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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한 달 전에 친구에게 문조 한 쌍을 얻었다.

문조는 얼핏 보면 평범한 새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방 마음을 빼앗길 만큼 아름답다. 연한 잿빛 깃털 위로 깊은 바다색을 품은 깃털이 살짝 덮여있다. 이 깃털 위로 햇볕이 머물 때면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운 색으로 변했다.

마님네 집에 온 두 녀석은 틈만 나면 부리를 비비고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며 애정행각을 벌였다. 마님과 삼돌씨는 그런 문조를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지만 지난 달 천둥번개에 놀라 암놈이 죽더니 일주일 만에 수컷도 따라 죽고 말았다.

마님은 문조 한 쌍이 죽은 지 한 달이 지났건만 잊지 못하고 날마다 끙끙대며 가슴앓이를 했다. 그런 마님을 보다 못한 삼돌씨가 핀잔을 줬다.

"세상천지에 널린 게 새구만. 뭘 그렇게 죽은 새를 가지고 집착을 해."

마님은 뿌루퉁한 얼굴로 삼돌씨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

"새라고 다 똑같아· 그 문조는 나에게 특별한 새였단 말이야. 도저히 잊히지가 않는 걸 어떡해."

그리고 며칠 전에 마님이 마당가에 있는 모과나무에 새 집이 걸려있는 걸 발견했다.

"삼돌씨! 자기가 모과나무에 새집 걸어놨어?"

"응"

"왜?"

"왜긴, 이 근방에서 노숙하던 새가 와서 살지 않을까 해서지."

"못 말려. 그런 엉뚱한 짓은 마님이 해야지. 점잖은 삼돌씨는 안 어울려."

"마님, 쬐끔만 기둘려 봐유. 반드시 놈들이 올 거구먼유. 흐흐흐."

그런데 오늘아침 출근을 하던 마님이 고개를 갸웃대며 모과나무를 올려다보다가 호들갑을 떤다.

"삼돌씨 삼돌씨! 빨리 나와 봐. 진짜 새가 왔어."

새집이 걸린 모과나무 가지 위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삐리릭 거리며 울고 있다.

"거봐. 내가 뭐랬어. 노숙하는 놈이 반드시 온다고 했지? 흠흠..."

삼돌씨는 뒷짐을 지고 나무 위에 앉은 새를 올려다본다. 마님은 그런 삼돌씨를 보며 헤벌쭉하게 웃는다. 마님은 한참동안 새를 보며 좋아하다가 고개를 갸웃댄다.

"어? 근데 이상하네. 재는 왜 우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날아가지도 않지?"

"당연하지. 이렇게 좋은 집을 두고 어딜 가겠어. 흠흠흠."

마님은 뭔가 석연찮은지 살금살금 작은 새가 앉아있는 나뭇가지로 다가간다. 작은 새가 포로로 날아 그 옆가지로 피한다.

"어! 어! 이게 뭐야?"

나뭇가지에 연결된 무명실이 새 발목에 묶여있는 걸 발견한 마님 얼굴이 새파래진다.

"삼돌씨! 도대체 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삼돌씨는 태연한 얼굴로 새 가까이 다가가며 마님을 보고 히죽거린다.

"뭐 어때? 개도 묶어서 키우는데, 죽은 새를 잊지 못해 우울한 마님을 위해 새 한 마리 키운다고 안 될 거 있어?"

"내가 만날 장난을 치니까 삼돌씨까지……."

마님이 골치 아프다는 시늉을 하며 머리를 흔든다.

"당신 마음 좀 달래주려고 새집을 올려놓고 암만 기다려도 이놈들이 와야지. 그래서 내가 한 놈 잡아서 묶어뒀어. 어때? 저 새 이쁘지?"

"으~씨, 빨랑 풀어줘. 쟤가 우릴 얼마나 원망했을까?"

삼돌씨는 능글맞은 웃음을 입가에 흘리면서 새 발목에 묶인 무명실을 풀어준다.

"미안하다. 이쁜 내 색시를 위해 하루 동안 수고 많았다. 잘 가라."

삼돌씨에게 풀려난 작은 새가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향해 포로로 날아간다.

소유하지 못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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