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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네 집 마당 잔디 사이로 토끼풀이 귀여운 얼굴을 내밀고 갸웃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점점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앙증스러워서 예뻐해 줬더니 안 되겠네. 이러다가는 너희들이 잔디를 밀어내고 말겠어." 마님은 생명력이 강한 토끼풀을 캐내면서 들꽃마당이라 이름 붙인 옛 동료들을 생각했다. 개성이 전혀 다른 그들은 다 닮은 아픔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보듬어가며 잘 지냈다.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다 시간이 흘러 하나 둘씩 헤어지는 게 아쉬워 모임을 만들었다.

마님은 생명력이 강한 여자들이 모였다는 뜻으로 모임 이름을 '들꽃마당'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들꽃 이름을 지어 불렀다.

그 중 막내인 현미는 강아지풀이다. 그녀는 항상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녀가 재롱을 부리면 모두 숨넘어갈 듯 웃고 즐거워한다.

그런데 이 강아지풀이 어느 날 마님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마님! 왜, 다른 인간들은 다 꽃인데 나만 풀이냐고. 으이~씨." 연표는 민들레다. 그녀는 어떤 역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넓은 세상에 홀씨를 날리는 민들레처럼 사랑을 실천하고 퍼뜨린다. 우리들이 닮아야 할 표본이다. 그녀는 우리를 팝콘 터지듯 파-하고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녀가 가는 곳은 늘 밝다.

점석은 초롱꽃이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마님은 늘 부끄러워진다. 마님이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조용하고 은은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꾸중할 때엔 더욱 부드럽다. 그러니 꾸중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아마 우리나라 남성들이 갈망하는 그런 여인상일 게다.

송자는 패랭이꽃이다. 그녀는 겉모습이 너무나 가냘프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몸 안에는 아주 깊고 강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패랭이꽃잎이 여려 보여도 그 꽃을 받치고 있는 꽃대가 튼튼하듯.

민숙은 복사꽃이다. 그녀는 시원한 듯도 하고, 화려한 듯도 하고, 은은하기도 한, 신비스런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쓰임새도 다양하다. 어느 곳이나, 어느 때나, 어떤 사람에게나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미숙은 들국화다. 그녀야말로 얼기설기 엉킨 아픔이 많음에도 주변 사람들의 가슴에 늘 희망을 심어주는 천사다. 산 넘고 바다 건너 지쳐서 날아온 바람이 그녀의 꽃대위에 잠시 쉬고 있노라면, 그녀는 오래오래 편히 쉬었다 가라고 흙바닥에 누울 사람이다.

향숙은 싸리꽃이다. 그녀는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그래서 주변을 활기차게 만든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그녀가 무얼 하자고 하면 우리 모두는 그녀의 말을 따라야 한다. 그만큼 리더십도 강하다. 들꽃 마당에 해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도 그녀의 힘이다.

마님인 나는, 엉겅퀴다. 화려한 빛깔도, 은은한 향기도, 달콤한 꿀도 없지만 언젠가 세상에 쓰일 날이 오리라 맹추같이 믿고 있다. 그 믿음 때문에 못난 주제에도 허리 꼿꼿이 세우고 끝까지 버틴다. 칼바람 치는 한겨울까지 버텨 볼 참이다.

들꽃마당 식구들은 앞으로도 들풀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것이다.

지난 휴일에는 들꽃마당 식구들이 마님네 집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한바탕 놀고 갔다. 어찌나 시끄러웠던지 들꽃들이 가고 난 뒤 마님네 촐랑이가 혀를 내밀고 헥헥 대며 마님에게 하소연을 했다.

"마님, 들산 아줌마들 수다에 촐랑이 귀가 다 헐었슈. 컹!"

혼자 일 때 눈에 띄지 않던 이들도 여럿이 함께하면 빛을 낼 수 있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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