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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거울을 보면서 칫솔질을 한다. 치약거품이 입술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난을 건다. 마님은 이를 닦고 나서 삼돌씨 칫솔 옆에 마님 칫솔을 걸다가 자기를 바라보는 삼돌씨 칫솔을 빼서 들여다보며 인사를 한다.

"안녕, 잘 가."

마님은 칫솔을 쓰레기통에 의기양양하게 집어넣고 나온다. 삼돌씨는 그때까지 드라마 '마의'에 흠뻑 빠져있다.

"삼돌씨, 안 씻어?"

"응, 이것만 보고 씻어야지."

"그러다 그냥 자려고 그러지?"

"아이고, 삼돌이 걱정일랑 말고 마님이나 잘 하시우. 그놈의 잔소리는 그만하시고……."

눈은 텔레비전에 둔 채 투덜대며 욕실로 들어가던 삼돌씨가 마님을 부른다.

"마님! 내 칫솔 못 봤어?"

"방금 버렸는데."

마님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꾹꾹 누르며 태연하게 대답한다. 삼돌씨가 욕실 문을 열고 어이없다는 듯이 마님을 노려본다.

"이 사람이, 그걸 왜 버려? 꺼내 놓은 지 며칠 밖에 안 된 칫솔을."

마님이 삼돌씨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앞으로 칫솔 한 개로 우리 둘이 같이 쓰려고."

"이 사람이 제정신이야? 멀쩡한 칫솔을 버리고 왜 같이 써? 빨리 칫솔 하나 꺼내다 줘."

평소에 마님이 아무리 심한 장난을 쳐도 웃어넘기던 삼돌씨 표정이 싸늘하다.

마님은 삼돌씨 눈치를 보며 칫솔을 찾아보지만 새 칫솔이 없자 안절부절 못한다. 마님이 하는 꼴을 보고 있던 삼돌씨가 물로 입을 헹군 다음 욕실을 나온다.

마님은 잘 보지도 않던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 척 하며 딴청을 피운다.

"나 원 참, 하다하다 이젠 별 짓을 다하네. 말 좀 해 봐. 내 멀쩡한 칫솔은 왜 버렸어?"

마님은 삼돌씨 눈을 피하며 말을 입안에서 얼버무린다.

"나는 뭐, 그러면 우리 둘이 더 친해진다고 하기에……."

"누가 그래? 마님이 지금 몇 살인데 남의 말을 듣고 그런 장난질을 해?"

"장난질 아냐. 난 그 이야기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따뜻했는데……."

삼돌씨 핀잔에 울상을 짓던 마님이 낯에 있었던 일을 조금조근 풀어놓는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분이 젊은 시절에 가난을 극복한 이야기를 했단다.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치는 남편을 돕는 일은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해서 칫솔 하나를 같이 썼어.' 하며 근검절약했던 이야기를 했단다.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이니까 부부애가 더 돈독해지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님은 감동을 했다.

마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삼돌씨가 기가 막혀 하며 껄껄 웃는다.

"아이고 마님, 그분은 절약하려고 한 거잖아. 당신처럼 멀쩡한 새 칫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같이 쓰자는 건 완전 폭력이지, 그게 어디 절약이며 애정표현이야?"

마님은 벌게진 얼굴로 애꿎은 손가락만 뚝뚝 꺾으며 변명을 한다.

"부부가 키스도 하는데 그깟 칫솔 좀 같이 쓰면 어떠냐고 했단 말이야. 인생 대 선배님이 그렇다고 하니까, 나는 뭐 그냥……."

삼돌씨가 어이 없어하며 창문을 활짝 열고 밤바람을 맞는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흰둥이와 촐랑이는 영문도 모른 체 좋다고 꼬리를 흔든다.

나와 너 사이의 경계가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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