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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지역 주민들이 가는 등반대회에 참석하는 날이라고 한껏 들뜬 얼굴로 배낭을 챙긴다. 그런 마님을 보고 삼돌씨가 놀린다.

"아이고, 오늘 마님 입이 귀에 걸렸네."

"요즘 농사철이 시작되어선지 마을에 다녀도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 그런데 이런 기회에 한꺼번에 수십 명하고 친해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삼돌씨는 의심쩍은 눈초리로 마님 배낭속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거기까지 따라가서 또 천방지축 사고치지 말고 조신하게 다녀와."

"삼돌씨, 마님을 지금 푼수탱이로 보는 거야· 걱정하지 마."

마님은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집을 나선다.

일행은 네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장복산 입구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는다. 방앗간 사장님이 준비한 찰밥에 부녀회장님이 만든 짭짜름한 무짱아지가 맞선을 보는 것처럼 잘 어울린다. 옆에서 둘 사이를 거드는 쑥버무리의 찰진 응원도 맛깔스럽다.

마님은 찰밥에 짱아지를 얹혀 볼따구니까지 빵빵하게 부풀리며 허겁지겁 먹는다. 입안에 밥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쑥버무리까지 입에 넣고 짭짭거린다. 죽 둘러앉은 주민들 시선이 일제히 마님을 향한다. 마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너스레를 떤다.

"헤~~ 회장님, 엄청 맛있네요. 찰밥하고 짱아지가 이렇게 찰떡궁합인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

마님과 일행은 점심을 맛나게 먹고 나서 산을 오른다. 산 중턱까지 편백나무가 빽빽하다. 편백나무 사이로 난 숲길 사이로 사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든다. 바람도 살랑살랑 일행을 반긴다. 하하 호호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산바람이 함께 어울려 온산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바람에 겨우 나무에 붙어있던 벚꽃 몇 송이가 후르르 떨어진다.

마님도 곧게 뻗은 편백나무를 올려다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나무향이 그런 마님을 와락 껴안는다. 나무 향과의 스킨십에 기분이 좋아진 마님이 싱글벙글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다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저게 뭐지?"

마님 시선이 꽂힌 곳에 연보라색 옷을 입은 작고 앙증맞은 꽃이 마님을 올려다보고 있다. 마님은 앉은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다.

"꼬마야! 너 참 신비하면서도 귀엽게 생겼다. 네 이름이 뭐니?"

보라색 꽃은 대답은 않고 마님을 보고 환하게 웃기만 한다. 앞서 가는 일행이 얼른 오라고 소리를 지르는데도 마님은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어쩌니, 이렇게 귀여운 너를 두고……."

한참을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던 마님이 조심스럽게 꽃과 주변 흙을 떠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숨을 쉰다.

"너를 생각하면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너한테 홀딱 반해서 차마 너를 두고 갈수가 없구나. 그러니 네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 집에 가서 함께 살자, 응·"

마님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꽃과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산을 내려온다. 이미 앞서 가던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마음만큼 몸이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하자 마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콧등에 땀까지 맺힌다.

겨우 도착한 마님을 보고 산악회 회장님이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묻는다.

"얘한테 반해서 그냥 올 수가 있어야죠."

마님이 손바닥을 확 펴 보인다. 거기 아주 조그마한 보라색 꽃이 수줍게 회장님을 올려다본다.

"이게 뭐요?"

"저하고 눈이 맞은 앤데요. 도저히 떨어져서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데려왔어요."

회장님이 고개를 갸웃대며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이건 둘이 눈 맞은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납치한 거 같은데……."

마님은 회장님과 일행을 보고 헤, 하고 웃고는 도망치듯 얼른 차에 오른다. 보라색 꽃이 마님 손바닥에서 고개를 내밀고 장복산을 힘없이 올려다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을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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