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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1차 퇴출자 명단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사자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칼날과 같은 예리한 빛이 나왔다. 자칫 긴장을 풀면 상대방의 칼날에 베일 거라는 불안감이 만들어 낸 빛일 것이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실적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서서 불만을 내비치던 사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약삭빠른 사자들은 염라차사 강림 주변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실적평가 때문에 사자들 모두가 긴장과 초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중에도 그들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아마 강림차사에게 뇌물을 받쳤을 게야. 그러니 저렇듯 태평하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나도 진즉부터 저놈들이 수상했네."

수군대던 사자들은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맞장구를 쳤다.

"1차 명단에 저놈들 중에 단 한명도 없는 걸보면 확실하다니까."

"맞아. 분명히 뭔가가 있어."

수군대던 사자들 눈알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귓속말이 오고갔다.

"여보게. 우리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뭔 짓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뭘 어찌해야 할지 알아야지."

한 사자가 고개를 꼬고 옆에 있는 사자에게 말했다.

"에이, 그동안 단순한 일만 반복적으로 했더니 내 대글빡은 굳어버려서 틀렸어. 말랑말랑한 머리를 가진 자네가 좋은 방법 좀 생각해보게나."

"예끼! 그대나 나나 대글빡 굳은 건 똑같지. 뭐가 말랑해· 왜, 나한테 홀랑 떠밀고 싶어 그러는가·"

"쉿! 조용히 하게. 누가 듣겠네."

목소리를 높여가며 대거리를 하는 사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사자들이 타박을 줬다.

"휴, 뭐 가진 거라고는 쥐뿔도 없는 우리가 뭘 하겠나. 머리도 안 되고 빽도 없고, 저놈들처럼 살랑댈 줄도 모르니. 이거야 원,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구먼."

"휴."

조금 전까지 너나없이 한 마디씩 수군대던 사자들 입에서 이번에는 단체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내 꼬락서니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전생에 어떻게 살았기에 저승사자가 되었단 말인가. 차라리 축생으로 태어났더라면 마음의 고통은 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여보게들. 저들은 차사님께 어떤 뇌물을 먹였을까· 인간들처럼 금은보화나 돈 따위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뭔가 줬을 거야. 몇몇 사자들만 끼고도는 걸 보면 분명하구먼."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뇌물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중에 동방이 불쑥 나타나서 끼어들었다.

"차사님이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세요."

사자들이 일제히 동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걸 누가 모르나. 그 필요한 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서 답답한 거지. 그걸 알면 우리도 당장 써먹을 텐데."

"어허. 어린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구먼."

"어차피 다들 아는 사실인데 뭘. 이 봐, 동방. 자네 생각 좀 들어봄세."

동방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사자들을 둘러보았다.

"아따, 답답하이. 빨리 말 좀 해보게. 젊은 사자니까 뭔가 다를 거 아닌가·"

동방이 허리를 굽히고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사자들이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동방을 내려다봤다.

"차사님은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을까요·"

"그야, 당연히 염라대왕님이지."

"거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두루뭉술한 답 말고, 정답만 콕 집어서 알려주게나."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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