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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근무

마님네 마당가 목련꽃망울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 사월 중순이면 꽃잎이 열릴 때인데 아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삼돌씨, 왜 아직 목련이 피질 않지?"

마님은 심각한 얼굴로 사과나무에 거름을 주는 삼돌씨에게 묻는다.

"때가 되면 지들이 알아서 필 테지."

삼돌씨는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아냐. 지금쯤 활짝 펴야 된단 말이야. 아무래도 이상해. 저 봐, 꽃받침이 꽃잎을 아예 꽁꽁 동여매고 놔 주질 않고 있잖아? 왜 그럴까? 응, 삼돌씨?"

마님이 자꾸 묻자 삼돌씨는 들고 있던 삽을 화가 난 듯 땅에 팍 꽂는다.

"마님! 목련타령 좀 그만하고 삼돌이 커피나 한 잔 타 주시쥬?"

마님은 마지못해 커피를 타 들고 나오면서도 연신 목련나무를 살피다 커피를 흘린다. 삼돌씨가 그런 마님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며 빈정댄다.

"그렇게 세상사 다 참견하고 다니지 말고 이 삼돌이만 생각하시지?"

삼돌씨가 못마땅한 얼굴로 마님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이상해. 아랫마을 송 씨 할머니네 목련은 지난주에 활짝 피었던데……."

삼돌씨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쓱 닦고 나서 다시 삽을 들고 일어선다. 그때 마님이 눈빛까지 반짝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삼돌씨는 그런 마님을 보고 피식 웃는다. 마님 눈빛에서 수상한 기미를 본 모양이다. 마님이 집안으로 쪼르르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손바닥만 한 종이를 나무 가지에 턱 붙이고는 손을 탁탁 털며 삼돌씨를 부른다.

"삼돌씨 빨리 와 봐."

"또 뭔 장난을 치려고 바쁜 사람을 불러대?"

삼돌씨는 툴툴대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마님이 붙여 논 종이를 들여다보고 큰 소리로 읽는다.

『마님네 목련이 수상함. 알리바이를 캐낸 자는 신고 바람. 현상금 준비되어 있음』

"마님, 이게 도대체 뭔 짓이여?"

"삼돌씨, 저 목련꽃망울 좀 자세히 봐. 꼭 두툼한 배를 숨기려고 복대를 감은 것 같지 않아?"

"복대· 그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여?"

마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응. 아무래도 수상해 보인단말이지. 그래서 소문을 내려고. 소문에 시달리다 억울하면 '나는 아무 죄가 없어' 하고 꽃잎을 활짝 열고 말걸."

"도대체 뭔 말이여?"

"아유, 삼돌씨는 눈치코치가 너무 없어. 목련은 깨끗하고 순수한 처녀 이미지잖아. 그런 처녀가 바람이 났고, 애를 배서 복대를 둘렀다고 모두들 수군대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내 원 참. 못 말리겠네. 마님, 아주 영화 한편을 찍지 그래? 쯧쯧."

삼돌씨는 마님 한 번, 목련나무 한 번씩 번갈아보며 혀를 찬다. 삼돌씨가 그러거나 말거나 마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한다.

"목련이 정 억울하면 '봐, 봐. 내 안에 아무 것도 없어' 하고, 꽃잎을 활짝 열거란 말이지. 아마 오늘 밤사이에 온 마을에 소문이 다 퍼질걸. 히히."

삼돌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던 일을 하러 가고, 마님은 콧노래를 흥얼대며 집안으로 들어간다.

벌써 소문이 퍼져나가는지 마님네 마당가에 줄 지어 선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댄다. 새들도 나뭇가지 사이로 포르르 거리며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흰둥이와 촐랑이까지 컹컹거리며 짖는다.

모두들 마님이 만든 소문에 합세라도 하듯 한껏 들떠서 쑥덕거린다.

겨우내 감추어 둔 속내를 활짝 열어 보이는 목련의 알리바이는 봄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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