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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막 잠이 들려는데 핸드폰 카톡이 마님을 부른다. 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이미 잠은 저만큼 달아났다. 마님은 얼굴을 찌푸리고 마지못해 핸드폰을 연다. 카톡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택배 왔습니다.'

게슴츠레하던 마님 눈이 점점 커지며 얼굴도 활짝 펴진다.

"택배?"

마님이 핸드폰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문자를 읽어 내려간다.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뭐야? 난 아무것도 주문한 일이 없는데…"

마님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음 문장을 읽는다.

'나이한살이 배송준비완료 되었습니다.'

마님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을 하더니 입술까지 실룩이며 투덜댄다.

"에이, 가뜩이나 해놓은 것도 없고 나이만 먹어 스산스러운데, 지현이 이짜슥이 이딴 장난질을 하네."

마님이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텔레비전을 보던 삼돌씨가 무슨 일인가 싶어 안방 문을 빠끔히 열고 묻는다.

"왜, 무슨 일 있어?"

"새파란 후배 녀석이 아, 글쎄 나이 가지고 장난질을 하잖아? 저는 한 살 더 먹어도 아직 젊다 이거지."

마님은 방금 도착한 문자를 삼돌씨에게 보여준다. 삼돌씨가 큰 소리로 문자를 읽는다.

'본 상품은 주문제작상품으로 취소나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오니 주의하시기 바라며'

"그렇지. 암."

삼돌씨가 고개까지 끄떡이며 장단을 맞춘다.

'고객님께서 안 받겠다고 억지를 부리면 다른 사람이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한 한 살을 보태어 두 살로 배달되오니 이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새로 받은 한 살을 아주 가치 있게 쓰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다 읽고 난 삼돌씨가 누워있는 마님을 내려다보고 빙글빙글 웃는다. 마님이 그런 삼돌씨를 보고 쏘아 붙인다.

"그 기분 나쁜 웃음은 뭐야?"

삼돌씨는 마님이 묻는 말에는 대꾸도 않고 엉뚱한 질문을 한다.

"누님, 뭐 필요한 거 없슈?"

"왜 내가 자기 누님이야?"

"방금 택배를 받고 감사하기는커녕 심술을 부렸으니 두 살을 받아 내 누님이 됐잖우?"

마님이 삼돌씨를 올려다보고 빈정댄다.

"아이고, 삼돌씨는 나이 한 살 더 먹어서 참 좋겠수. 얼굴에 싱글벙글 꽃이 만발을 했네."

마님이 그러거나 말거나 삼돌씨가 침대에 걸터앉더니 마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투덜대던 마님도 못 이기는 척 다리를 쭉 뻗는다.

"아이고, 우리 마님께서 한 살 더 먹을 준비하느라고 일 년 동안 얼마나 뛰어다녔으면 이렇게 다리가 퉁퉁 부었을까? 이 삼돌이가 다 풀어 줄 테니 아무걱정 말고 편안하게 주무셔유."

마님은 돌아누우면서 삼돌씨 모르게 피식 웃는다. 삼돌씨가 더 정성스럽게 주무르며 속삭인다.

"마님, 난 이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한테 장가갈까봐. 아, 까짓것 그때도 삼돌이 하지 뭐."

마님이 얼굴을 베개에 묻고 궁시랑 댄다.

"내가 그때는 자기를 마당쇠로 만들어서 만날 마당만 쓸게 할 거야. 두고 봐."

"흐흥~ 마님, 니 맘대로 하세유~~"

삼돌씨는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박자에 맞춰 마님 다리를 꾹꾹 주무른다.

한 살의 가치는 무엇으로도 잴 수 없을 만큼 크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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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