니 비도 바람도 많이 눅었나 보다. 가는 비가 창문을 타고 내리는 그 너머에는 간간히 빗길을 달리는 차량들이 새벽의 정적을 깨우고 있다. 아마 이 시간이면 시골의 촌부들이 고무신에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개구리 소리 낭자한 논으로 물고를 보러 나갈 시간일 것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조금은 이른 시간이지만 새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밖으로 나섰다. 가슴에 안기는 시원한 바람, 종아리를 간지럽히는 가는 빗방울이 삶에 포만감을 갖게 하는 그런 아침이다. 느티나무도 단풍나무도 밤새 불어 닥친 비바람에 시달렸는지 축 처진 나뭇가지에서 빗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후줄그레하게 서 있다. 키 작은 풀잎들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고, 패랭이꽃, 달맞이꽃, 망초꽃은 비를 흠뻑 머금고 힘겨워 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풀잎에 살며시 손을 얹고 손에 와 닿는 여린 풀잎의 감촉을 느껴 본다. 모진 비바람을 이겨낸 작은 생명의 떨림이 전해 오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비가 개여 햇살이 따사로워지면 그 뿌리를 더욱 튼실히 하고 그 잎을 더욱 푸르게 할 것이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발을 담그자 발가락 사
여자가 넘어지면서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고 한다.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여자를 지켜보던 동방과 나는 동시에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여자의 몸에서 붉은 핏덩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모든 걸 포기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 어찌 이런 일이…." 동방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차마 여자를 내려다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리가 그렇게 안타까워하고 있는 사이에 응급실 안에서 서성이던 사자가 슬며시 다가와서 태아의 혼을 낚아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동방과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사자님! 저러면 안 되잖아요. 이 구역 담당 사자가 있을 텐데…." 나는 동방의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입안에 물고 우물거렸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저승세계 종말도 멀지않았군." 동방과 나는 여자를 더 보고 있기가 민망해서 밖으로 나왔다. 저만치 그자가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사자님. 우리 저이를 쫒아가 볼까요?" "쫒아가서 뭘 하게?" "태아 혼을 훔쳐가서 뭘 하려는지 보려고요." 동방이 내 팔을 붙잡고 끌어서 마지못해 끌려갔다. 그자
진정한 삶은 겪는 것이다. 기쁜 일도 겪고 슬픈 일도 겪고 아픔과 고난과 사랑도 겪고 또 겪는 것이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치열했다는 것이고 새 살 돋는 성장통을 견뎌냈다는 것이며 또 다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삶은 내 안에 들꽃의 향기, 소나무의 향기가 끼쳐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은 고단하고 눅눅하다. 하루하루가 삶의 최전선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치열함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만들어 가며 새로운 삶을 허락한다. 인간이 위대한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삶의 마디와 존재의 가치를 차곡 차곡 쌓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라는 이름으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래서 낡은 공간에 들어서면 인간의 온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삶과 사랑과 아픔이 그대로 얼룩져 있기에 정감이 넘친다.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진다. 낡은 공간에 꽃피는 도시의 미학,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며 삶의 여백을 찾게 된다. 지구촌이 도시재생이라는 화두에 몰입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오래 전 대농공장에 마지막 남은 건물인
사회심리학 개념 중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것이 있다. 개념적 정의는 특정 현상에 대한 논의가 있은 후 집단의 구성원들이 집단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쇼셜미디어 상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집단극화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 안에서 정치적 가치관이 유사한 사람들이 나누는 사회문제에 대한 논의는 반대편에 있는 집단에 대한 극화된 표현으로 드러난다. 특정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드러나는 것은 힘의 견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극화는 보통 자신 혹은 내집단의 의견은 맞고, 타인 혹은 나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집단의 의견은 철저히 잘못된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상담에 와서도 특정 정치적인 견해와 사회현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듯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학생들은 또래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순종적이고, 모범생으로 통하며 현실에서는 오히려 자신감 없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학생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극단적으
[충북일보] 충북도의회의 태도가 여전히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은 최근 의장 불신임안을 다시 제출했다. 그리고 "의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었다면 불신임안 제출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방적 소통의 개선을 요구하는 듯하다. 하지만 속내는 상대방의 '굴복'임을 이른다. 새누리당 도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민선5~6기 이시종 지사의 보은(報恩)인사를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인사특위 철회 조건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강요했다. 결국 이 지사가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례 모두 겉으로는 '도민들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자신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라는 강요다. 그저 고상한 명분으로 위장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상대의 굴복을 받기 위한 정쟁의 도구였다. 도의회는 여전히 도민들의 질타와 원성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조차 어떻게 대응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의 교착 상태는 누구의 탓이 아니다. 모두의 책임이다. 여야 모두 자신부터 성찰해야 할 시기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
