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동방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나를 쏘아보며 투덜거렸다.

"에이, 치사해요. 안 놀린다고 약속하시고 자꾸 놀리시는 건 반칙이잖아요·"

"흠흠.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이. 자네를 놀리려는 게 아니고 그저 재미있어서 그랬네."

나는 동방의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끌며 토닥여주었다. 동방은 샐쭉한 얼굴을 풀고 금방 헤헤 웃었다. 나도 동방을 따라 웃었다.

"그래, 그래서 그 다음은 어찌 되었나·"

"아이고, 말도 마세요. 그 양반, 진짜 알 수 없는 분이더라고요."

동방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를 계속 했다.

"제가 도망 나오느라고 죽을 뻔했다니까요. 아휴, 생각만 해도……."

동방은 몸을 부들부들 떠는 시늉을 냈다.

"어허, 이 사람. 무슨 호들갑을 그리 떠는 겐가·"

"아, 글쎄. 제가 창피를 무릅쓰고 옷을 벗은 건 그 아기 영혼을 얼른 데려다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시죠·"

"그럼, 알고말고. 자네처럼 심성이 고운 사자가 어디 그리 흔한가· 자네니까 그랬을 게야."

동방이 코를 벌름거리며 되물었다.

"사자님. 지금 그 말씀은 칭찬이죠·"

"그럼."

"뭐, 칭찬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지만요. 암튼 사공 사자는 이상해요."

나는 동방의 어깨에 얹은 손을 걷으며 물었다.

"뭐가 이상한지 말해보게. 이거야 원, 궁금해서 숨넘어갈 것 같구먼. 허허."

동방은 땅바닥에 털퍼덕 앉더니 나보고 옆에 앉아보라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탁탁 소리 나게 쳤다. 나는 못이기는 척하고 그가 가리키는 자리에 동방을 따라 편한 자세로 앉았다. 동방은 내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김 사자님. 제가요. 사공 사자랑 이쪽에서 저쪽으로 서른여섯번이나 왔다 갔다 하고 왔어요."

".....·"

"아휴, 서른여섯 번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옛 이야기를 스무 가지도 더 했을걸요."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떡였다. 동방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중에는 할 이야기가 없어 이야기를 꾸며서 했다니까요. 듣고 보니 제가 참 불쌍하죠·"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네도 힘들었겠지만 그 사자도 이해가 되네."

동방의 얼굴이 새초롬해졌다.

"에이, 제가 힘들었다니까요! 사공 사자님이 힘든 게 아니고요. 왜 사공 사자님 편을

드세요·"

"하하. 나야 당연히 자네 편이지. 그런데 그 자 편도 들고 싶구먼. 그러면 안 되겠는가·"

"당연히 안 되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생각해 보게. 그 사자가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했으면 자넬 붙들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겠나· 만날 마주치는 사자들은 제 할 일 하느라고 그 사자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을 테고, 저승사자에게 잡혀 오는 인간들 또한 그 자에게 관심을 가질 처지가 못 될 테고. 그러니 그동안 참으로 지루했을 게야."

동방이 팽팽 소리를 내며 코를 풀었다. 나는 슬쩍 동방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그 자에 대한 연민이 어른거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그렇지. 자네는 역시 따뜻한 사자임에 틀림없어.'

"피, 뭐가 그래요· 저는 아직도 사공 사자를 생각하면 밉단 말이에요!"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속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동방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직 우리 중에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는 없다. 나는 동방의 눈을 들여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자넨 누군가·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네· 아이, 사자님. 왜 그러세요. 장난치지 마세요. 저, 동방이잖아요. 신입 사자, 동! 방!" ⇒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