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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보는 맛있는 영화 에세이 - '토이 스토리 3'

가슴깊이 안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영화

  • 웹출고시간2011.06.12 18:03: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애니메이션이'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한 영화가 바로'토이스토리 3'입니다. 어른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교육차원이지요. 그러나 영화를 별 생각 없이 관람하다 오히려 부모들이 더 감동을 받는 경우가 바로 영화'토이 스토리 3'이랍니다. 장난감 하나하나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이미지와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캐릭터들과 입체적 기법의 3D를 직접 경험하게 되면'과연 픽사(Pixar)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픽사(Pixar)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픽셀(Pixel)과 아트(Art)의 조합'이란 그 이미지를 결코 훼손하지 않은 영화가 바로'토이 스토리 3'입니다.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기조는 바로 탄탄한 스토리와 고전적 기법인 드로잉이죠. 이런 픽사의 혼이 담긴 결정체가 바로'토이스토리 3'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아직 영화를 미처 보지 못한 분들은 행복한 경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맛있는 음식을 꽁꽁 감춰둔 아이의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음식을 개봉해 보시라는 의미랍니다.

모든 장난감들이 겪는 가장 슬픈 일은 바로 주인이 성장해 더 이상 자신들과 놀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우디와 버즈에게도 그 위기가 찾아오죠. 오랜 친구 인간 앤디가 대학에 진학, 집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이별의 불안함으로 떨던 장난감들은 앤디 엄마의 실수로 어린이 집에 기증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어린이 집으로 가게 되어 오히려 신이 났던 장난감들은 뜻밖의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철없는 어린이들은 거칠고, 험하게 장난감을 다루니 온 종일 상처투성입니다. 장난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앤디가 눈물나게 그리워집니다. 온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려야만 하는 장난감들은 점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어린이들이 제각각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 알게 된 거대한 음모(곰돌이 랏소의 독재)가 또 다시 그들을 숨 막히게 합니다. 마침내 토이군단은 다시 영원한 주인 앤디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애 가장 큰 모험을 결심하게 됩니다. 앤디에게 갈 시간은 불과 하루, 모험의 시작을 예고합니다.


영화'토이스토리'는 1편부터 3편까지 앤디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별과 만남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1편에서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앤디가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장난감 우주전사 버즈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좋아하는 장난감 우디와 버즈를 잃어버린 앤디의 시선을 통해 어린 자식을 다시 찾아 헤매는 불안한 부모의 시선이 담겨있었다면 2편에서는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벗어나는 과정을 아릿하게 담아냈습니다.

앤디의 품을 벗어나 자신의 세상(장난감 박물관)에 눈을 뜬 우디의 갈등은 언젠가 자라서 부모의 품을 떠날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불안한 시선이 깃들어 있지요. 마지막 3편에서는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운명인 장난감과 성장한 아이들의 숙명(宿命)을 눈 시리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앤디와 우디의 관계는 비록 주인과 장난감의 관계지만, 많은 추억이 저장된 유년의 기억창고이기 때문입니다.

전원을 차단했는데도 단번에 캄캄해지지 못하는 형광등의 웅얼거림처럼, 눈이 내린 뒤 제설작업을 끝마친 후 길가에 남겨진 잔설처럼 조금씩 사라져가는 흔적들은 온전히 남겨진 자의 슬픔이라지요. 남겨진 자에게 이별은 때론 견뎌내기 힘든 형벌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 떠나야만 한다고 해서, 그게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운명 같은 이별, 그것이 삶이기도 하니까요.


인간은 세월이 흐르면 모습과 마음이 자라지만, 장난감들은 앤디의 어린 시절과 함께 성장이 멈추어져 있습니다. 어른이 된 앤디는 더 이상 장난감이 필요 없게 되지요. 앤디의 엄마가 대학진학을 위해 낯선 세상으로 떠나야 하는 아들의 방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과 이미 어른인 우디(카우보이 인형은 어른이므로)가 자신의 주인인 앤디를 바라보는 심정은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웃고 울었던 장난감 우디와는 친구이자, 형이며 또한 부모였던 것이죠. 떠나는 앤디의 등을 바라보며 우디가 "안녕"이라고 말하자, 앤디는"고마워"로 화답합니다. 어지러운 말들의 범람에 갇힌 세상에 살고 있는 관객을 단박 해방시킵니다. 수많은 수식어를 생략한'안녕, 고마워'란 짧은 인사말에 함축된 의미가 오랫동안 울립니다.

영화 CD를 빌려오면서 아이들 대상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나는 대충 졸다 슬쩍 빠지면 되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영화를 대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한참 신나게 웃다가 먹먹한 가슴으로 삶에 대한 묵직한 열정을 채워 나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장난감이지만 신의와 사랑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헌신적 순수함,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믿음, 유한한 시간과 세월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여정 등이 그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가슴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영화 속'대사'가 이명(耳鳴)처럼 자꾸만 맴돕니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라는 대사입니다. 바로 주인공 우주 전사 버즈가 위기의 순간마다 주문처럼 외치는 말이자 그 자신 삶의 모토이기도 한 말이거든요.

토이스토리 3의 엔딩 컷이 올라가자 묘한 슬픔이 다가옵니다. 1편부터 3편까지 토이스토리를 줄곧 지켜보면서 주인공 앤디와 장난감과 관객인 나와 아이들이 함께 자라고 성장해왔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3편에서 영원히 이별할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주제가 가슴에 무겁게 자리 잡습니다. 영화'토이스토리 3'를 보고 난 아들은 내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그전에 갖고 놀던 장난감 다 어디 갔지? 그 애들도 영화처럼 나를 찾아오지 못해 슬플까?""그때 네가 좋아하는 친척 동생 영규에게 주었잖아. 아마도 영규가 잘 보살피고 있을 거야. 영규도 또 자라면, 누군가에게 주게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아들은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수긍한 듯이 밝게 웃어주더군요. 이제 막 장난감을 놓고 또 다른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우주전사'버즈'의 말을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제 무한한 시공간 저 너머로부터 너에게 다가오는 꿈을 맞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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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