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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늦은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삼돌씨와 마을 뒤 두타산에 가려고 서두른다. 부부가 나란히 나가는 모습을 보고 흰둥이가 컹컹 짖어댄다.

"삼돌씨, 흰둥이가 겨우내 집만 지키느라 심심했나봐. 흰둥이도 데려갈까?"

"언제는 마님이 내 허락 받았나. 마님 맘대로 하슈."

마님은 흰둥이 목줄을 푼다. 흰둥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법석을 떨더니 겅중겅중 앞서 간다. 앞서가는 흰둥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님이 히죽히죽 웃는다.

"마님, 똥개 궁둥이 보는 게 그렇게 좋아?"

"히히, 흰둥이 궁둥이 때문이 아니고 두타산이 오늘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일까 궁금하잖아."

작년 가을에 낮술을 먹고 불콰하게 취한 두타산이 마님네 거실로 쳐들어와 마님을 희롱한 일로 마을 재판이 열렸었다. 그때 촌장님이 두타산 보고 유부녀를 희롱한 죄로 앞으로 삼월까지 마을로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그 후로 두타산은 겨우내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지냈다. 그런 두타산을 보면서 마님이 공연히 안절부절 못했었다.

마님이 산기슭에 접어들자 두타산이 반색을 한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군데군데 마른버짐처럼 허옇게 버티고 있다. 양지쪽에는 눈이 녹아 촉촉하게 젖은 가랑잎 사이로 봄기운이 푸릇푸릇 고개를 내밀고 두 부부를 훔쳐본다.

흰둥이가 흥분해서 앞서 저만큼 후다닥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마님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컹컹 짖어댄다.

"야, 조용히 해. 아직 겨울잠에서 안 깬 애들이 수두룩한데 너 때문에 다 깨겠다."

마님이 흰둥이 머리를 쥐어박으며 조용히 하라고 혼쭐을 낸다. 그래도 흰둥이는 마냥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짖어댄다.

"마님, 여기서 쉬어갑시다. 이 녀석이 아무래도 마님 배낭 속에 있는 바나나 달라고 떼쓰는 모양이유."

마님이 바나나를 꺼내 삼돌씨와 흰둥이에게 나누어준다. 그리고 바나나를 한입 물고는 양 손바닥을 귀에 바짝 붙여서 당나귀 귀를 만든다. 흰둥이가 그런 마님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갸웃댄다.

"삼돌씨, 이 소리 안 들려?"

"뭔 소리?"

"누군가 요 밑에서 영차하고 힘겹게 올라오는 소리."

두타산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그 바람에 겨우 나뭇가지에 얹혀 버티던 눈이 화르르 떨어진다. 삼돌씨는 시큰둥한 얼굴로 흰둥이를 보고 마님 흉을 보느라 입을 비죽거린다. 흰둥이도 낑낑대며 장단을 맞춰준다.

마님이 바위 옆 떡갈나무 아래로 살금살금 기어가서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삼돌씨를 손짓으로 부른다. 삼돌씨가 마지못해 다가가서 마님이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본다.

마른버짐처럼 녹다 만 허연 눈을 비집고 솜털 옷을 보송보송하게 입은 엄지손가락만한 새싹이 고개를 쳐들고 두 부부를 올려다본다.

"어, 이게 뭐지?"

"노란 꽃이 피는 복수초야. 눈을 뚫고 일등으로 얼굴을 내미는 이 꽃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한테는 행운이 왕창 들어온다잖아."

마님이 뒷걸음질을 치며 복수초를 향해 이리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 모습을 보던 삼돌씨가 쯧쯧 거린다.

"삼돌씨, 지금 아장 아장 걸어오는 복수초가 안 보여? 행운이 내게로 오고 있잖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삼돌씨가 어이없어하면서도 얼굴가득 웃음을 머금는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다만 잡지 못할 뿐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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