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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이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더덕을 얇게 저며서 양념장을 발라 석쇠에 굽고, 생선을 졸이고, 두부 전을 부친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삼돌씨가 코를 벌름거리며 묻는다.

"마님, 오늘 무슨 날이유?"

"아~니."

"그런데 어쩐 일로 상다리가 부러지게 저녁상을 차려?"

마님은 삼돌씨를 식탁 의자까지 꺼내서 앉힌다. 삼돌씨는 그런 마님을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궁시랑 댄다.

"또 뭔 낮도깨비 짓을 하려고 이런담."

마님은 며칠 전에 한 김장김치와 더덕구이, 두부전, 고등어조림에 무국까지 식탁에 올려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윤기가 잘잘 흐르는 밥을 보니 저절로 군침이 돈다. 삼돌씨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내 생일도 아니고 당신 생일도 아니고, 오늘이 뭔 날이지?"

"뭔 날이기는. 마님이 우리집 가장을 우대해주는 날이지. 히히"

삼돌씨는 웃음을 입가에 달고 밥 한 숟가락을 푹 떠서 먹는다.

"삼돌씨, 내가 오늘 우리 회사 사장님을 보고 감동 먹었다는 거 아냐."

"마님 주특기가 감동 받는 건데 뭘 새삼스럽게……."

마님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마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음식 냄새에 섞여 구수하게 들린다.

마님은 사장님과 함께 마님네 회사의 거래 회사 이사를 만나러 갔다. 그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상품의 부속품을 납품하기로 했지만 다른 회사와 계약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정보를 듣고 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사장님은 그 이사와 약속 잡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공식 일정에 잠깐 나는 자투리 시간을 비집고 들어가기로 했다. 마침 오늘 점심시간에 계열사 임원진이 모이는 오찬미팅이 있다는 걸 알고 밖에서 기다렸다 끝나갈 무렵에 염치불구하고 쳐들어갔다.

사장님은 '당신 누구야?" 하는 눈초리로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데도 아랑곳 않고 무릎을 공손하게 꿇고 간절하게 전후 사정이야기를 하며 마님네 회사와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해 달라고 청했다. 처음에 '이사람, 뭐야?' 하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이사님도 검토해보겠노라는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

사실 회사의 여건을 보면 계약이 성사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당신 보다 훨씬 젊은 이사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장님을 보고 마님은 마음이 뭉클했다. 마님은 돌아오면서 어찌 그렇게까지 하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사원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가랑이 밑으로라도 기라면 기어야지."

마님은 돌아오는 내내 리더십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리더십은 힘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한없이 낮은 자세와 배려에서 나온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마님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삼돌씨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사서 솜씨를 낸 거였다.

"아, 잘 먹었다. 근데 마님, 정말 오늘 아무 날도 아녀?"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애쓰는 삼돌씨가 고마워서 맛있는 것 좀 해주는 게 뭐 잘못됐어?"

삼돌씨는 벌떡 일어나서 손사래까지 치며 정색을 한다.

"아이고, 마님. 아닙니다요. 소인은 그저 너무 황송스러워서... 흐흐흐."

식탁 위로 삼돌씨 너스레가 우르르 흩어지고 마님은 그걸 주워 담느라고 또 분주하다.

누구의 리더가 될 수 없더라도 자신의 리더가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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