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사자들은 최종 퇴출자로 선정될 자를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동방을 아예 투명사자 취급을 하는 자도 생겨났다.

"이제 우리가 같이 있을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군."

무심코 뱉어 낸 말이 내 심장에 와 박혀서 가슴이 욱신거렸다. 동방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현재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자각했던 것 같다. 그를 만나기 이전에는 그저 내 존재라는 건 저승세계 시스템의 일환으로 필요한 존재이기에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재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만큼 내 자신의 가치도 내가 속한 이 세계의 가치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고마운 자였는데……."

이제 두어 달이 지나면 동방은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진 선배가 한 말이 절실하게 와 닿았다. 동방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존재하니까, 맡은 일이 있으니까, 단순히 조직 시스템에 따라 살았지만 내 마음에 동방이 들어오고부터는 사자들 개인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사자들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방 그 자는 왜 이곳으로 온 걸까·"

나는 그를 만나고 얼마 안 되고부터 그런 의문을 품기 시작했었다. 나뿐만아니라 많은 사자들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방에 대해 온갖 해괴한 소문이 돌았고 삼삼오오 모이면 각자 자기들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서 누구 말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인지 은근히 기 싸움을 하곤 했었다.

"내가 누구한테 들은 말인데 동방이 염라대왕님의 숨겨 둔 아들이라고 하더라고."

"예끼,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봐야지. 저승세계를 인간세계와 같을 수는 없잖나."

"그거야 우리같이 평범한 사자들이나 그렇지. 대왕님처럼 위대한 분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말을 하면서 다른 사자들이 들을까 불안한지 여기저기 살피고는 다시 말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동방이 대왕님이 소중히 여기는 자라면 강림처사가 그를 퇴출자로 찍었겠어· 강림처사가 얼마나 영악한지 다들 알잖아."

"그건 그래."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누군가 획기적인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이러지 말고 동방한테 직접 물어볼까·"

"에이, 우리가 물어본다고 그 자가 바른대로 불겠나· 더구나 대왕님이 특별히 쓰려고 보낸 자라면 더욱."

"하긴 그렇겠지."

어떤 자는 턱까지 괴고 생각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생각났다!"

턱을 괴고 앉아있던 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의 눈이 그 자를 향해 화살촉처럼 날아갔다.

"그동안 동방이 한 행동을 보면 그 자는 인간들 입장에서 뭐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인간들을 대하는 태도도 유별나고."

"그게 뭐 어땠다는 건데·"

"이상하잖아· 사자가 사자들보다 인간들 편에 선다면……."

그 자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켜보던 사자 하나가 화를 벌컥 냈다.

"어이! 답답해죽겠네. 말을 꺼냈으면 끝까지 해야지. 누구 숨 막히는 꼴을 봐야 시원한 겐가·"

나도 그들의 말을 엿들으면서 궁금해졌다. 그 자는 과연 동방을 어떤 역할을 맡은 자로 생각하는지.

"놀라지 말게나. 나의 이 기막히고 예리한 직감력에 대해."

"호들갑 떨지 말고 어서 말해 봐."

그 자는 눈을 지그시 감고 천천히 말했다.

"동방은 인간들이 보낸 자야. 우리가 자꾸 살아 있는 인간들의 혼을 조금씩 훔쳐가는 걸 눈치 채고 동방을 보낸 거지. 그런 일을 막으려고. 어때· 내 말이 그럴싸하지 않은가·"

그 말을 들은 다른 사자들이 김빠지는 비웃음을 보냈다.

"흐, 그럴싸한 생각이네만 인간들한테 그만한 능력이 없다는 건 자네도 알 텐데."

신이 나서 지껄여대던 사자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 다음호에 계속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