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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보는 맛있는 영화에세이 - '레미제라블·댄싱퀸'

  • 웹출고시간2012.12.30 20:17: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불쌍한 사람들'그러나 시리게 아름다운 사람들

극장에서 보는 영화'레미제라블'

요즘의 날씨로 보아 예상컨대 새해 첫날에는 아무래도 곳곳에 눈이 쌓여 있지 않을까. 운전을 하다 보니 이제는 두려움 속에 눈 소식을 맞게 되었지만 그래도 눈 내리는 풍경만큼은 편안하고 포근하다. 그리하여 새해 첫날에는 도심 속 설원으로 가족끼리 손잡고 극장가 나들이를 나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린 시절 조금이라도 책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발장' 정도는 읽어 보았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보통 '장발장'으로 번역되어 공공도서관의 서가에 으레 한두 권쯤은 꽂혀 있곤 했다. 이미 개화기 때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에 의해 번역되었으니 '장발장'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적 연원 또한 오래되었다. 그런데 그때 번역된 제목이 가히 압권이다. 당시 제목은 '너 참 불상타'. 원어를 충실히 그대로 옮긴 경우인데 말 그대로 등장인물 중에서 장발장은 유독 불쌍한 사람이다. 영화관 객석의 여기저기에서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많았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사실 어느 정도 불리한 요소를 갖고 출발한 영화다. 왜냐하면 관람자의 대부분이 내용을 거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 만들어야 관객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설 수 있는지 무척 고심했을 터이다. 그리고 개봉한 지 열흘 남짓, 지금의 추세로 보아 그리고 관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일단 이 영화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2시간 40여분여의 상영 시간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하는데, 극의 전개 속도는 무척 빠르다.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도 인과적 구성이 매끄러워 부자연스러운 데가 없다. 노래로 전달되는 대사는 정통 오페라식 발성이 아니기 때문에 과장됨 없이 점차 자연스럽고 친근감 있게 들린다. 따라서 극에 몰입하고 내용을 감상하는데 노래가 겉돌거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접어도 좋다. 오히려 나중에는 인물들이 노래가 아닌 평범한 대사를 사용했더라면, 상황에 따른 감정 표현이 저토록 절절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조조할인으로 본 영화관내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서 초등학생도 더러 있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누구도 영화를 방해할 만한 소음을 내지 않았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도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첫 시작부터 압도적인 화면 하에 웅장한 스케일, 거기다 사랑, 자비, 용서, 헌신, 애증, 책임과 의무,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의문, 가치관 등 인간 삶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 이 모든 철학적 삶의 명제들이 난해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볼거리와 음악을 통해 던져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훌륭하다. 거기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의식까지 갖게 한다. 근래 이토록 깊은 사색과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영화는 드물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온 가족이 모처럼 영화 한 편으로 감동에 흠뻑 젖을 것이다.

자비와 인간애의 현신(現身) '장발장'의 휴 잭맨, 책임과 인간애 사이에서 고뇌하는 '자베르 경감'의 러셀 크로우, 여성이기보다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이고 싶었던 '판틴'의 앤 해서웨이, 천사 같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사랑스런 '코제트'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그리고 세상을 바꿀 혁명을 꿈꾸면서도 코제트에 대한 사랑으로 갈등하는 부잣집 도련님 '마리우스'의 에디 레드메인 등 주연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껏 감정을 고양시키는 영화다.


이 영화를 관람한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세 시간 가까이 원 없이 울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나도 모르게 쌓여 있던 일 년의 체증이 눈물로 다 씻겨나간 것 같았다"고.

# 내 어머니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안방극장에서 보는 영화 '댄싱 퀸'

그러고보니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도록 그동안 한 번도 어머니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여쭤본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또는 소녀였을 때, 과연 내 어머니는 무엇이 되고 싶어 했는지 그러한 관심이나 의문조차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새삼 불효를 깨닫는다. 그저 가족을 뒷바라지하고 집안일 하는 사람으로만 여겨왔던 것이다.


비단 어머니뿐 아니라 우리 가족이 꿈꾸는 것에 대해서, 내 자식의 장래 희망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폄하한 적은 없는 지 이 영화를 보고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이 서울 시장이나 정치인을 꿈꾸는 것은 원대하고 훌륭한 것이며, 아내가 댄스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창피스럽고 하찮은 것인지 이 영화는 묻고 있다. 거기다 황정민과 엄정화 두 주연배우가 가진 장기와 재능에 힘입어 이 영화의 내용은 더욱 빛을 발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얼결에 민주투사와 인권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 본심 또한 무척이나 순박하고 선량하기 이를데없는 정민은 친구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근근이 살아간다. 정화 또한 그런 남편을 별로 타박하지도 않고 에어로빅 강사로 스트레스를 날리며 씩씩하게 가족을 뒷바라지한다.


그러던 중 정민은 참신한 시장 후보를 물색하고 있던 야당의 서울 시장 후보로 등록하게 되고, 정화는 학창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걸그룹의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상대 후보 진영에서는 정민의 약점을 잡기 위해 정화가 노출 심한 의상을 입고 춤추는 사진을 공개한다. 화가 난 정민은 정화에게 '망신스럽다. 서로 내 갈 길 가자'며 극단적 선언을 해버린다.

다음 날 전당대회에서 시민들은 정민을 노골적으로 야유하며 조롱한다. 상대 후보는 '집안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서울 시민을 다스리겠냐'며 비난하고, 정민은 급기야 돈에 매수된 시민에게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는다. 밀가루와 계란 범벅으로 엉망이 된 채 정민은 시민들 앞에서 담담히 연설한다.


"저는 가족의 꿈조차 조롱했습니다. 가족이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듯 시민도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고 함께 손잡고 희망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인데, 아내의 꿈을 짓밟은 저는 시장 후보의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급히 전당대회에 도착한 정화는 그런 남편을 향해 외친다. "당신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댄싱 퀸'은 코믹하고 유쾌한 내용 속에 양성평등과 직업의 귀천에 대한 문제 등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꿈을 향한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것.

새해, 저마다의 꿈을 이루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가족애의 의미와 더불어 안방에서 편히 감상하기 좋은 영화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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