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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가정의 달인 오월에는 마님네 집이 더 분주해 보인다. 양가 어머니 생신이 든 달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난주에 시어머니 생신이 있어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생신 전날 허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모시고 갔다가 수술까지 하셨다. 다행이 수술 경과가 좋아 며칠 간 입원하고 나서 집으로 모시고 왔다.

"애미야, 병원비 많이 나왔쟈? 바쁜 니헌티 도움은 안 되고… 미안허다."

마님 어머니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마님은 공연히 불안해한다. 혹시라도 마님 얼굴에 불만이 묻어나서 저러시는가 싶은 모양이다. 마님은 그런 어머니께 너스레를 떤다.

"걱정 마세요. 엄니 수발은 삼돌씨가 다 들 거고, 마님인 저는 엄니 아들을 시켜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헤헤."

마님 어머니는 뭔 소리여? 하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이고, 저놈의 '마님 놀이' 때문에 금영 김씨 10대 종손이 완전히 머슴이 되었다니까."

마님 어머니는 눈치를 채셨다는 듯 웃으시며 고개를 끄떡인다.

"야, 요새 남자덜을 머심으로 안 쓰묵으먼 뭣에다 쓴디아?"

"엄마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냥 머슴이면 괜찮게. 이건 완전 상머슴이니까 문제지."

마님 어머니가 걸걸하게 웃으시더니 마님 편을 든다.

"김 머심, 불평하지 말어. 밥만 잘 읃어먹으면 됐지, 뭘 더 바란댜."

마님 편을 들어주는 어머니 덕분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마님이 어머니께 어리광을 부린다.

"엄니, 엄니. 우리 바람 쐬러 밖에 나가요. 꽃도 보고."

"그려. 느희 집에 오니까 꽃도 많구, 낭구도 많아서 참 좋구나."

"삼돌씨, 우리 커피 두잔 배달해 줘~"

마님이 어머니를 부축하고 나가면서 삼돌씨를 보고 혀를 쏙 내민다. 삼돌씨가 그런 마님을 향해 눈을 흘기며 종주먹을 들이댄다.

마님과 어머니는 마당가 나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서 층층시하의 시집살이 했던 이야기며, 삼돌씨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부터 자라면서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해 마음 아팠던 이야기를 하신다.

"암 것도 물려주지 못 허고 장손이라는 짐만 얹혀줘서 맴이 아팠는디, 속 깊고 영리헌 니를 만나서 을매나 존지 몰르겄다. 고맙다, 애미야."

어머니는 한손으로는 마님 손을 꼭 잡고 다른 손으로는 어깨를 다독이며 고맙다는 말씀을 수없이 하신다. 마님은 공연히 쑥스러워져서 볼을 발갛게 물들인다.

"엄니는… 제가 엄니 아들을 막 부려먹는데도 이뻐요? 밉지 않고요?"

"그럼, 이뿌지. 세상에서 젤 이뿌지. 내 아들 맨날 부려먹어두 하나두 안 아까우니께 막 부려먹어두 되는구먼."

마님은 어머니가 무조건 편을 들어주는 게 좋아서 헤헤 거린다. 그러다 문득 낮에 사무실에서 '공감' 이라는 잡지에 실린 카툰을 떠올린다.

허리가 굽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모 등에 다리를 걸고 거꾸로 매달린 아들이 자기 아들을 그네 태우고 있는 그림 위에 '행복한 그네' 라는 제목이 있다.

노모의 아들은 다리를 바르르 떨면서 간신히 매달려서 자기 아들을 재미있게 해주려고 자기 몸을 앞으로 뒤로 흔든다. 그림 속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사방으로 퍼지는 듯하다. 아들은 노모의 등이 아플까 염려되어 노모를 힐금거리며 올려다본다. 노모는 그런 아들을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아이고, 내 새끼, 고생이 많~~구나.' 하신다.

마님은 그 그림 속의 어머니를 보고 가슴이 찡했다. 당신의 등이 휘는 줄도 모르고 그네를 태우는 아들의 팔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어머니가 우리들의 어머니기 때문이다.

마님은 그동안 부모는 원래 뭐든 다 이해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온 게 부끄러워 어머니 목을 감싸 안고 애교를 부리며 콧노래를 흥얼댄다.

"우리 엄니 등은 행복한 그네라네. ♩♬♪~~ "

"야가, 오늘 여수처럼 왜 이런댜. 별일이여."

마님 어머니도 싫지 않은 듯 웃으신다. 마님네 마당가득 웃음소리가 깔린다.

행복한 그네도 때로는 아프다는 걸 잊지 말자.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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