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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그달의 목표를 다 채운 사자들은 인간들이 보는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동방은 아이돌 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만 나오면 입을 벌리고 좋은 티를 팍팍 낸다.

"자네는 이달 목표는 채우고 노는 건가?"

동방은 텔레비전 안으로 곧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자세를 하고 킥킥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저놈의 쇳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겠네. 쯧쯧."

"어? 김 사자님. 언제 오셨어요?"

"뭐가 그리 좋아서 키득거리나·"

"넘 재밌어요. 헤헤. 산 자들을 이렇게 보고 있으면 나도 산 자인 것 같은 착각을 한다니까요."

"허허. 이제는 말투까지 인간들을 닮아가는구먼."

"헤헤. 얘들 말투 흉내 내는 게 엄청 재미있어요."

동방은 궁둥이가지 씰룩거리며 아이돌 흉내를 냈다. 나는 그런 동방이 걱정스러워 잔소리를 했다.

"이 봐. 자네는 그리 일을 안 하고 어찌 버티려나?"

동방은 고개를 돌려 씩 웃고는 다시 텔레비전을 보며 이번에는 일어나서 아예 가수들을 따라 춤까지 추었다.

"하긴. 내 코가 석자인데 자네까지 걱정하는 건 좀 그렇지?"

"그러니까 제가 김 사자님을 좋아하는 거죠. 김 사자님은 태생부터 오지랖이라서. 큭."

동방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지랖? 글쎄, 동방의 말처럼 내가 언제부터 오지랖이었는지 가늠이 안 잡히지만 요즘 들어 남들 일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진 건 확실하다.

"선배를 그리 가지고 노니 재미있겠구먼. 이거야, 원. 나도 이제부터 나잇값을 좀 해야겠어. 그래야 새파란 후배가 가지고 놀지 않지. 흠흠."

"아이, 사자님이 편하고 좋으니까 그런 거죠. 제가 건방지게 굴어서 화나셨어요?"

나는 일부러 뿌루퉁한 얼굴을 하고 동방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동방을 놀리는 일이 요즘 내 삶의 짭짤한 재미가 되었다. 동방이 추던 춤을 멈추고 내 얼굴을 보며 미안해했다.

"사자님. 진짜 화나셨어요? 제 마음은 그게 아닌데……."

나는 눈을 흘기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지만 천진난만한 동방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오려했다. 나오려는 웃음을 다시 집어넣다가 그만 목에 걸려 사래가 들었다.

"어, 어. 사자님.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해요. 사자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일이 그만 이렇게 돼버렸어요."

나는 정색을 하고 동방을 보며 다짐을 받았다.

"그래. 말 잘했네. 선배를 가지고 논 대가로 자네는 나에게 무얼 줄 텐가?"

동방은 눈을 끔벅거리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

"아하. 좋은 생각이 났어요.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저 혼자 간직했던 아주 소중한 걸 함께 나누어드릴게요."

"소중한 거라고? 그렇다면 입맛에 당기는구먼. 그래, 그게 도대체 뭔가?"

동방은 허리를 비틀며 말문을 여는데 뜸을 들였다.

"아니. 답답하게 뭘 그리 꾸물대나? 빨리 말해보게."

내가 재촉을 하자 동방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에, 그러니까 그게. 에, 제가 하는 말은 사자님만 알고 비밀을 지켜주신다면 말 할 수 있어요. 지켜 주실 거죠?"

"허허. 내가 그리 입이 싼 놈으로 보였나? 걱정 말고 말이나 해보게."

"저, 그러니까. 그게……."

내가 답답해서 눈을 꾹 감고 침을 삼켰다.

"에이, 모르겠다. 할게요. 김 사자님이니까 말 해드릴게요."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동방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동방은 벌떡 일어나서 선서라도 하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저,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돼버렸어요!"

"뭐라고? 그게 말이 돼? 자넨 사자야. 그런데 그런 감정을 갔다니?"

"그러게요. 제가 아무래도 불량품인가 봐요. 이를 어쩌죠?"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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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