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9.02 18:10: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불란서 영화'에 대한 환상

'불란서 영화'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본 '남과 여'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몽환적인 음악과 배경, 모호하면서 지루한 느낌의 전개, 평범한 듯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의 배우들…. 모든 것이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랐다. 따라서 환상이라기보다 어쩌면 미국 영화보다 '재미없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는지 몰랐다.

'언터처블'은 프랑스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게 된 영화다. 사실 배우들이 불어를 쓰지 않았다면 프랑스 영화 특유의 색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자칫하면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에 관한 영화이면서도 시종 유쾌하고 즐겁다.


흑과 백의 만남

젊은 흑인 남자와 초로의 백인 남자가 탄 고급 승용차가 한밤중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이 첫 장면만 보면 폭력배처럼 거칠고 건장한 체구의 흑인이 돈 많은 백인을 납치라도 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전신마비 장애를 입어 따분하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필립을 위해 드리스가 선사하는 작은 일탈이다. 결국 경찰차의 추적과 심문을 받다가 드리스와 필립의 기지로 그들은 오히려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게 된다.

그들의 첫 만남은 간병인 채용 면접으로부터 시작된다. 지원자 누구나 주인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데 드리스는 오히려 떨어지기 위해 서류를 내민다. 여러 번 구직을 거절당하면 국가에서 생활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가식없이 쿨한 태도가 오히려 필립의 마음을 사로잡는 계기가 된다. 드리스는 필립을 도와줘야 될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있다. 필립은 그런 면에서 드리스가 좋았던 것이다.

사회복지사나 장애관련 각종 자격증이 있어도 다른 이들은 그저 직업의식만 가지고 있었을 뿐, 사람 자체에 대한 연민은 없었다. 하지만 드리스는 필립을 그저 온전한 영혼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일반인으로 대한다. 주변의 친인척들은 자격증은커녕 전과 기록이 있는 드리스의 채용을 적극 말린다.

전용기까지 갖고 있는 억만장자 필립과 부양해야 할 동생 여섯에 샤워 시설도 없는 집에 살고 있는 드리스는 백인과 흑인이라는 차이만큼이나 극명한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때로 삶은 공평한 것이, 필립은 전신마비 환자이고 드리스는 활달하고 에너지 넘치는 육체의 소유자다. 이렇듯 현격히 다른 신분과 환경을 가진 그들이 우정을 쌓을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웃음으로 눈물 닦기

"드리스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잊고 있는 것 같아."

드리스를 못마땅해 하는 친척에게 필립은 그가 좋은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드리스는 섣부른 연민이나, 무조건 도와주려는 과잉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그 대신 필립과 친구 같은 일상을 나누려 노력한다.

드리스는 필립의 신체만큼이나 경직된 그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느리게 움직이는 휠체어의 속력을 높이고, 필립이 탄 휠체어를 짐짝 취급하기 싫다며 자동차의 짐칸에 넣지 않고 조수석을 고쳐 운전자의 옆에 탈 수 있게 차를 개조한다. 심지어 자기가 피우는 담배를 때로 필립의 입에 물려주기까지 한다.

그들은 필립의 고상한 취미 생활에 맞추어 그림 전시회나 음악회에도 가는데,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드리스의 좌충우돌이 이 영화에 깨알 같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붉은 물감이 흩뿌려진 현대적 추상화를 감상하며 "흰 종이에 코피 튀긴 걸 가지고 11,000 유로나 받는 것은 사기"라며 흥분한다. 그리고 자신은 거기에 다른 색감을 더해 더 멋진 그림을 그려보이겠노라고 호언한다.

필립의 생일날 초대된 오케스트라가 각종 고전음악을 다 연주하고 나자 자신이 좋아하는 팝 음악을 틀어놓고 필립 앞에서 "생일날은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라며 신나게 춤을 추어 보인다. 하나 둘 근엄한 표정의 사람들이 춤을 따라 하게 되고 파티는 그야말로 흥겨운 분위기로 무르익는다.


오페라 극장에 입장하며 정숙할 것을 주문하는 안내인에게 필립을 두고 "이분은 꼼짝 않고 앉아 있기 전문"이라며 농담을 던지는 태도는 필립의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우리 고전의 특성에 "웃음으로 눈물 닦기"가 있다. 웃음은 슬프고 경직된 상황을 부드럽게 무화시켜버리는 치유 효과가 있다. 이는 고금과 동서양을 막론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흑과 백의 조합으로 탄생한 상위 1% 우정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진 이야기로서 방영 당시 프랑스 국민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실제 인물 필립은 프랑스 최상위 귀족이자 최고의 샴페인 회사 경영자인데 투병 중이던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고통을 잊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에 몰두하던 중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고 한다.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루제는 프랑스 최고의 국민배우라고 하는데 필립을 연구하기 위해 며칠 동안 실제 인물과 함께 생활하며 연구했다고 한다. 오마 사이는 드리스 역을 위해 스스로 몸무게를 10kg감량한 후 삭발까지 감행, 빈민촌 사람들의 외모 말투 스타일까지 미리 변신을 한 후 영화 촬영을 시작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는 보통의 드라마처럼 인물들 간의 첨예한 갈등 상황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갈등이 있다면 범죄 집단에 휩쓸려 있는 동생과의 대립, 엄마에 대한 반항 정도이다. 그 외에는 줄곧 필립과 드리스가 나누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한 모습이 주를 이루어서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드리스가 그린 그림을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무명화가의 작품이라며 갤러리에 팔아주는 필립, 필립과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고소공포증을 무릅쓰고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드리스……. 둘이 융합하여 가는 '흑백 논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