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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순

시인·배바우도서관장

강은 산과 계절을 잇는 끈이다. 바람이 키운 물결은 따뜻한 손이 되어, 산에 꽃을 불어넣는다.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강 건너 동이면 갈마골이라 불리는 곳. 강이 굽이돌며 자갈을 굴려 여울을 만들고, 밤이면 별들이 투망질하고 낮에는 은빛 은어가 돌 틈에 숨어 별처럼 반짝인다. 여울 깊은 시간에 묻혔던 기억이 되살아나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처럼 따라가 본다.

여~울, 단어만 읽어도 자갈 굴리는 물소리가 들릴 것 같다. 바지를 걷고 물에 발을 들이면, 종아리를 스치는 물살이 부드럽다. 발을 헛디뎌 우스꽝스럽게 넘어져 옷이 젖어도 좋다. 햇살이 드리운 자갈 위로 간질이는 물결을 지나며, "곧 갈 테니 먼저 가"라는 소리가 건너는 내내 만들어져, 그 끝에서 또 다른 여울이 이어졌고 여울이 멈추는 곳에서 강은 기다리고 있었다.

걷어 올린 바지를 내리고, 따뜻한 맨발을 돌 위에 올리면 마음도 잔잔히 가라앉는다. 산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흐트러졌다 다시 모이길 반복한다. 꽃은 향과 꿀을 퍼뜨리며 열매로 가는 입문이 되고, 그 속을 걷다 보면 마을 사람들의 흔적이 돌담과 계곡에 저장되어 있다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날 것 같다. 돌담 옆에는 오래전 누군가 심어둔 수국이 줄기를 뻗고, 그 곁으로는 버려진 장화 한 켤레가 마치 누군가 막 다녀간 듯 놓여 있다.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이름 모를 발자국들이 겹겹이 겹쳐 있다. 봄날은 그렇게 십 년 전의 일을 포개며 지나간다.

강은 하고 싶은 말을 삼키듯 속으로만 웅얼거리고 있을 뿐,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바람에 날리는 물결 자락이 햇살에 너울을 탔다. 바람 성한 곳에 사람이 산다고 했지만, 바람은 성해도 인기척은 드물다. 쑥과 큰 개불알꽃, 그리고 냉이꽃이 밭과 논에 곱살하게 피어 있다. 개구리울음만이 시끄럽게 들려온다. 점점 고령화되고 아이가 없는 마을로 변해도 돌고 돌아 봄은 피고 지는 것이 아름다움일까. 꽃잎을 타고 흘러온 시간은 묻지 않는다. 벼꽃 필 무렵 은어처럼 천만리 밖에 몸을 두고도 고향이 그리워 온다고 했다. 여울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기다림은 다정한 잔물결이 되고,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을 하나둘 부른다. 돌을 문지르며 다듬어낸 그 말들은, 오래 묵은 그리움처럼 은근하고 또렷하다. 어떤 소리는 물에 젖은 편지 같고, 어떤 소리는 다 타지 못한 쑥불처럼 여운을 남긴다. 그렇게 여울은 흐르면서도 멈추어 서서, 오지 않는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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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