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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동방은 그를 쏘아보며 씩씩거렸다.

"아무리 망가진 혼이라도 이렇게 주인 몰래 떼어가는 건 비열한 짓이에요!"

막 허리를 틀고 자리를 피하려던 샤프심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동방의 턱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비아냥거렸다.

"네가 뭔데 참견이냐·"

"뭐, 저는 그냥... 사자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샤프심은 얼버무리는 동방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양심· 내가 살아야 양심도 지키지. 실적 못 채워서 퇴출되고 나면 어차피 무로 돌아가야 돼. 그때 가서 양심 찾아 뭣하게· 그 양심은 너나 잘 지켜."

"그래도 그건 도덕적으로..."

"이 자식이 뭘 믿고 까불어· 너, 아직 신참이라 뭘 모르는 모양인데 죽고 싶지 않으면 선배 하는 일에 나서지 마라."

"그렇지만..."

"이 자식, 이거.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에이, 퉤!"

샤프심은 동방의 머리를 쥐어박고 가래침을 뱉었다. 그런 샤프심을 지켜보던 동방이 그에게 바짝 다가서며 따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노인들처럼 깜빡깜빡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냈어요. 바로, 우리 사자들이 몰래 혼을 떼어가니까 정신줄을 놓고 살 수 밖에 없는 거죠. 사람들이 사는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살아야 우리가 나중에 건강하고 무게가 나가는 혼을 안내할 수 있다고요!"

동방의 얼굴이 벌게졌고 동시에 샤프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야, 아가야. 방금 형님이 뭐라고 했냐· 귓구멍은 들으라고 뚫린 거야. 우리가 지금 인간들 삶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우리 삶도 살기 버겁다고! 지금. 이걸 그냥 확!"

샤프심의 손바닥이 동방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얼른 그의 손목을 움켜잡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욕심에 눈 먼 인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진정하시게. 동방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샤프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가싶더니 힘없이 들었던 팔을 내려놨다.

"김사자님도 다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금 제 정신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걸."

나는 그의 축 늘어진 어깨에 손을 얹고 한참을 있었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저도 이러고 싶어 이러겠습니까·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하고 있으면 불안하니까 하는 겁니다. 저승사자로 사는 게 행복하거나 미련이 남아서도 아닙니다. 이 바닥에서 밀려나 무로 돌아가는 게 두려워서 그런 겁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인 무의 세계를 맞닥뜨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런 겁니다."

동방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무안한 표정을 짓더니 땅바닥을 발로 탁탁 쳤다. 그의 발에 차인 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자님.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건강한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

샤프심이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나서 샤프심을 보고 사과를 했다.

"어이, 신참. 화가 났으면 풀게. 내가 자네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니고 갈수록 돌아가는 꼴이 살벌하다보니 나도 겁을 먹었나보네. 휴."

샤프심이 내쉬는 한숨이 즉시 나에게 점염이 되었는지 나도 한숨을 쉬었다. 샤프심은 고개를 잠깐 숙이더니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사자님!"

그가 돌아보자 동방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학생의 혼을 샤프심에게 내밀었다.

"사자님. 이 혼은 가져가셔야죠."

샤프심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면 사자님께서 갈무리를 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샤프심은 다시 천천히 우리에게로 와서 동방의 손바닥에 담긴 상처 난 혼 조각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지금 단 몇 그램의 혼이라도 절박해서..."

동방이 그의 손에 조심스럽게 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잘 가. 어디에 있든 너를 잊지 않을게."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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