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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보는 맛있는 영화에세이 - '명량'

인간을 극복한 인간 '이순신'…충의·전술이 빚어낸 '찬란한 승리'

  • 웹출고시간2014.08.07 17:58:15
  • 최종수정2014.08.07 19:23:35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흠모하고 숭상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 역시 이순신이며,

가장 차(茶)를 함께 하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다."

이성을 향한 애증의 사랑 고백도 이보다 절절하지는 않으리라. 임진왜란 참전 당시 이순신과 맞서 싸웠던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말이다. 이순신을 먼저 연구하고 경탄하며 존경의 염을 바친 것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들이었다. "이순신은 청렴한 인물로, 그 통솔력과 전술능력으로 보나 충성심과 용기로 보나 이러한 인물이 실재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상적 군인이었다." 일본 역사작가 시바 료타로의 헌사다.

혹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순신 장군의 재조명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을 두고 은근히 폄하하는 시선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실로 우리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짓이다. '선조실록'이나 '징비록' 등 수많은 역사적 사료가 장군의 업적과 인물됨을 기록하고 있어 그 실증적 자료만 가지고도 장군의 위상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느 귀화 외국인은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의 동상을 두고 서울의 얼굴에 칼 찬 무장을 세웠다는 것은 군국주의적 사고의 발로 아니냐 하는 뜻을 비치기도 하였는데, 이는 이순신의 참된 인물됨에 무지한 탓이다. 이순신은 타국의 영토를 침략한 장수가 아니라 오로지 침탈의 야만인들을 물리치고, 나라 땅에 깃든 뭇 생명들을 사랑한, 순정의 화신이었다.

죽음이 두려움을 물리칠 것이다

영화 초반부는 이순신의 고뇌와 내면을 그리는데 치중한다. 이 영화가 시종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순신의 치열한 내적 싸움으로부터 모든 것이 발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거북선도 없이 배 12척으로 원균이 저지른 칠전량 대패의 쓰라린 폐허에서 시작해야 하는 비장함에 웃음기가 비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임금은 바다를 버리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교서까지 내렸다. 두려워 떨며 탈영하는 병사들에게마저 일견 인간적 연민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냉철한 지도자는 자신과 나라가 가야할 길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설 수 없는 출정이었다. 아들 이회를 앞에 두고 이순신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순간 승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 자신의 죽음이 담보되어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쓰기 어려운 일기를 그는 전장의 한복판에서도 혼자와 대면하는 고요한 시간에 붓을 들었다. "일기를 쓴다는 건 저녁 때 항상 붓을 들었단 얘기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당신이 무얼 했고, 부하가 무얼 했는지 적혀 있어요." 이순신의 참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평전이나 관련 서적은 보지 않고 오로지 '난중일기'만 수십 번 읽었다는 주연배우 최민식의 말이다.

한 개인의 정성과 성실, 순정의 곡진한 마음이 사무치면 인간도 거의 신적인 경지에 이를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순신은 '삼국지'의 뛰어난 전략가와 장수들을 총합한 듯한 인물이었다. 유비의 덕망과 제갈량의 지략, 관우의 무예, 장비의 대담한 용기를 죽음의 순간까지 잃지 않았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주한 미해군사령부에도 장군의 동상이 있고, 프란케티 해군사령관은 이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 12척으로 이순신은 왜적의 배 333척을 물리쳤다. 이는 일본 해사에 기록된 숫자이다.

대한민국호의 선장 이순신

세월호 사건에서 엄마들이 가장 공분했던 장면으로 꼽은 것이 속옷차림으로 도망치는 세월호 선장의 모습이었다.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이순신이다.

이 영화의 해전은 헐리우드 스펙터클 식의 과장이 결코 아니다. 전진에 나선 대장선의 외로운 싸움, 물때에 맞춰 울돌목의 회오리바다를 이용한 적절한 전술, 백병전, 충파 등 실제 기록에 바탕을 두거나 오히려 축소된 면마저 있다. 영화의 백병전을 보면 수많은 아군이 전사한 듯 보이지만, 기록에 배 12척은 고스란히 남았고, 사망 2명 부상자는 3명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충의와 과학적이고 치밀한 전술이 빚어낸 찬란한 승리였다.


"지휘선이 홀로 적선 속으로 들어가 포탄과 화살을 비바람같이 쏘아대지만 아군이 합세하지 않아 장차 일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날의 싸움을 난중일기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수의 전란 중 일기는 장군의 승리 못지않게 귀하고 또 귀하다.

"밥술마저 뜨거라. 귀한 밥이다."

출정 전 날 아들 이회와의 겸상에서 이순신은 이렇게 말한다.

"먹을 수 있으니 좋구나"

싸움이 끝나고 휘하가 가져온 토란을 맛보며 장군은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이러한 대사들은 백성들의 따뜻한 일상을 지켜주고자 했던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이순신의 내적 고뇌를 그려냈던 김훈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글 빚을 졌다는 작가는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로 유명하다. 그러고 보면 장군은 세계의 해군 뿐 아니라 나라의 대표적 문인에게도 영향을 끼친 문무의 영웅이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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