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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아침 일찍 삼돌씨가 마님을 깨운다. 마님이 이불속을 파고들며 투덜댄다.

"나 어젯밤에 잠을 설쳤단 말이야. 오늘은 작정하고 늦잠 좀 자려고 했더니…"

삼돌씨는 마님 투정에도 아랑곳 않고 이불을 걷어낸다.

"아이~ 씨~"

마님이 허리를 잔뜩 말고 툴툴댄다.

"마님, 올 한해도 건강하고 평안하라고 산세 좋은 곳을 찾아 기도하러 갑시다."

마님은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간신히 일어나 앉으며 묻는다.

"삼돌씨가 박수무당도 아닌데 산세 좋은 곳에 가서 기도를 왜 해? 기도야 맘속으로 하면 되잖아."

삼돌씨가 껄껄 웃으며 마님을 욕실로 밀어 넣자 겨우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온다.

"머리는 안 감고?"

"아이, 귀찮아 죽겠네."

마님 입술이 알 낳으려고 오므렸다 내밀었다 하는 닭 똥구멍처럼 비죽거린다. 삼돌씨는 뚜한 마님을 억지로 차에 태우고 출발한다. 평소 같으면 '와! 삼돌씨, 저것 좀 봐. 참 멋있지?'하고 호들갑을 떨었을 마님이 두어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님, 이제 기분 좀 풀어유. 몸이 찌뿌듯할 때 움직여야 금방 풀리지유."

"무슨 삼돌이가 이래? 마님 기분은 아랑곳 않고 자기 맘대로 하고."

"헤~ 옛날 삼돌이들이야 말 잘 듣고 장작 잘 패면 됐지만 요즘 삼돌이들은 마님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도 알아서 착착 해야 한다니까. 하하하하."

마님은 너스레를 더는 삼돌씨를 째려본다.

"지금 알아서 하는 거야? 피곤한 마님을 억지로 끌고 나와 놓고… 자고로 요즘 인기 많은 삼돌이들은 모두 굴렁쇠거나 만능열쇠란 말이야. 그런데 자기는 자물쇠잖아?"

삼돌씨는 운전을 하다 옆에 앉은 마님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때 옆 차선에서 다른 차가 끼어든다. 마님이 소리를 꽥 하고 지른다.

"삼돌씨! 운전이나 똑바로 해!"

삼돌씨는 그제야 앞을 보고 속도를 조절하며 묻는다.

"마님, 도대체 굴렁쇠는 뭐고 자물쇠는 뭐유?"

"지금 그게 문제야. 방금 전에 우리 둘이 황천길 갈 뻔했잖아."

"황천길을 갈 때 가더라도 삼돌이는 궁금한 건 못 참지. 빨리 말 안 해주면 저 앞에 가는 차 꽁무니를 확 들이받아 버릴까보다. 흠흠."

마님은 가슴에 손을 얹고 휴, 하고 한숨을 길게 쉰다.

"아내의 마음이 우울하거나 닫혀 있을 때 언제나 활짝 열어주는 남편을 만능열쇠라고 하고, 아내가 아무리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려도 헤헤헤~ 싱글벙글~웃으면서 둥글둥글 받아주는 남편들을 보고 굴렁쇠라고 하는 거야."

삼돌씨는 기가 막혀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럼 나 같은 남편은?"

"자기야, 뭐. 내 단점도 다 감싸주려고 남들한테 절대 말하지 않으니까 자물쇠 정도?"

"하, 기가 막히는구먼. 마당쇠, 돌쇠, 꺽쇠는 들어봤어도 자물쇠, 굴렁쇠, 만능열쇠는 첨 들어보네. 당신은 갖다 붙이기도 참 잘한단 말이야. 도저히 못 당하겠어. 이러니까 내가 이날까지 삼돌이로 살지. 이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삼돌이 항복!"

삼돌씨와 마님 웃음소리가 밖으로 뛰쳐나가려다 차창에 부딪혀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진다.

불리어지는 이름에는 그 나름대로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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