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잠이 오지 않는다며 엎치락뒤치락 거리다 새벽이 되어서야 짧은 잠이 맛있어 죽겠다는 듯 입맛까지 다시며 잔다.

"마님, 오늘 일찍 나간다며?"

"아이, 몰라. 밤새 한잠도 못자다 이제야 겨우 잠들었단 말이야."

마님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짜증을 낸다.

"내가 안 깨워서 늦었다고 나한테 화풀이나 하지 마."

삼돌씨가 투덜대며 나간다. 마님은 방금 깬 잠이 아쉬운지 이불을 말고 끙끙댄다. 그때 마당에서 흰둥이와 촐랑이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아이, 저 짜슥들, 심술이 삼돌씨 보다도 한 수 위라니까."

마님은 마지못해 하품을 하며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른다.

"야! 마님이 늦잠 좀 자려는데 끝까지 훼방 놀래?"

마님이 소리를 지르는데도 흰둥이와 촐랑이가 한 곳을 응시하며 계속 짖어댄다.

"세상에, 세상에나, 어떻게 저런 일이……."

까치 한 마리가 흰둥이 밥그릇에 고개를 디밀고 사료를 쪼아 먹고 있다. 개가 짖거나말거나 아주 여유롭게 개 사료를 훔쳐 먹는 까치를 보고 마님은 기가 막혀한다.

삼돌씨가 무슨 일이냐며 다가와서 묻는다.

"삼돌씨, 오래 살다보니까 별 일도 다 있네. 저것 좀 봐. 까치가 주인이 저렇게 짖어대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사료를 빼앗아 먹고 있잖아."

삼돌씨도 그 모습을 보고 '뭘, 저 정도를 가지고 수선을 피워' 하고 핀잔을 준다.

"지난달에 땅콩 도둑맞은 거 잊었어?"

마님네는 텃밭에 땅콩 두 고랑을 심었다. 지난 10월에 캐려고 뽑아보니 땅콩껍질은 있는데 그 안에 땅콩이 들어있지 않았다. 이럴 수도 있나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껍질을 교묘하게 찢고 그 안에 들은 땅콩을 몽땅 꺼내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어머! 어떻게 이런 일이……."

마님이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자 삼돌씨가 몇 포기를 더 뽑아봤다. 그런데 나머지도 모두 알맹이 없는 빈 껍질만 올망졸망 달려 있었다.

"새가 이런 짓을 했군."

"말도 안 돼. 새가 어떻게 아무 흔적도 없이 알맹이만 쏙 빼먹는단 말이야?"

마님은 그때도 기가 막혔다. 땅을 판 흔적도 없고, 땅콩알도 주렁주렁 달려 있어 알맹이가 없어졌으리라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주인이 버젓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먹이를 빼앗아 먹는 걸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머리 나쁜 사람을 누가 새 대가리라고 하는 거야. 저렇게 고단수인 새를 보고."

마님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삼돌씨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떡인다.

"우리야 재미삼아 조금 지은 농사지만, 농민들은 가뜩이나 농산물 수입개방에다 태풍 때문에 수확량이 감소하여 걱정이 태산인데 새까지 감쪽같이 농산물을 훔쳐가니, 원……."

마님 부부가 시름이 가득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사이에 까치는 사료를 다 먹고 날아가 버리고 없다. 눈치코치 없는 흰둥이와 촐랑이는 자기들 먹이를 다 빼앗겨 놓고도 마님을 보고 좋다고 꼬리를 친다.

그나마 잃어버릴 거라도 가지고 있어 한숨도 쉴 수 있는 것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