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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보는 맛있는 영화 에세이 - '똥파리'

엿 같은 세상, 가족은 유일한 희망

  • 웹출고시간2011.01.09 19:32: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역겨워 토할 것 같은 충동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거린다. 영화 속의 폭력은 인간의 무의식에 내재된 폭력성을 해소해주는 간접통로 역할,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똥파리'의 폭력은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폭력 그 자체에 진저리치게 만든다.

때로는 폭력에도 정당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똥파리에서 보여주는 폭력은 '묻지 마'식 폭력이다. 어떤 이유나 변명의 여지도 없이 눈에 거슬리고 성질에 맞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른다. 내 편 네 편도 없다. 주인공 상훈은, 이혼하고 어린 아들과 단 둘이 힘겹게 살아가는 선량한 누나에게도 쌍욕을 해대고, 출소한 아버지의 배를 걷어차기도 하는 천하의 패륜아다. 그는 동정심이라곤 눈곱만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연약한 여자라고해서 봐주는 법도 없다. 무자비하게 두들기고, 침을 뱉고 욕을 해댄다.

그런데 애초부터 폭력만 몸에 메모리 되어 있는 기계인간과 같은 주인공 상훈이지만, 마지막 희망의 칩이 빛처럼 존재해 있다. 바로 여주인공 연희다. 연희의 등장으로 상훈의 폭력은 주춤거린다. 어린아이가 낯선 세상 앞에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상훈의 폭력은 그 새로운 감정 앞에 혼란스러워 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조차 상훈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게 하니 본인은 오죽하겠는가.

영화 '똥파리'의 주인공 상훈은 용역업체 창립멤버다. 용역업체 사장인 친구 만식도 상훈에게만큼은 한 수 접어준다. 그만큼 상훈의 성격은 돌발적이고 위험하다. 상훈에게는 씻을 수 없는 깊은 상흔이 있다. 바로 상처받은 가족사다. 상훈이의 폭력은 온전히 아버지의 폭력으로 비롯된다. 아버지의 지긋지긋한 폭력적 환경 속에 성장한 상훈은 폭력의 희생자이면서 결국 폭력의 주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는 죽음에 이르게 되고 상훈은 아버지를 지독하게 증오하기에 이른다. 그 증오는 세상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은 욕으로 분출된다. 욕설은 세상을 향해 처절하게 외치는 그의 유일한 분출물이다.

그의 폭력에 대항하지 못하는 비겁한 세상은 늘 잠잠했다. 그런데 자신의 폭력 앞에 두려워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이죽거리며 달려드는 연희를 만나면서 상훈의 폭력은 주춤거린다. 남자도 아닌 어린 여학생인 연희의 저항은 상훈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먹이 감을 잡아놓고 갖고 놀다 죽이려는 늑대처럼 상훈은 그녀의 저항을 즐겼다. 하지만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절박한 환경(정신분열증에 걸린 아버지와 철없는 남동생을 건사해야 하는 처지)인 연희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처음으로 세상에 호의적인 감정이 싹튼다.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상훈(현재도 불행하지만)못지않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연희의 만남은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곧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 사람의 삶은 마치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 연희도 폭력을 지독하게 증오하면서도 폭력적인 건달 상훈에게 이끌린다. 하지만 서로의 삶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묻지 않는다. 물어 알게 되는 순간, 연희도 상훈도 그 잠깐의 행복마저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있었을까.

연희는 엄마의 포장마차를 때려 부수는 저질스런 깡패가 상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상훈은 또한 영화의 말미에 자신을 망치로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영재가 바로 연희의 동생이란 사실을 죽는 순간까지 끝내 알지 못한다.

상훈의 배다른 누나는 상훈이 어떤 일을 해서 자신과 아들에게 선의를 베푸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용역업체 사장 만식이 나중에 식당을 열어 새 출발을 하게 되는데, 그 자금이 어떠한 돈이었는지도 관심 밖이다. 만식의 돈은 부당하게 서민들을 짓밟고 짜낸 비열한 돈이었지만, 그로인해 등장인물들이 행복하므로 무마된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행복에 동의하는 관객들도 잔인하다. 고통 받는 서민들은 멀리 있고, 눈앞에 자신들과 교감한 지인들이 행복하므로. 그만큼 영화의 폭력성에 관객들은 치를 떨었고, 그 폭력아래 무방비 상태로 살고 있던 가족들의 환경이 안타까웠고, 상훈의 죽음으로 폭력에서 벗어난 그들의 삶에 관객들은 따지지 않고 묻지도 않고 용서하고 만 것이 아닐까.


훗날 상훈의 죽음 앞에 가장 슬프게 통곡하는 인물은 세 명이다.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친구 만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슬픔(상훈의 죽음)은 그들을 악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진입하게 만들어 준다. 상훈의 죽음은 어찌 보면 산자를 위한 축복이었다.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친구 만식이가 슬피 울지만, 그 울음 뒤에는 스멀스멀 행복이 다가온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면 플러스가 되는 것처럼 불행과 또 다른 불행이 만나 결국 행복해진다는 논리일까. 상훈이 죽어가면서 오버랩 되는 환영에는 친구 만식의 식당에서 배다른 누나와 조카 그리고 그렇게 증오했던 아버지, 연희까지 합세해 단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까지 하고 있다. 따뜻한 온기가 도는 가족의 인증 샷에 상훈은 영원히 낄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영화 부제가 '세상은 엿 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픈 것'인가 보다.

영화 '똥파리'는 2009년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했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상(26개)을 받았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 분투했던 독립영화가 이충렬 감독의 '워낭 소리'와 노영석 감독의 '낮술'에 이어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제작비가 부족하자, 자신의 전셋집을 빼내어 끝까지 영화를 만든 감독의 열정과 인물들의 폭발적인 연기력은 향후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기에 충분하였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기존의 거대한 상업영화 관객들의 시선을 독립영화 쪽으로 이끌어 낸 점이다. 상업적 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독립영화가 당당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관객의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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