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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모처럼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화양계곡에 가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물놀이를 했다. 계곡물은 푸른 숲을 가득 담아서인지 아주 시원했다.

"물소리가 참 듣기 좋구나."

마님 어머니는 몇 번이고 좋다, 좋다 하시며 이가 빠져 동굴처럼 보이는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으신다.

"엄마, 그렇게 좋아요?"

"그럼, 좋다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거기다 자식이 이렇게 어미 친구가 되어주니 더 좋지."

마님은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한동안 바라본다.

"왜· 내가 이리 좋아하니 철없는 얘 같아서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게냐?"

마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헤실 거린다.

"엄마랑 자주 못 놀아줘서 미안해서 그러지, 뭐. 헤~"

"바쁜 니가 늙은이와 놀 시간이 어디 있냐? 그럴 시간에 니 할 일이나 단단히 잘해."

삼돌씨가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 어머니께 드리며 너스레를 떤다.

"흐흐, 어머니는 원래부터 나를 더 좋아하셨어. 내가 놀아드릴 테니 당신은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마셔. 어머니! 사위랑 노는 게 더 좋쥬?"

"그럼, 그럼. 술친구도 되고 담배 친구도 되니 더 좋지. 허허허."

마님은 삼돌씨와 어머니가 막걸리를 주고받는 틈을 타서 계곡 옆 숲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마님은 어머니를 한 달에 한두 번 밖에 찾아뵙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굽은 등을 구부리고 텔레비전 앞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다. 어쩌다 얼굴을 내미는 자식은 그저 손님일 뿐이고, 텔레비전을 가족이고 친구처럼 여기시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마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어머니는 낮선 한 남자를 따라 훌쩍 떠나버린 당신의 딸의 빈자리를 홀로 남아 오랫동안 지키셨다. 어머니가 아직도 자식을 보듬고 안아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님은 바쁘다는 핑계로 모르는 척 해 왔다. 내 어머니이니까, 그런 나를 다 이해해주실 거야, 하면서.

마님은 금영 김씨의 십대 종부다. 명절 때면 70여명의 가족과 친척이 모일 정도로 대가족이다. 그러니 이런 저런 큰일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거기다 휴일에는 동료 직원들의 애경사에도 다녀야 한다. 뒤늦게 문학을 한답시고 여기 저기 쫓아다니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친정어머니를 찾아뵙는 일은 언제나 순서가 뒤로 밀리곤 한다.

마님은 그동안 할 일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불편한 마음을 감추어 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들은 지금 못해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친구가 되어주는 역할을 할 기회는 언제까지 기다려준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쉽고 명료한 답을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앞으로도 어머니의 딸이며 친구의 역할을 뒤로 미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마님은 여전히 종부고, 직장도 다녀야 하고, 아이들의 울타리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이제 어머니의 딸로, 친구로만 온전히 살겠습니다, 라고 약속을 할 수가 없다. 마님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이기적인 딸인 채로 살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마님은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면서 '바람이 참 좋구나.' 하고 좋아하시던 어머니에게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며 눈시울을 붉힌다.

'어머니의 허허로운 외로움을 겨우 쓰다 남은 작은 천 조각만한 사랑으로 기어드리고는 바삐 서둘러 돌아서야했던 저는 앞으로도 어머니에게 누더기 사랑만 주고 말 것 같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끝없이 퍼주는 어머니의 사랑은 아픔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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