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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네는 여름밤에 거실 형광등을 켜면 덥다고 텔레비전만 틀어놓고 지낸다.

늦은 밤 마님네 집안 풍경은 늘 비슷하다. 마님은 안방에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삼돌씨는 거실에서 팔베개를 하고 텔레비전을 본다. 빈대떡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실 때도 있고 과일을 먹으며 시시덕댈 때도 있긴 하지만 그건 가끔 있는 일이다.

오늘도 마님은 안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삼돌씨가 거실에서 마님을 부른다.

"마님! 빨리 나와 봐유. 작년에 왔던 반딧불이가 또 왔슈."

마님은 들고 있던 책을 획 집어던지고 후다닥 거실로 나간다.

"어디? 어디?"

마님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여기저기를 살핀다.

"저기, 호접란 사이로 날아가고 있잖유~"

"어디? 아, 진짜네."

달맞이꽃처럼 환해진 얼굴을 한 마님이 살금살금 호접란 곁으로 다가간다. 아주 연한 빛이 켜졌다가 꺼진다. 마님은 그 모습을 안타까워하다 삼돌씨 곁으로 살금살금 기어온다.

"삼돌씨, 얼른 텔레비전 꺼."

"왜유?"

"쟤가 지금 제대로 불을 못 켜고 있잖아. 너무 환해서 그런가 봐."

삼돌씨는 뭔 소리냐며 핀잔을 주려다 슬그머니 리모콘을 든다. 텔레비전 빛이 꺼지니 조금 전 흐릿하게 보이던 반딧불이 빛이 또렷해 보인다.

마님은 턱을 괴고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가리고 웃는다. 반딧불이도 마님 마음에 화답을 하려는지 깜빡거린다.

마님이 삼돌씨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삼돌씨, 우리 이제 전기세 안 내도 되겠어."

삼돌씨도 덩달아 모기만한 소리로 묻는다.

"왜유?"

"쟤가 밖에 나가서 마님네 집이 살기 좋다고 소문내서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형광등을 안 켜도 환할 거 아냐. 앞으로는 내 방에서만 놀라고 해야지. 반딧불이는 날아다니며 놀고 마님은 그 빛으로 책을 읽고. 생각만 해도 신난다. 히히."

삼돌씨가 마님 코를 비틀며 핀잔을 준다.

"마님, 21세기에 사는 당신이 형설지공(螢雪之功)을 하겠다는 거야?"

"왜, 못해. 하면 하는 거지. 저 봐. 반딧불이도 우리 집을 좋아하는 것 같잖아."

삼돌씨는 반딧불이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마님은 놀라서 후다닥 삼돌씨를 따라 나온다.

"삼돌씨, 뭔 짓이야? 지금 한참 재미있는데…"

밖으로 나 온 삼돌씨는 반딧불이를 나무 잎 위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느닷없이 잡혀서 놀랐는지 한동안 불빛이 보이지 않자 마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어떡해, 어떡해. 이러다 죽으면 어떡해. 삼돌씨가 얘를 너무 꽉 집어서 다친 거 아냐? 당신이 책임져."

마님이 호들갑을 떨자 삼돌씨도 걱정스러운 듯이 반딧불이를 들여다본다. 그때 깜박 하고 꽁무니에서 빛을 내보낸다.

"와!"

마님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자 삼돌씨도 마님 어깨에 손을 얹고 이제 안심이라는 듯이 숨을 길게 쉰다.

"반딧불이는 2주 밖에 못 산다네. 그 짧은 생을 훨훨 날아다니며 맘껏 살다가 가야지, 마님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위해서 갇히면 되겠어? 그래서 놓아주려고 잡은 거야."

"피, 나도 그냥 재미로 한 말이거든. 그래도 마님이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내가 그렇게 무식할까봐."

마님은 뽀로통해진 얼굴을 하고 통통대며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뒤돌아보며 중얼댄다.

"개똥벌레, 너. 우리 마당에서 끝까지 살다가 갈 거지?"

우리 옆에 빛을 발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그의 혼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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