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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동화작가·증평군청

요즘 들어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마님은 휴일을 느긋하게 보내리라 마음먹고 뒹굴 거린다. 마침 삼돌씨도 친구 만나러 나가고 혼자 있으니 마음이 더 느슨해지는지 눈까지 게슴츠레하다. 마님은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시계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야?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네. 에이 귀찮은데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낮잠이나 자야겠다."

마님이 기지개를 켜며 막 일어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오늘은 굉일이라 집에 있구먼?"

전화기에서 샛별이 할머니의 밝은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마님도 할머니 목소리 톤에 맞춰 전화를 받는다.

"네, 할머니.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은 무신. 지금 정구지 지짐 부치는디, 임자 생각나서 전화혔어. 점심 안 먹었으믄 얼릉 내려와."

마님은 언제 하품을 했냐싶게 후다닥 뛰어 내려간다.

지글 거리는 프라이팬을 보던 마님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차오른다. 샛별이 할머니가 뜨거워진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초록빛 나는 부추를 나란히 올려놓은 다음 그 위에 반죽을 부어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들고 요리조리 돌리더니 번쩍 들어 올린자 부침개가 저절로 확 뒤집힌다.

"와! 할머니, 완전 묘기에요!"

"그려· 기냥 뒤집는 것보다 요래 뒤집으면 재미나잖여. 흐흐."

"그런데 부추를 반죽에 섞어서 개지 않고 프라이팬에 바로 넣고 그 위에 반죽을 넣네요?"

"그려야 퍼릇퍼릇허니 보기가 좋지. 눈에 맛이 들믄 입맛도 저절로 도는 겨."

"아, 네."

마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삼킨다.

"이리 앉어. 정구지 지짐은 뜨끈할 때 먹어야 지맛이 나는구먼."

할머니들이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여 마님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준다.

"지짐하고 짠지는 칼로 쓸어 먹으면 맛이 없어. 이래 손으로 쭉쭉 찢어 먹어야지. 흐흐흐."

샛별이 할머니는 뜨거운 부침개를 맨손으로 쭉쭉 찢어서 마님 입에 넣어 준다.
 
"아이고, 할머니. 이러다 손 데세요. 제가 젓가락으로 찢어 먹을게요."
 
"괜찮어. 내 손이사 이제 질이 들대로 들어서 끄떡읎구먼. 뜨거운지 찬지도 몰러. 아주 멍텅구리라니께."
 
샛별이 할머니가 조글조글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달고 연신 허허거리자 할머니의 주름살도 함께 웃는다. 가을햇살도 질세라 할머니들이 앉아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앉는다.
 
들기름에 고소하게 지진 부추 부침개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을 한다. 할머니네 누렁이도 먹고 싶다고 침을 흘리며 컹컹 짖어댄다.
 
"앗 따, 저눔의 개새끼도 정구지가 사내들헌티 좋다는 건 아는가 벼. 달라고 난리부르스를 추네. 허허허."
 
샛별이 할머니가 부침개 한 조각을 개에게 휙 던져주며 농을 치자 할머니들이 와르르 웃는다. 마님도 입을 헤 벌리고 따라 웃는다.
 
"마님, 많이 먹어. 우리야, 농사철 한 때만 고생허지만 마님은 일 년 열두 달 직장에 댕기느라고 을마나 고생이 많어."
 
샛별이 할머니가 부침개를 찢어 마님 입에 넣어주는데 딸부자 집 아주머니가 막걸리 먼저 마셔야한다고 하다가 그만 마님 옷에 막걸리를 쏟는다.
 
"아이고, 이를 으쩐디아. 내가 막걸리로 마님 멱을 감기는구먼."
 
"히히, 괜찮아요. 이런 핑계로 옷도 취해보는 거죠. 뭐."
 
"이이고, 우리 마님은 말도 이쁘게 잘 혀."
 
마을 어르신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낮잠을 자던 두타산 떡갈나무가 뭔 소란인가 싶어 몸을 푸르르 털고 일어나다가 도토리 몇 알을 떨어뜨린다.
 
 주고받는 정을 키우는 밭이 이웃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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