[충북일보] KTX세종역 신설 저지를 위한 충북도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이시종 충북지사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오전 7시25분 KTX를 타고 상경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추미애 대표 등과 만나 중앙당 차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오후에는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을 만났다. 세종역 신설 관련 용역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충북도의회 의원들도 행동에 나섰다. 새누리당 임병운(청주10) 의원이 먼저 시작했다. 임 의원은 이날 KTX오송역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당 박노학·맹순자 청주시의원도 동참했다. 이들은 다음날 국토교통부를 방문,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충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회장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이하 협의회)도 이날 괴산군의회에서 58차 협의회 회의를 열고 'KTX 세종역 신설 추진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충북도는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세종역 신설 저지에 전 도민이 나서고 있는 셈이다. 세종역 신설은 모순이다. 우선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 세종시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을 위한 특혜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 특혜정책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다. 국민감정이
필자는 지난해 10월 공직에 임용돼 이제 갓 한 돌을 맞은 하천방재과 새내기 공무원이다. 학원 강사로 재직하다 불혹을 넘어 공직에 입문한 늦깎이다. 마흔이 넘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주위의 찬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필자 역시 사회 초년생처럼 공직에서는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공문서 작성, 업무보고, 민원처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를 배웠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업무가 많아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혹독한 민원에 시달릴 때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직생활은 타 조직보다 안정적이며 일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신규 공무원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은 바로 민원 상담이다. 필자에게도 이런 고질 민원이 비껴갈 일은 없었고, 지난 1년을 고질 민원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규 공무원이 고질 민원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질 민원을 해결하게 되면 업무처리에 대한 성취감은 그만큼 더 크고 자신감도 생겼다.
▲석종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충주시협의회장, 충주공용버스터미널 대표이사)씨 모친상=발인:14일 오전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장지:청주시 목련공원 자연장지
[충북일보] 충북 교사 대부분은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지난 8~12일 교사 549명이 자기기입식 설문조사 방식으로 참여한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교사들이 과중한 행정업무, 낮은 처우, 교권 약화, 학급 과밀 문제 등으로 인해 교직 생활이 힘겹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8%는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5%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교사가 홀로 지고 있다'고 답했다. 학급당 학생 수 과밀 문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2%는 '학급당 학생 수 26명 초과로 인해 수업과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했다. '현재 근무환경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14%,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38%로 응답자의 5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65%의 교사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교직 유지에 부정적으로 답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 민원 및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불안감, 과도한 행정업무, 교권 하락, 연금 개악으로 인한 생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민선 8기 청주시의 핵심 공약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청주타워 조성 사업이 이범석 시장의 임기 내에는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시는 민선 8기가 시작된 지난 2022년부터 사직동 옛 국정원 부지에 문화예술관련 시설조성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돌연 사업방향을 선회해 높이 150m, 60층 규모의 가칭 청주타워를 조성키로 했다. 이후 타워조성을 위해 시는 몇차례의 연구용역과 민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 사업에 투자할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외 유수 기업들 중 투자유치에 의향을 보인 기업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지역의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나 셀트리온, LG화학 등에도 청주타워 명칭에 기업명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투자유치를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청주SK하이닉스타워', '청주셀트리온타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더욱이 최근 국제적 경제상황도 악화돼 민자유치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청주지역의 명물,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던 시의 계획이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처럼 민자유치에 난항을 겪는 과정 속에서 이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