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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동방이 수상쩍은 사자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다그쳤다.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느냐고요?"

그는 한참을 동방에게 시달리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반성을 한다거나 자기한 한 짓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무슨 이유죠? 김 사자님 구역에 온 이유가?"

그 자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동방의 손을 슬그머니 빼더니 입술을 비죽이며 한마디 했다.

"그러는 그대는 다 알면서 왜 묻나?"

"다 안다고요?"

그 자가 가래침을 뱉으며 툭 던진 말이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다리에 힘이 빠져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들의 혼을 훔치러 온 거고 그건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잖소. 그러면 훔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쓰던가. 이럴 줄 알면서 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몽땅 나에게 떠미는 거나 남의 구역에 와서 밥벌이 좀 하는 거나 다를 게 뭐 있소?"

동방이 벌게진 얼굴로 그 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럼, 저 여인의 혼을 지금까지 조금씩 훔친 자가 당신이었어?"

그 자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뭐라고? 이런 파렴치한 같은 놈!"

동방의 손이 그 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고 그 자의 머리통이 흔들리더니 몸통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 자는 쓰러지면서 피실, 피실 웃음을 땅바닥에 흘렸다.

"동방! 왜 이러는 겐가.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네."

동방은 쓰러진 그 자를 내려다보며 단호하면서도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평소의 동방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사자 같았다.

"저렇게 맑고 순수한 인간의 혼을 훼손시킨 네 죄 값은 영원히 지옥 불구덩이에서 네 몸을 태워도 씻지 못할 것이다!"

동방의 낮으면서도 힘이 실린 음성이 땅바닥을 퉁퉁 울렸다. 쓰러져서 동방을 비웃던 그 자가 동방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 또한 동방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동방의 존재가 도대체 뭔지 궁금할 만큼 그의 다양한 모습에 놀라곤 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

"동방."

나는 멍하니 그런 동방을 보며 입안에서 우물우물 동방을 불렀다. 차마 큰 소리 내어 부르면 안 될 그런 존재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아, 김 사자님. 제가 그만 흥분해서……."

"아, 예."

나는 동방을 향해 깎듯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사자님! 왜, 이러세요?"

나도 얼떨결에 한 내 행동에 놀라서 입을 벌리고 눈만 껌벅거렸다. 조금 전까지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그 자 또한 입을 벌리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동방이 사태가 심각해진 걸 알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땅바닥에 엉거주춤하게 앉아있는 그 자를 일으켜 세우고 옷을 털어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아닙니다. 제가 잘못해서……."

둘은 연신 서로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를 했다. 나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다가 석연찮은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막 문을 열고 한 발을 내딛던 그녀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입가에 침이 흘러내리는 걸 소매로 훔치면서.

"아니, 이보시오. 지금 내가 보이는 거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응. 헤."

산 자의 눈에는 절대로 저승사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 살아있음에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동방과 그 자도 내 뒤를 따라 달려와서 그녀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녀가 그런 우리를 우리에 갇힌 원숭이를 구경하 듯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웃었다.

"김 사자님. 어찌 된 일일까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자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찌. 오늘은 이상한 일만 생기는 군."

그녀가 동방과 눈을 맞추더니 무슨 말인가 입에서 우물우물 꺼냈다.

"어무, 마마, 어, 어무."

동방이 한참을 그녀의 눈과 입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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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