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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문화체육과장

"김 사자님. 오늘 영화관에 갈까?·

"뜬금없이 영화관에는 왜?"

"헤헤. 뭐, 영화도 한 편 보고요. 또 거기에 어떤 사자들이 들락거리나 궁금하잖아요. 우리 한 번 가요. 네?"

동방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졸랐다.

"알았네. 같이 안 가면 가만 안둘 것 같은 얼굴이군."

동방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당장 가자고 서둘렀다. 나는 마지못해 그에게 끌려갔다. 영화관에는 나이와 성별과 생김새, 옷차림이 다른 사람들이 북적였다.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만큼 다양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중에 온갖 욕심과 증오가 덕지덕지 묻은 영혼의 구리한 냄새가 가장 심하게 났다.

내 옆을 스쳐가는 사람들마다 다른 냄새가 났고 나는 그 냄새만으로도 영혼의 생김과 품질등급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동방은 눈을 번득이며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사자님. 저기 보세요. 귀에 이어폰을 꼽고 다리 흔드는 애 옆에 서 있는 저 사자님도 영화 보러 왔나 봐요."

동방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샤프심이 보였다. 턱이 가늘고 뾰족하다고 모두들 샤프심이라고 부르는 사자였다. 날렵하고 센스도 있는 그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그 또한 자기가 샤프심이라는 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우리도 저 사자님이 보는 영화 보러 가요."

동방이 내 팔을 잡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그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는 애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는 젊은 남자 어깨 위에 걸터앉았다. 우리는 그보다 두 줄 뒤에 앉았다. 그가 앉은 자리를 지날 때 그에게 손 인사를 했는데 그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눈은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남학생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매표소 앞에서 귀에 이어폰을 꼽고 다리를 흔들던 아이였다. 그에게서는 아직 덜 익어 떫은맛이 나는 풋사과 냄새가 났다. 냄새를 맡는 순간 뒷머리가 찌릿하고 당겼다. 샤프가 여기 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동방은 앞에 앉은 사람의 어깨를 잡고 서서 샤프를 살폈다.

"동방. 자네도 알고 있었나?"

동방이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 소리를 조그맣게 냈다. 나는 고개를 끄떡여주었다. 영화는 조직폭력배들과 정치권과의 암합으로 세력다툼을 하는 내용이었다. 스릴이 있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 눈빛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된 지 삼십여 분 흘렀을 때 그 아이가 졸기 시작했다.

'응? 이런 영화를 보고 졸다니…….'

나는 동방에게 눈을 돌렸다. 그 순간 동방도 나를 보았다. 우리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동방은 순식간에 샤프를 향해 날아갔고 남학생의 머리를 만지고 있던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졸고 있던 남자애가 머리를 털고 고개를 들었다.

동방과 나는 그를 밖으로 끌어내서 그가 움켜쥐고 있는 손을 강제로 폈다. 거기에는 그가 방금 남학생에게서 몰래 빼낸 푸르스름한 영혼 한 조각이 있었다. 우리가 강제로 손목을 펴는 사이에 샤프가 힘을 주었는지 상처가 나고 말았다.

"에이, 어떡해."

동방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울먹거렸다.

"야! 너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들어?"

샤프가 동방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동방이 몸을 빙그르르 돌려서 주먹을 피했다. 샤프가 씩씩대며 동방을 노려봤다. 뒤에서 둘이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샤프 앞으로 갔다.

"하하. 영화 보러 오셨소!"

"아,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샤프가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동방이 그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이 깨져버린 혼은 어떡하고 도망가려고 하세요·"

샤프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소리를 질렀다.

"야! 어차피 인간들 혼 중에 망가지지 않은 게 있냐? 이놈이 누구 앞에서 건방을 떨고 지랄이야!"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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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