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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근무

마님이 상추를 뜯고 숯불을 피우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돌 틈 사이로 소복하게 올라온 채송화도 서로 얼굴을 내밀고 그런 마님을 구경하느라 난리다. 벌들도 덩달아 웽웽거린다.

오늘은 마님 직장 동료들이 시골 정취를 느끼고 싶다고 해서 마님네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는 날이다.

맑은 공기와 삼겹살이 숯불위에서 후끈한 열기를 내뿜으며 열애중이다. 젓가락이 분주히 움직이며 그들을 뜯어 말리느라 시끌벅적하다. 유월 오후의 마님네 마당이 점점 뜨거워진다.

"우리들의 우정을 위하여!"

열대여섯 명의 함성이 시골 마을을 흔들어 놓는다.

소주잔과 덕담이 오고갈수록 분위기가 얼큰하게 익어 가는데 소주가 그만 바닥이 났다.

"마님, 겨우 소주 몇 병 준비해 놓고 우리를 오라 가라 한 거야, 뭐야?"

술을 못 마시는 마님 기준으로는 충분하게 준비했건만 턱없이 부족했다. 읍내에 나가 사오자니 무르익은 분위기가 깨질 것 같고,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짓자니 출근하면 닦달을 당할 것 같아 마님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마님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직원들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이거 말만 마님이지 인심은 아주 자린고비구만. 아주 상대할 사람이 아니야."

여럿이 한 마디씩 하니까 벌집 쑤셔놓은 것 같다. 그때 마님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지른다.

"있다! 냉장고에 대병짜리 소주 한 병!"

마님은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가 소주병을 들고 나와 한잔씩 따라주며 의기양양해 한다.

"이거, 울 작은 아버님이 주말마다 와서 농사일 하실 때 드시라고 준비해 놓은 막소주에요. 어르신들은 이걸 더 좋아해서 항상 준비해 두었는데 이럴 때 써먹네. 하하하."

"자! 이번에는 막소주를 위하여 건배!"

무르익은 분위기 까지 담아 입안에 소주를 털어 넣던 직원들의 눈이 일제히 마님을 쏘아본다. 마님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평소에 장난기가 심한 마님 또래 직원이 벌떡 일어나며 마님을 향해 삿대질을 한다.

"이거 원, 우리가 물로 보여서 우리에게 맹물을 먹이는 거요?"

마님이 직원들을 둘러보며 의아해한다. 눈치 빠른 삼돌씨가 얼른 일어나서 사과를 한다.

"아, 죄송합니다. 식수를 담아 놓은 걸 소주로 알고 가지고 나 온 모양입니다. 허허허."

마님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직원들 눈빛에 잔뜩 주눅이 들고, 직원들은 마님을 보고 '맹물여사' 라고 부르며 놀린다.

얼굴이 벌게진 맹물여사는 헤, 하고 영구 웃음을 웃는다. 돌 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구경하던 채송화도 보기 민망한지 슬쩍 숨어버린다.

맹물은 아무 맛도 없지만 꼭 필요하다. 맹물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살만한 세상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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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