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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나에게 맡겨진 구역은 10여만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이다. 이곳을 777명의 저승사자들이 관리하고 있다. 저승사자 하나에 연 평균 250그램인 12명의 인간 혼을 잡아가야하니 일 년이면 9천300여명을 잡아가야 한다. 인구의 9%가 죽어야만 사자들이 나름대로 임무를 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 저승사자인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과한 처사다.

내가 인간세상에서 살 던 시절에는 인간의 혼 무게가 무거웠다. 적어도 평균 21그램은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혼이 가벼워져서 목표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보게. 자네는 이달 목표를 채웠는가?"

"그러면 무슨 걱정이겠나. 아직 지난 달 목표치도 못했네. 자네도 건승을 비네."

저승사자들이 오고가다 길에서 만나면 단골로 하는 문안인사다.

인간의 혼의 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인간의 수를 조정해야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관행이랍시고 바꾸기가 힘든 모양이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인간의 혼을 조금씩 몰래 떼어가는 저승사자들이 생겨났다. 그러니 죽을 때가 된 인간의 혼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인간과 저승사자가 같이 피해를 보고 있다.

나는 그동안 이런 비열하고 치사한 짓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그러니 그런 짓이라도 해서 목숨을 연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얼마 전부터는 저승사자들을 채찍질하기 위해 성과명제도(成果命制度)를 만들어서 혼을 많이 잡아가는 사자들은 목숨을 늘려주고 실적이 부진한 사자들은 목숨을 줄인다고 한다.

이 제도가 생기고 나서 나는 벌써 목숨의 2할이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저승사자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느라 인간들의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인간들은 목숨이 다하면 저승세계로 들어와 생전의 삶의 질에 따라 다음 생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저승사자들 목숨이 다한다는 것은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나 원 참, 치사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까짓것 인간의 혼을 무게가 아닌 머리수로 하면 될 걸. 그 알량한 제도 하나 바꾸는 걸 못해서 저승사자들을 영원히 퇴출시킨다는 게 말이 되냐고? 죽을 놈의 저승세계 같으니라고!"

아무리 우리끼리 울분을 토해도 들어줄 자가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다. 아니꼽고 더러우면 영원히 사라지라는데 뭔 말을 하겠는가.

이 치사하고 더러운 목숨에 미련 갖지 말고 우주에서 사라질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저승사자 노릇 한 천년만하면 천계에서 영생을 얻고 편안히 살 수 있다. 지금까지 삼백년을 했으니 앞으로 칠백년년만 더 버티면 된다. 그러니 미련을 버리지도 못한다.

나도 남들처럼 인간의 혼을 조금씩 떼어서라도 목표를 채우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적당한 인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술을 진탕 처먹고 비틀거리는 인간의 혼을 조금 떼어가는 일은 쉬운 반면에 혼이 탁해서 세척해서 쓸 만하게 만들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다고 정신이 맑고 탱탱한 인간의 혼을 몰래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흠. 혼을 떼어내기도 수월하고 질도 적당히 양호한 인간을 찾아야겠는데…."

그래서 인간들이 많이 모이는 대중목욕탕, 수영장, 헬스장, 영화관 등을 헤집고 다녔다. 그런데 이놈 저놈 아무리 뒤져봐도 혼이 제대로 박혀있는 놈이 보이지 않았다. 몸은 여기에 두고 혼은 딴 곳에 두고 다니는 놈에, 자기 혼이 아닌 잡스런 귀(鬼)에 혼을 저당 잡혀서 제 정신이 아닌 놈이 수두룩했다.

"에이, 축생보다 못한 놈들 같으니라고. 어떤 놈이든 멀쩡한 놈만 걸리기만 해봐라."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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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